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석 사고친 뒤 대변인 ‘유고’ 알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미국 시간으로 8일 오전 8시(한국시간 8일 오후 9시) 워싱턴DC 헤이애덤스호텔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수행 경제사절단과의 조찬 간담회에 배석한 뒤로는 종적을 감췄다. 오전 10시 30분 있었던 박 대통령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부터는 수행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이 8일 오전부터 자취를 감췄고, 심지어 박 대통령의 마지막 방문지인 LA에는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는데도 대부분의 방미 취재
단은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이유가 있다. 방미 취재단에 속했던 한 기자는 “평소에도 그랬듯이 방미 기간 중에도 윤 전 대변인은 취재에 도움이 되는 일이 별로 없었고, 워낙 존재감이 없다보니 그가 사라진 사실을 기자들이 알아채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그마저도 조원동 경제수석의 ‘사고’가 아니었다면 취재단이 ‘대변인 유고’ 인지 시점은 더 늦어질 수도 있었다. 8일 오후 방미단이 LA에 도착한 직후 조 수석은 프레스룸을 찾아와 워싱턴DC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미국상공회의소 주최 라운드테이블 및 오찬 간담회’ 결과에 대해 브리핑했는데, 이 과정에서 조 수석이 ‘월권 논란’을 자초하는 문제성 발언을 하는 바람에 기자들이 대변인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 수석은 간담회 당시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한국 법원이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는 바람에 어렵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면서 “대법원에서도 이런 판결이 나오면 기업들은 38조 원가량의 추가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월권 논란에 휩싸였던 조 수석이기에, 대법원 판결에 관한 이 발언은 큰 파문을 낳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취재단의 다른 기자는 “조 수석이 사고를 쳤기 때문에 당연히 기자들은 대변인을 찾았고, 그제야 윤 전 대변인이 뭔가 불미스러운 일로 갑작스레 귀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런 일이 없었다면 청와대가 더 늦게 발표할 수도 있었고 그때까지 모를 뻔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은폐 의혹이 제기될 만한 대목이면서 한편으론 이 과정 자체만으로도 윤 전 대변인은 이번 추문이 아니더라도 청와대 대변인으로 부적격자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박공헌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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