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29일 임시국회에 참석한 모습. 야권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안철수 진영 세력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지난 2일 진보정의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강동원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다. 강 의원은 “지역구인 남원·순창에 진보정의당 당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토로하며 몇몇 기자들에게 “안철수 신당으로 갈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아직 더 지켜볼 일이지만 송호창 의원에 이은 또 다른 안 의원 측 현역 국회의원의 탄생이 머지않은 셈이다.
사실 강 의원은 올해 초부터 원내대표 사임의 뜻을 피력해왔다고 한다. 진보정의당 관계자는 “강 의원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원내대표로서 일하고 있지 않았다. 지역구 현안이 많아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 참석을 줄이고 싶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탈당은 한참 전부터 예정된 수순인 듯하다”고 밝혔다.
강 의원의 진보정의당 탈당은 안철수 의원 측과 사전 교감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진보세력에 대한 안 의원 측의 포섭이 훨씬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하다. 안철수 대선캠프 기획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제3의 정당을 만드는 것이 안 의원 측의 궁극적인 목표다. 진보 세력은 단기간에 흡수하고, 보수 세력은 천천히 포섭하는 전략이 나올 것”이라며 “정책보좌관 구성도 다 그런 걸 염두에 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말, 안 의원은 정책보좌관으로 이수봉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과 홍정욱 전 새누리당 의원 비서관 출신 주준형 씨를 임명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 파격적인 구성이었다.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한 진보계 인사는 “이수봉 보좌관은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으로 이쪽에서는 ‘재산의 많고 적음, 노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무조건 지급하자’는, 잘 알려진 ‘기본소득론자’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기본소득은 진보 진영에서는 꽤 오랫동안 연구되어 온 과제”라며 “안 의원이 이에 찬성하는 스탠스를 취하면 진보 세력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실제 기본소득 논의는 최근 진보정의당 안팎에서 논의되는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 노선으로 회복하자”는 목소리와도 맞물려 있다.
그런가 하면 앞서의 안철수 대선캠프 출신 인사는 “사실 안 의원 측이 공을 들이는 것은 강 원내대표가 아닌 천호선 최고위원”이라며 “안철수 신당이 천 최고위원을 영입한다면 진보정의당 내 국민참여당계 절반은 따라온다고 보면 된다”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천 최고위원이 최근 연세대 80학번 동기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 그 멤버들 가운데는 안철수 캠프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라인이 있다’ ‘4·24 보궐선거 당시 안철수 의원 측과 김지선 후보 측의 단일화 논의가 꽤 진지하게 진행됐는데 그때 중간다리를 놓은 것이 연세대 80학번’이라는 출처 불명의 소문이 돌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진보정의당은 민주당에 비해 흡수하기 쉬운 덩어리다. 당 지지율이 낮고 대다수가 비례대표인 진보정의당으로서도 나쁜 선택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앞서의 안철수 대선캠프 출신 인사는 주준형 보좌관 영입에 관해 “그 사람은 홍정욱 전 의원이 세운 연구소에서 활동했다고 보도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장기적으로 홍정욱 전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소장파에 대한 러브콜로도 읽힌다”라고 전했다.
지난 2일 탈당을 선언한 진보정의당 강동원 의원. 박은숙 기자
하지만 지난해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에서 떨어진 한 정치권 인사는 “야권에서 안철수 신당으로 가는 게 뉴스거리나 되겠나. 새누리당 의원이 움직여야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대선 이후 새누리당이 계파가 없어졌다고 말하는데 그건 친박계가 당을 90% 이상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안에서 보면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집권 여당으로서의 역동성이 살아나지 않고 야권에 계속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안철수 신당 참여는 모험에 가까운 일이기에 사전에 깊은 교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과거 민본21 활동을 했던 소장파들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소속 한 보좌관은 “원내대표 경선을 TK(대구·경북)가 독식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수도권 의원들이 당을 위해 앞장서서 뛸 동력을 잃은 것”이라며 “정치인에게는 공천이 생명유지장치와 같은 것이니, 선거를 앞두고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5·4 전당대회를 거치며 당권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상대적으로 안철수 의원 움직임에 무방비한 상태다. 김한길 의원 측에서 당권을 잡으면서 안철수 의원 측과의 관계 설정도 상당 부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 전언에 따르면 생각보다 ‘집안 단속’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소속 한 보좌관은 “안 의원이 들어왔다고 금방 사달이 나지 않는다”며 “민주당 네트워크를 무시하면 안 된다. 지난 대선 때 당 안에서 안 의원을 응원했던 일부 의원들 동향이 지금도 공유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보좌진은 “그 중심에 여비서 네트워크가 가동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치권 움직임에 관해 안철수 의원 측은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입성 이후 안 의원은 신당 창당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너무 진도를 많이 나가신다”며 선을 긋는다. 최근 여의도 이슈들에 관해서도 안 의원 측 윤태곤 전 공보팀장은 “이용섭 의원 상임위 양보 이야기는 우리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상임위 건은 조만간 입장이 정리될 것이다”, “강동원 의원 탈당은 우리 쪽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기에 언급할 사항이 아니다”, “호남 방문은 5·18 기념일이 되면 한 번 다녀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 정도다” 등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만 세력화와 관련해 ‘정치연구소’ 설립만큼은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현재 서울 마포 인근에 사무실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분권연구소 정균영 부소장은 “먼저 이름난 사람부터 모시려고 하지 말고 어떤 가치와 지향점을 두고 연구 활동을 할 것인가가 명확하게 세워져 있어야 한다”며 “자칫 연구소 자체를 선거 조직화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 된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안철수 본회의 1등 출석 비밀 혹시 왕따당한 거 아닙니까 하지만 실상은 좀 다른 부분이 있다. 당일은 하도급법, 대체휴일제, 정년 60세 연장, 유해물질 과징금 부과, 국민연금 국가지급보장 등을 놓고 여야가 입장이 엇갈리면서 법제사법위원회가 2시를 넘겨 이어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1시 30분부터 시작된 새누리당 의원총회 역시 길어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대다수 의원들이 본회의가 2시에 열리지 못할 것을 알고 오지 않았던 셈이다. 실제 안 의원 보좌진은 본회의가 연기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새누리당 소속 한 보좌관은 “안 의원실이 다른 의원실과 교류 없이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아직 상임위 활동도 없고 비교적 한가하니 일찍 갈 수 있는 형편이 됐던 것인데, 그렇다고 나머지 의원들이 놀았다는 의미가 되느냐”라고 반문했다. 민주통합당 한 당직자는 “본인이 열심히 하려는 뜻은 높이 사지만 다른 의원들이 노는 것처럼 비쳐서야 되겠느냐”면서도 “솔직히 국회의원들 제 시간에 회의장 안 나오는 건 맞다. 상임위든 본회의든 할 것 없이 회의가 시작됐다고 알려주면 그제야 회관을 나서고 습관적으로 회의 시간이 늦춰지는 것은 분명 잘못된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