▲ JYP엔터테인먼트의 3대주주였던 미디어코프가 지분을 판 후 이 지분의 향방이 묘해졌다. 사진은 청담동에 있는 JYP엔터테인먼트 본사.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JYP엔터의 지분구조를 보면 설립자인 박진영 이사가 32.18%로 최대주주, SK텔레콤이 투자한 음악펀드 SK-PVC가 29.02%로 2대주주에 올라 있다. 영화 제작투자 및 배급 등을 주로 하는 코스닥 상장업체 미디어코프는 지난 2006년 7월 지분 20.98%를 35억 원에 매입하며 JYP엔터 3대주주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미디어코프는 영화업계 불황으로 실적이 악화되자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지난 10월 15일 보유 중인 JYP엔터 지분 전량을 105억 원에 매각했다. 미디어코프의 JYP엔터 지분을 사들인 곳은 전자부품 생산업체인 펜타마이크로였다. 2000년 설립된 펜타마이크로는 멀티미디어 기기 칩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코스닥 상장업체다. 펜타마이크로는 JYP엔터 지분 매입을 계기로 영상 및 음향 콘텐츠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펜타마이크로는 지분 매입과 동시에 계약금 90억 원을, 나머지 15억 원은 이틀 후 지급했다. 주식에 대한 실물주권도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 보통 다음 순서는 주주의 이름을 바꾸는 ‘명의개서’를 진행하는 게 관례다. 주식 매입자가 회사에 대해 주주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명의개서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펜타마이크로는 아직까지 명의를 옮기지 못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보통 일주일 안에 모든 것이 이뤄진다. 한 달이 넘도록 명의가 바뀌지 않은 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펜타마이크로의 주식명의개서신청서에 JYP엔터 측이 아직 도장을 찍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JYP엔터에 따르면 펜타마이크로가 미디어코프로부터 매입했다던 그 지분을 놓고 소유권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 명의 이전 신청에 대한 답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펜타마이크로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돈도 다 지불했고 실물주권도 있는데 명의개서를 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는 이가 또 있다. 바로 개인투자자 A 씨다. 코스닥업계에서 ‘큰손’으로 알려진 A 씨는 현재 미디어코프가 보유했던 JYP엔터 지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취재 결과, 미디어코프는 펜타마이크로에 지분을 매각하기 전 이미 그 지분을 담보로 A 씨에게 돈을 빌렸다고 한다. A 씨와 친분이 있는 한 인사는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미디어코프 측이 A 씨로부터 수십억 원을 빌렸는데 이때 JYP엔터 지분을 담보로 맡겼고 실물주권까지 건넨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A 씨뿐 아니라 미디어코프로부터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질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A 씨는 미디어코프가 펜타마이크로에 지분을 팔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미디어코프에 강하게 항의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동시에 JYP엔터에 ‘미디어코프 보유 주식에 대한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는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과 실물주권 사본 등을 보냈다고 한다. 이 때문에 JYP엔터가 펜타마이크로의 명의개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JYP엔터 고위관계자는 “펜타마이크로에서 명의개서를 신청했지만 문제가 있는 주식을 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회사 이름이 걸려 있어 당혹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관여할 문제도 아니다.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진 후에 판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펜타마이크로는 A 씨의 소유권 주장에 대해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매입 과정에 아무런 하자가 없었기 때문에 지분 획득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회사 관계자는 “만약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건 A 씨와 미디어코프의 채권·채무 관계 아니냐. 우리는 정상적으로 사들였다. 명의개서도 이미 된 줄 알았는데 JYP엔터 측에 다시 확인해보겠다”라고 밝혔다.
만약 A 씨의 주장이 맞을 경우 미디어코프는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서울 서초동에서 개업 중인 한 변호사는 “A 씨와 펜타마이크로의 얘기를 들어봤을 때 미디어코프가 이중 계약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둘 다 가지고 있다는 실물주권의 진위 여부를 포함해 누가 맞는지는 소송을 통해 가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코프 측은 이에 대해 “전혀 내용을 알지 못한다. A 씨도 처음 들어보는 인물”이라며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코프가 전혀 알지 못한다던 A 씨는 지난 11월 24일 미디어코프가 실시한 유상증자에서 주식 배정 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 게다가 JYP엔터, 펜타마이크로, A 씨 등이 모두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미디어코프의 설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디어코프의 불명확한 자세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일요신문>은 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또 다른 당사자인 A 씨와 계속 접촉을 시도했지만 몇 차례 전화통화에서 A 씨는 “나중에 확인해주겠다”고만 답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