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세 후보를 만나봤다. 왼쪽부터 우윤근, 전병헌, 김동철 의원.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우윤근 의원
―어떻게 출마를 결정하게 됐나.
▲지금 민주당은 위기다.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무엇보다 내부가 단결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했다. 지난 대선 패배는 패배 자체로도 큰 상처였다. 그런데 이후 서로 책임만 전가하며 갈등을 겪었고 심지어 전당대회를 치르면서까지 갈등이 있었다. 강력한 야당이 되려면 누군가 내부의 상처를 보듬어 안고 소통하고 화합해야 한다. 나는 늘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출마 배경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 대선 호남에서는 민주당을 90% 이상 지지해줬다. 그럼에도 패배했다. 호남 정치가 붕괴 직전이다. 난 호남 인사다. 내 나름대로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호남 주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
―무엇보다 원내대표는 여권과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물론이다. 기본적으로 야당은 여당과 싸워야 하는 것은 맞다. 예전만 하더라도 야당은 장내와 장외에서 투쟁했다. 하지만 이제 싸우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무조건 여당을 비판하고 발목을 잡는 것은 안 된다. 그보다 정책 기반, 법안 통과 등 실력으로 승부를 걸어 여당을 압도해야 한다. 여당보다 더 국민 곁으로 다가가고 민생현장에서 민생법안을 고민해야 한다. 생산적인 야당을 만들겠다.
―우윤근 리더십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나는 협상을 가장 많이 해본 사람이다. 원내 부대표와 법사위 간사위원장을 역임했다. 간단한 자리가 아니다. 정치는 경험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원내 협상에 관해서는 실전을 통해 많이 경험했다.
―사실, 외부에서는 ‘우윤근은 마냥 사람만 좋다’는 평이 많다. 선명한 대립각을 세워 여당과 대결해야하는 원내대표 자리에 우윤근은 적절치 않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꼭 욕하고 대들고 몸으로 부딪히는 게 강한 게 아니다. 나는 국회에서도 가장 많이 싸우는 법사위에 오래 있었다. 18대 때는 열세 명의 법사위원 중 야권은 나를 포함해 네 명에 불과했다. 그 때도 난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끝까지 인내하며 대화했다. 이것이 훨씬 어렵다. 그냥 욕하고 소리 지르는 게 잘하는 것 같지만,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마냥 사람만 좋다는 외부의 평은 그저 멀리서 나를 바라본 모습이다. 결국 상대의 얘기를 잘 듣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이기는 거다. 뭐가 더 고단수인지 생각해보라.
―민주당 내 계파갈등 문제가 여전하다. 향후 대선평가보고서와 대선자금검증보고서 문제는 어떻게 논의할 생각인가.
▲지금은 내상 치유가 가장 중요하다. 그 문제를 다시 꺼내는 것은 결국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것이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게는 이미 충분히 메시지를 던졌다고 본다. 그 정도 선에서 하겠다.
―안철수 의원이 원내에 들어왔다. 안 의원과의 관계설정도 쉽지 않은 문제다.
▲모든 것은 우리하기에 달려있다. 우리가 잘해서 신뢰를 얻으면 걱정할 문제 아니다. 난 오히려 안철수 세력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 세력 때문에 우리가 더 분발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고 본다.
―오는 10월 재·보선이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 간의 한판 승부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호남에서의 대결이 걱정일 텐데.
▲그렇다. 그 때까지는 어차피 관망해야 하지 않겠나.
―김한길 대표는 안철수 세력을 민주당으로 끌어들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신뢰가 쌓이면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다.
―현재 여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소통하지 않는 불통이 가장 큰 문제다. 그리고 경제민주화도 그렇다. 상황이 무척 좋지 않다. 서민과 중산층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 내가 원내대표가 된다면 가장 먼저 여권을 설득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경제민주화다.
―그 외에 원내대표가 된다면 꼭 하고자 하는 일이 뭔가.
▲원내에서 소모임을 활성화해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수시로 개설하겠다. 또 민주당을 계파 중심이 아니라 상임위 중심으로 만들겠다. 새누리당을 압도하려면 상임위에서 열심히 싸워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앞서 강조했듯 경제민주화를 위한 입법 활동에 우리의 모든 원내 역량을 총결집시키겠다. 또 현안도 현안이지만, 장기적인 과제로 개헌을 논의하겠다.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준비했기 때문에 반드시 개헌에 대한 논의를 해나갈 것이다.
―끝으로 포부 한마디.
▲처세무기단솔진(處世無奇但率眞)이라 했다. 세상 살아가는데 특별한 재주는 없고 오직 솔직하고 진실하라는 뜻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우리끼리 신뢰도 구축해야겠지만, 상대에게도 신뢰받는 정치를 하겠다. 또 무욕즉강(無慾則强)이라 했다. 결국 욕심을 버려야 강해진다. 난 국회의원으로 명예롭게 떠나는 것이 일생 목표다. 대통령이나 도지사 나갈 생각도 없다. 그런 자세로 임하겠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전병헌 의원
―원내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배경은?
▲60년 전통의 민주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 위기는 무늬만 제1 야당이라는 존재감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3선 의원이자 30년 민주당원으로 민주당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그 누구보다 깊다. 존재감 있고 선명한 민주당을 만드는 역할이 필요할 때다.
