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탄전으로 얼룩진 8월28일 민주당 당무회의. 당직자들 이 정대철 대표 앞에 무릎을 꿇는 보기 드문 상황도 벌어 졌다(위).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지난 9월4일 한 나라당 연찬회에서 ‘5·6공세력 용퇴론’을 주장한 원희룡 의원(왼쪽)이 최병렬 대표와 대화를 | ||
평소 정치혐오증으로 의도적으로 정치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이번 추석에는 ‘가족 정치토론’에 참여하고 싶거나 일반상식 수준을 넘어서는 식견을 과시하고 싶다면 최소한 다음 10가지 사항에 대해 꿰고 있을 필요가 있다.
[1. 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이유]
취임 초 90%대에 육박하던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6개월(8월25일)을 전후해 평균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노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서 가장 낮은 기록은 석간 <내일신문>의 7월 여론조사에서 집계된 27%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6개월 당시 지지율은 무려 79.7%에 달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한 시점은 취임 3년이 지난 2000년 12월이다.
노 대통령이 지지율과 관련해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율이다. 김 전 대통령의 2000년 12월 지지율 38.7%는 호남지역 지지율 71.2%를 바탕으로 유지됐다. 반면 노 대통령이 37.7%의 지지율(<문화일보>)을 기록한 당시 호남지역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높기는 했지만 49.4%에 불과했고, 대전·충청(47.9%), 부산·울산·경남(39.5%), 강원·제주(46.4%) 등 영남·충청·강원지역에서도 만만치 않은 지지율을 보였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세대별 경향이다. 연령별로 20, 30대의 지지율은 각각 47.2%, 42.2%인 반면 40, 50대의 지지율은 27.5%와 33.6%를 기록하는 등 세대간 분화현상이 뚜렷했다. 문제는 지난 대선에서 높은 수치를 보였던 40대의 지지율이 최하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세대는 대학시절 반미 민주화 운동을 몸으로 경험한 세대인 동시에 현재 각 분야에서 중간간부 이상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노 대통령 지지율 반등할까]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단 한차례의 반등도 없이 하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히딩크에 비유하면서 처음에는 비판을 받지만 결국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 수치는 그리 간단치 않다. <문화일보> 조사에서 향후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과 관련, ‘지금보다 잘할 것이다’는 답변은 45%인 반면 ‘지금과 비슷할 것이다’, ‘지금보다 못할 것이다’는 답변은 38.8%와 13.7%였다. 현재의 부정적 평가를 감안하면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는 답변은 사실상 부정적인 평가로 분석된다.
결국 노 대통령은 경제가 갑작스런 호황을 맞거나 남북관계에 엄청난 진전을 보는 등 상당한 수준의 호재가 없이는 지지율 반등이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3. 민주당 신당추진 어떻게 되나]
민주당 신주류는 지난 4일 마지막 당무회의 직후 ‘신당추진주비위’를 구성하는 등 독자 신당창당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주비위’란 준비위 전단계로 법적 지위는 없는 임의조직이다. 이는 준비위가 정당법상 창당 준비를 하는 정당조직으로 법적 인정을 받는 것과 다르다. 신주류는 앞으로 상당기간 탈당하지 않은 채 당내에 머무르면서 창당작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주류가 이 같은 ‘당 중 당’ 창당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정치자금 문제다. 신주류는 탈당시 민주당이 받는 수백억원대의 국고보조금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한다. 중앙당사도 새로 임대해야 하고 당료도 뽑아야 하는데 이에 자금이 필요한 경우 역시 자체 조달해야 한다.
두 번째는 신주류 리더와 신주류 강경파들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투쟁이다. 김원기 고문 등은 만약 20~30명의 강경파들과 함께 선도탈당을 할 경우 강경파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자신이 강경파의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정거장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김 고문이 선도탈당파로부터 추가 탈당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받고 거절한 것도 이 때문이다.
[4. 신당 관련 ‘노심’은 없다?]
노 대통령은 그간 신당문제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지만 신주류조차도 노 대통령이 개혁신당을 선호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이 간혹 핵심 측근과의 회동에서 “전국정당을 한다면 10~20석만 돼도 좋다”는 등의 발언을 하거나 핵심 측근들이 개혁신당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신당 문제에 공식 개입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개입이 ‘신당=노무현당’이라는 야당 공세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신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전투구하는 양상을 국민들에게 그대로 노출시켜 정치권 전반의 물갈이 분위기를 조성한 뒤 개혁신당 창당에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5. 한나라당 지지율 답보 이유]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8개월째 신당을 둘러싼 내분으로 여당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이 분당될 경우에도 신당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한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지지율 답보는 두 가지 정도의 이유로 분석된다. 첫째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이 ‘불임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야당은 집권 가능성이 높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거물 정치인에 의해 유지돼 왔고 이들의 인기가 곧 정당의 인기였다. 지난 대선 이전 한나라당은 초기 ‘반DJ 정서’에 기반한 지지율을 누렸다.
