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우선 성공한 경우부터 살펴보자. 지난 4월 21일 일요경마 마지막 경주. 3번 퍼펙트특급과 12번 흑기사가 복승식 최저배당을 형성하며 배당판을 주도하고 있었다. 12번 흑기사가 능력상으로도 배당판 상으로도 근소한 우세. 12번은 외곽게이트의 불리함과 휴양하고 돌아온 말이라 불안감이 없지 않았지만 워낙에 강력하게 인기몰이를 했기 때문에 인정해야 하는 상황. 휴양 직전에 늦은 출발을 하고도 여유있게 1위를 했던 말이라 마필능력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컨디션도 매우 좋아 보였다. 3번은 최근 안정적인 능력발휘를 하고 있고 출발지도 유리해 흠잡을 데 없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땐 이 두 마리의 입상이 유력했다.
나머지 마필들 중에선 2번 불스아이, 9번 엄지번쩍, 6번 화인챔피언, 5번 슬러거이천 등이 근소한 우세를 점하며 팔리고 있었지만 다른 마필들과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필자가 보기엔 10번 미미의딸(이쿠야스 기승), 8번 백전필승(이준철 기승) 등도 전력상 전혀 뒤질 바 없었고 컨디션은 오히려 더 좋아보였다.
전체 출전마 중 2두가 앞서고 나머지가 엇비슷할 땐 전력상 앞서는 2두를 중심으로 놓고 베팅하는 방법이 정석이다. 하지만 삼복승은 인기마 중에서 한 마리가 빠질 때 배당이 나오는 것이고, 또 그런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인기마 두 마리가 같이 들어올 경우에 대비하고 이변도 대비하는 간단한 베팅법은 없을까. 이런 점에 착안해서 나온 베팅법이 이른바 ‘쌍권총 전략’이다. 흔히들 ‘쌍권총 한번 차보자’는 말로 대변되는 이 베팅법은 삼복승 축마 베팅과 삼복승 복조 베팅을 절묘하게 변화시킨 삼복합 베팅의 색다른 응용이다.
해당경주에서 필자가 애초에 압축한 마필은 3번 퍼펙트특급, 12번 흑기사, 8번 백전필승, 10번 미미의딸 등 네 마리였다. 필자는 첫 번째 칸에는 3번을 머리로 놓고 중간에 8, 10, 12번을 찍는 삼복합 베팅을, 다음 칸에는 12번을 머리로 놓고 3, 8, 10을 중간에 찍는 삼복합베팅을 했다. 말하자면 삼복합 베팅을 두 가지로 한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3번과 12번은 아래 위에 다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결과는 12-10-3 세 마리가 동반입상했다. 3번이 결승선에서 진로가 막혀 아쉽게 3위를 했던 것이다. 기대했던 고배당은 아니었지만 20여 배의 배당을 적중했다. 복식과 쌍식을 구매했던 많은 사람들은 낭패를 본 데 비해선 꽤 짭짤한 수익이었다.
다음은 실패한 경우다. 같은 날 6경주는 1300미터 경주였다. 1번 성공트렌드가 강력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지만 필자는 9번 금세기와 12번 티즈토리아의 능력도 그에 못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특히 9번 금세기는 선두력도 좋아서 1번을 위협할 강력한 다크호스였다. 배당판 인기도 점차 그렇게 형성됐다. 여기서 문제는 1번이 ‘모 아니면 도’일 수 있다는 것. 1000미터만 뛰던, 그것도 선행으로만 입상한 말이라 늘어난 거리가 우려됐고 더군다나 빠른 마필도 상당수 포진해 있었다. 선행에 실패할 수도 있고, 견제를 뚫고 선행을 나갈 경우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불안한 상황.
이 경주에서 필자 주변의 많은 분들이 쌍권총 베팅을 했다. 1번을 축으로 9번, 13번, 5번(황금대로)을 삼복합으로 구매하고, 9번을 축으로 1번, 5번, 13번을 또 삼복합으로 구매했던 것이다. 그리고 인기 최하위권의 황금대로를 노리는 만큼 5번을 축으로 1번과 9번을 허리로 놓고 여러 마리를 피아노 쳤다. 물론 이 마권은 초소액이었다. 어떤 식으로 들어와도 고배당을 맛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실전에서도 우려했던 대로 1번이 초반에 경합을 뚫는 과정에서 폭주로 이어져 종반에 덜미를 잡혔다. 하지만 다른 마필(8번 스탠드카메라맨)이 끼어드는 바람에 적중에는 실패했다. 최종결과는 8-9-13(-5). 5번 황금대로는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덜미를 잡혀 많은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김시용 프리랜서
마주협회장배 황당 이변 늦발…폭주…인기마 졸전 4월 21일 열린 마주협회장배 대상경주. 선행이 유력했던 1번 소백수와 3번 스페셜윈이 늦출발을 했다. 사진제공=KRA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3번 스페셜윈의 앞선 버티기와 9번 지금이순간의 막판 추입의 한판승부를 점치고 있었다. 장거리라면 9번의 우승이 유력하지만 단거리 경주라 두 마필 간의 우열을 논하기는 쉽지 않았다. 거액이 걸린 대상경주였던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고, 기수들도 한치의 실수도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실전의 상황은 최악으로 흘렀고, 경주 자체는 졸전의 연속이었다. 먼저 늦출발이다. 공교롭게도 선행이 유력했던 1번 소백수와 3번 스페셜윈, 그리고 이 경주에서 3위를 차지했던 추입마인 4번 즈믄둥이가 함께 늦출발을 했다. 3번 스페셜윈은 정말 아쉬움이 많았다. 생애 처음으로 한 늦출발이었던 데다 그것이 대상경주였기 때문이다. 발주대를 나오는 모습을 보면 기수도 말도 자세가 이상하다. 기수가 중심을 잃었는지 말이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출발했는지 몰라도 스페셜윈은 주저앉는 듯한 자세로 중심이 뒤에 있는 상태로 출발을 했고, 그것이 한 타임 늦게 나오는 상황을 초래했다. 최근 앞선에서 폭발력을 보여줬기에 늦출발은 스페셜윈에겐 치명적이었다. 다음은 2번 필소굿의 폭주다. 필소굿은 원래 발이 빠른 말은 아니다. 타고난 주폭으로 탄력을 붙이면서 스피드를 올리는 유형이었지만 이날은 출발 이후 시종 채찍을 대며 밀어냈다. ‘선행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식의 강한 말몰이로, 어이없게도 초반에 힘을 다 빼버렸다. 인기마 두 마리가 하나는 늦발, 하나는 폭주하는 황당한 실수를 해버렸으니 경주는 그걸로 끝이었다. 아마추어들 눈에는 필소굿이 최강의 승부를 한 것으로 비치겠지만 프로들의 눈에는 ‘오바질’(오버페이스의 속된 표현)이 분명했다. 결국 경주는 정상적인 레이스를 한 지금이순간이 압승을 거뒀고, 뉴앤드베스트가 2위를 차지했고, 늦발했지만 막판까지 사력을 다한 즈믄둥이가 3위를 차지했다. 2위마의 기록(1분29.1)을 보면 1군 대상경주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초라하다. 일류선수들과 일류마들이 모여서 큰 상금을 놓고 겨루는 대상경주.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만큼 수많은 이변이 발생하곤 했지만 이번의 이변은 수긍하기가 쉽지 않았다. 김시용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