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대표(왼쪽서 세 번째) 등 새누리당 당직자들이 4·24 재보선 TV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황 대표는 5월 중순께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에 맞춰 새누리당 당직을 대폭 개편할 계획이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이달 중순 치러진다. 황우여 당 대표는 거기에 맞춰 새누리당 당직을 완전히 개편할 예정이다. 겉으로는 순리대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엔 다른 속사정이 있다. ‘청와대 파출소’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 집권 여당 수뇌부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갈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에 대한 답 차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년 지방선거로 ‘유(U)턴’하려는 현역 의원의 활동 폭을 좀 더 넓혀주자는 의도도 숨어 있는 듯하다. 즉 중앙권력을 장악한 박근혜 정부에 지방권력까지 보태주자는, 일종의 ‘새 정부 밀어주기’의 한 방편이란 이야기다.
최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대선 체제에 맞춰진 당직을 재편해야 할 시점이 왔고, 새 원내대표가 뽑히는 시점에 당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도록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당 사무총장에서부터 대변인, 그리고 각종 회의에 참석하는 고위 당직자 대부분을 바꾸겠다는 일종의 ‘개각 선언’인 셈이다.
1년 이상 남은 지방선거에 새누리당의 물밑 움직임이 도드라지는 것은 민주당 탓이 크다. 한 정치권 인사는 “지방선거가 1년 정도 남아서 누구누구가 하마평에 오르는 것은 실로 당연한 일이지만 민주당은 죽고 사는 길목에서 지방선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어 상대적으로 새누리당 물밑 움직임이 눈에 띄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아주 대대적으로, 대폭 자치단체장이 되려는 현역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 까닭은 이렇다.
우선 현역 국회의원 대부분의 정치적 야망 때문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국회의원 300명에게 꿈이 뭐냐고 솔직하게 대답해 달라고 하면 대부분 국회의장 내지는 대통령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결국 시(市)나 도(道)를 운영한 행정력을 바탕으로 더 큰 꿈에 도전하려는 것이 유턴의 큰 이유”라며 “집행 기능이 큰 자치단체를 운영한 뒤 국무총리에 지명되고, 이후 대선에 나서는 것이 엘리트 코스”라고 말했다.
박근혜라는 걸출한 인물이 당 밖으로 나갔으니 새누리당으로선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셈이고, 모두가 정치권 스타를 꿈꾸며 차기 대선에 도전한다는 관측이다. 19대 총선에 불출마 했지만 홍정욱 전 의원은 인지도가 높다는 점에서 서울시장 후보군에 올라 있다.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 홍 전 의원의 눈이 ‘청와대’로 향해 있다는 것은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 의원이 자신의 고향이나 지역구로 금의환향을 꿈꾼다는 점이다. 자신의, 그리고 가문의 성공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지자체장이다. 정치권은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이 부산시장에 뜻을 두고 사무총장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힌 것과 친박 3선의 유기준 의원이 부산시장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로 이런 점을 들고 있다. 특히 허남식 부산시장은 3선 제한에 걸려 차기 지방선거에 도전할 수 없어 부산으로선 ‘부산시장 공론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영 복지부 장관, 홍정욱 전 의원.
세 번째 이유는 ‘지방권력’을 확보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을 돕겠다는 목적에서다. 현재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군에 포함돼 있고, 조윤선 여성부 장관 이름도 오르내린다. 박 대통령이 이들을 장관에 앉힌 것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인 조원진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설에 오르내리는 것도 같은 이유로 읽힌다. 이 부분은 서 사무총장의 시장 출마설과 무관치 않다.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이학재 의원이나 윤상현 의원이 인천시장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역대 정부가 중앙권력은 이양받았지만, 지방권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힘이 부치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박 대통령이 충분히 학습한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특히 지방 언론과의 스킨십을 넓히겠다는 청와대의 의도는 지방권력 이양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지방균형발전론자인 박 대통령이 자신을 전폭적으로 밀어준 지방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손발을 맞출 지방선거 후보를 간택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돈다.
무엇보다 지자체장은 현역 의원들의 ‘경력 관리용’으로 손색이 없다. 현역 의원이 국무위원으로 지명됐다 돌아올 경우 대부분 해당 의원을 ‘○ 장관’이라고 부른다. 국무총리나 장관은 일종의 브랜드로서 가치가 높다. 이는 도지사나 시장도 마찬가지다.
입법부에서의 경험과 행정력 확보라는 필요충분조건이 확보되면 중량감을 한껏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로의 유턴 현상이 나타나는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현재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는 새누리당 최다선(7선) 정몽준 의원은 여전히 유력한 잠룡 중 한 명이다. 입법부 경험에다 자산가이지만 행정 경험 부족은 번번이 그의 약점이 됐다.
일부는 20대 총선에서 낙마할 가능성이 커 미리 자리를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비박근혜계 중 대표적인 인물로 5선의 정의화 의원이 부산시장 자리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또 친이명박계로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낸 주호영 의원이 대구시장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이밖에도 고령이거나 계파 때문에 지방선거를 노리는 인물들이 나타날 것이란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현역 의원뿐만 아니라 전직 국회의원의 지방선거 출마 저울질도 한창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이나 원희룡 전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군에 올라 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나 의원은 ‘1억 원 피부과설’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깊게 각인됐고, 원 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기여한 바가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권오을 전 사무총장도 경북도지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