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월 13일 서울시청에서 ‘협동조합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장들이 정치 세력화 도구로 협동조합을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협동조합 활성화의 주역은 단연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지난해 7월 박 시장은 ‘협동조합도시 서울 비전 선포식’에서 “10년간 서울에 8000개의 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2013년 마을기업 지원계획’을 발표하고 협동조합을 본격적으로 발굴·육성하고 있다. 박 시장이 만들었던 희망제작소는 지난 4월부터 협동조합 창업아카데미를 열고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 사회적경제과 관계자는 “지난 4월 말 기준 서울시에 등기 완료된 협동조합은 263개”라며 “협동조합은 하나의 법인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시행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협동조합은 설립 때 공직선거와 관련해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 없도록 명시해야 한다. 농협·수협·새마을금고 등이 선거 중립을 지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만들면 서울시가 세금으로 80%를 지원한다”는 루머도 나올 만큼 정치 세력화 목소리는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최근 서울시 소속 한 주무관은 사석에서 “시민단체 지원에서 협동조합 지원이 주가 되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불평불만이 있다”며 “협동조합도 자세히 보면 사회적 기업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언급한 문제점이란 각 지자체들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속한 정당에서 만든 곳을 집중 인증하는 것을 말한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한 진보 진영 인사는 “사회적 기업은 지자체가 목줄을 쥐고 있는 형태가 많다 보니 정치적 색깔을 띠기도 한다”며 “경기도의 한 사회적 기업은 직원들이 전부 똑같은 정당에 소속된 당원인 것이 문제가 됐다. 알고 보니 이 기업은 직원들의 월급 일부를 당비로 다시 반납하며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서울시와 기획재정부는 “협동조합은 직접 지원이 아닌 간접 지원이 원칙”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서울시뿐 아니라 협동조합이 관 주도로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자체에서 협동조합에 각종 지원을 쏟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조합원들 처지에서는 그 혜택을 계속 누리기 위해 기존 기초단체장이나 그 단체장이 속한 정당에 표를 몰아줄 수밖에 없다”며 세력화가 충분히 가능함을 시사했다.
보수단체에서는 협동조합으로 인해 지원금이 대폭 삭감될 것이라는 공포감도 조성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서울시는 보수 성향의 대북단체를 지원 대상에서 대거 제외시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박 시장은 “시민단체 지원을 결정하는 공익사업선정위원회는 오세훈 전 시장 시절에 위촉돼 한 명도 바꾼 적이 없고 제가 어느 단체를 선정해라 말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도 “일부 북한 인권단체들은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특정 정파적 성격을 드러내 시민단체로서의 공정성이나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보수 진영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다. 협동조합은 박근혜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고, 현 정부의 ‘뉴새마을운동’의 핵심 과제 역시 협동조합 육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1호 협동조합인 대리운전협동조합 설립을 주도했던 강승구 행복세상 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은 하나의 중소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중소기업으로 보지 않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협동조합은 정치적 차원이 아닌 사회통합 차원에서 활성화되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각에서는 협동조합은 대안 경제 모델로 보고 무작정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홍보하기도 하는데 협동조합은 일반 기업들의 전략적 상호보완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의 서울시 관계자는 “요즘 서울시가 사회적 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 협동조합 등을 ‘사회적 경제’라고 포장하고 있다. 기본 취지나 설계부터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이념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박 시장님, 마이스(강북 코엑스) 재추진을…”
이 같은 방침에 은평구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 2010년 중단된 ‘마이스(MICE) 산업 단지’를 재추진할 것을 요구하며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서울혁신파크는 경제 효과가 없으니 ‘강북의 코엑스(컨벤션센터)’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이 대책위에는 전·현직 시·구의원들과 직능단체장들도 다수 포진돼 있어 향후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해당 부지에는 이미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회적경제과지원센터 △서울크리에이티브랩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청년일자리허브 등이 입주해 운영되고 있었다. 사실상 서울혁신단지 조성을 되돌리기 어렵게 된 것이다.
민주당 소속 한 은평구의원은 “마이스 단지 조성은 불경기에 사업성도 없고 참여하려는 기업도 없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잘 알지만 박 시장이 왜 당과 주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이해하지 못할 것들을 만들려는 것인지 나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