당시 이회창 전 총재의 지지율은 한나라당 지지율을 밑돌기 일쑤였다. 그러나 현재 DJ 퇴임 이후 반DJ 정서라는 강력한 반대계층도 사라진 데다 한나라당은 강력한 차기 대권후보도 갖고 있지 못하다.
실제로 최병렬 대표의 경우 차기 대권후보나 당의 상징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대선 패배를 반성하고 환골탈태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새로운 지지를 끌어낼 유인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원로정치인 용퇴론’으로 인한 한나라당의 내분이 오히려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6. 신당의 영남권 진출 가능할까]
민주당 신주류는 현재의 민주당으로서는 영남권 진출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서는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당의 영남권 진출은 가능할까. 비록 논란을 겪었지만 신당이 호남당, DJ당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정당으로 출발한다면 가능성은 높아진다. 만약 신당이 노무현당 색깔을 띨 경우 호남권과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노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경남지역에서는 선전이 기대된다.
그러나 총선에서는 선거구 못지 않게 인물이 중요하다. 현재 신당연대 등의 인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신당의 진출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노무현의 핵심측근이면서 어느 정도 지명도를 갖춘 인사들이 대대적으로 출마해 부산·경남지역에서 한나라당 대 노무현신당의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산·경남지역에서 문재인 민정수석, 허성관 해수부 장관, 김두관 행자부 장관, 김정길 전 의원, 이철 전 의원, 김기재 의원, 이호철 청와대 민정1비서관,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 박재호 전 청와대 정무2비서관 등이 동시에 출마해 ‘노무현 벨트’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정동영 고문(왼쪽)과 강금실 법무장관. | ||
민주당 구주류 온건파와 중도파 일각에서는 신당파와 민주당 사수파의 ‘합의이혼’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사수파는 그대로 남아 당 개혁과 외연확대를 추진하고, 신당파는 탈당을 통해 신당을 창당한 뒤 총선을 앞두고 연대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합의이혼론’의 근거는 민주당이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영남권에서 각각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그러나 합의이혼론의 최대 맹점은 선거구도가 단일한 야당 대 분열된 여당으로 짜여진다는 점이다. 이 경우 여야간 대부분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수도권에서 참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영남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어부지리로 제1당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럼 여권이 제1당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 민주당과 한나라당 탈당파의 통합연대, 정치권 외곽의 신당연대, 개혁당 등이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타파의 명분을 내걸고 순조롭게 대통합을 이뤄내면 여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제1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대통합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하나로 민주당, 제2여당, 제3여당 등이 선전, 3당 당선자를 합한 숫자가 과반수인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8. 노 대통령 총리직 제1당 양보?]
노 대통령은 최근 공무원과의 온라인 대화에서 ‘총리직 제1당 양보를 통한 프랑스식 대통령제 운영’ 약속은 그 전제였던 지역주의 타파에 대해 정치권이 반응을 보이지 않은 만큼 자동 폐기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앞으로 전형적인 미국식 대통령제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상대하면서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를 구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여당이나 신당과의 관계를 완전 단절할 것이라는 관측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권이 분열될 경우 일종의 연립정부 형태로 국회를 운영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9. 검찰 사정, 구주류 정리용인가]
노 대통령은 지난 4일 열린 국회의장, 여야 대표 등과의 오찬회동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 자신이 검찰 수사에 개입하고 있음을 입증할 어떠한 정황 증거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수사에 노 대통령의 의중이 직접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검찰측이 ‘알아서 기는’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즉 검찰의 사정칼날이 공개적으로는 민주당 구주류를 겨냥, 구주류의 정계은퇴를 유도하고 내부적으로는 신주류를 겨냥, 개혁신당 창당을 재촉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권노갑 고문이나 박지원 전 장관은 구주류 대표 인사로서 구속됐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정치자금 지원 리스트는 신주류를 겨냥하고 있다.
[10. 여권 차기 대권주자는 누구]
현재로서는 노 대통령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직접 차기 대권 후보로 언급한 정동영 고문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 고문은 각국 지도자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다보스 포럼에 노 대통령을 대신해서 참석하는 등 나름대로 경력관리를 해오고 있다. 추미애 의원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는 정동영 고문과 동일 반열에 올랐지만 특검제 등을 둘러싸고 노 대통령을 강력 비판하는 등 주변을 맴돌다 후보 가능성에서 뒤로 처진 반면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신당 대표 후보 1위로 거론되는 등 인기가 급상승중이다.
정동영 고문과 함께 ‘천·신·정’으로 불리는 천정배 신기남 의원 등도 내심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 의원은 ‘호남 몇 대 천재’로 꼽히는 자신이 정동영 고문에 의해 대변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상수 총장 역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도 탈락할 경우 우선 서울시장에 출마한 뒤 차기 대권가도에 합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