―‘민주당 60년 역사를 정리해 역사적 동질감을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당 계파갈등 청산에 대한 대안인가.
▲대선 패배 후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민주당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신뢰를 잃는 모습에 자존심이 상했다. ‘이때 김대중 대통령이 계셨다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 자서전을 다시 읽었다. 아쉬움과 아픔을 가지고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을 다시 보니 민주당의 역사를 새롭게 보게 됐다.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힐링’시켜줬다. 이에 모든 의원과 민주당의 역사적 동질감을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열을 재정비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의 역사적 동질감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계파갈등은 기본적으로 정서와 감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19대 국회 들어와 민주당은 당내 선거만 3차례, 대선까지 치면 4차례의 선거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알기도 전에 계파의 딱지가 붙어 선입견과 상처를 주고받았다. 일을 중심으로 한 오피셜한(공식적인) 워크숍 외에 지난 1년간 지치고 상처받은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는 ‘힐링 워크숍’을 가질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적으로 가까워져야 한다.
―계파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가 대선평가보고서였다. 이에 대한 입장은?
▲대선평가위에서 패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처해있는 물리적 시간의 한계를 생각한다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김한길 당대표가 ‘호남 쪽에서 지도부로 된 사람이 없어 고심 중’이라고 했다. 나머지 두 원내대표 후보는 호남 출신이다. 일각에서 지역안배론도 나온다.
▲지금 민주당이 당면한 위기를 감안하면 지역안배 이야기는 너무도 한가하고 구태의연하다. 국민과 당원의 뜻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영남 출신 노무현을 선택한 호남 민심은 전국정당으로 외연을 확대하라는 의미다. 최근 안철수 현상도 마찬가지다. 지역안배 운운은 호남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모욕하는 것이다.
―원내대표는 여권과의 스킨십이 유연해야 한다. 대여 강경론자로 평가되는데 ‘부딪히면 부러지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있다.
▲민주당 존재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할 때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했다. 1년차의 집권여당 원내대표는 그 세가 가장 막강할 때다. 그런 집권여당 원내대표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결기와 기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는 청와대 대리인의 성격이 강하다. 5년 가까이 청와대 내부를 두루 거치면서 청와대의 시스템과 분위기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를 상대하기 비교적 용이하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강경한 것이 아니다. 합리와 상식이 가장 중요하다. 집권여당이 이를 벗어날 때는 단호하게 맞서겠다는 것이다. 협력할 것은 절도 있고 깔끔하게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53%로 나타났다. 대선 득표율 51.6%를 처음 넘어섰다. 하지만 야당 입장에서 점수를 매기자면 F학점 수준이다. 13명이 낙마한 인사 참사부터 정부조직법 처리과정까지도 독선과 불통의 리더십을 보였다. 최근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남북관계 단절 등 두 달 동안 보여준 국정운영 난맥상은 매우 심각하다. 이명박 정권의 독선과 불통의 리더십을 답습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남은 임기 국정운영이 우려스럽다.
―고대 학생회장 출신인 딸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들었다. 이번 원내대표 출마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밤 12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가도 아들과 딸이랑 30분 이상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 딸아이가 민주당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민주당이 ‘헤드라인 체이서(이슈를 뒤늦게 쫓는 사람)’가 아닌 ‘헤드라인 메이커(이슈를 선점해 만드는 사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김동철 의원
―가장 늦게 출사표를 던졌다. 경선 출마 계기는?
▲박근혜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바로잡아야 할 민주당이 지금 벼랑 끝 위기에 처해있다. 민주당을 바로 세우는 데 구원투수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간절함에서 출마하게 됐다.
―출마선언 때 ‘127명의 민주당 의원 모두가 주류가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민주당 계파갈등 극복에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민주당 계파갈등의 원인은 당내 불통과 불신에서 비롯된다. 원내대표가 된다면 1년 내내 원내대표실에 상주하면서 127명 의원 한분 한분을 만나 충분히 소통하겠다. 그로부터 계파갈등 치유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정작 본인을 손학규계로 분류하는 시각이 있다.
▲특정한 계파에 속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손학규 상임고문의 가치와 철학, 정책 스탠스를 좋아한 사람들끼리 만나 정서적으로 공감을 이루었던 것은 사실이다.
―원내대표가 된다면 대여 관계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야당이라고 과거처럼 장외 집회나 정권 퇴진운동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실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창의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이 싸워야 한다고 할 때는 단호하게 싸워야 하지만 협조해야 할 때는 협조하는 것이 대여 관계다.
―안철수 의원이 호남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서 변화하고 쇄신하고 난 다음에 안철수 의원 측과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런 노력 자체가 야권을 통합시키고 결속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오늘(9일) 기초의회·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개인 견해는?
▲정당공천을 폐지할 경우 지역의 토호세력이나 현역이 월등하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진세력,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 기반 없는 전문가의 지방의회 진출이 제약된다. 이 점에 대한 보완책이 먼저 나왔어야 했다.
―다른 두 경선 후보자에 없는 본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현재 민주당이 처한 위기의 원인을 잘 알고, 그 근본적 해법을 가장 잘 실천할 적임자가 나다. 견제할 때와 협력할 때를 정확히 구분해 대처하는 것이 민주당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그동안 원내 활동 과정에서 이런 자질과 신뢰를 갖춰왔다고 자부한다.
―경선까지 며칠 남지 않았는데, 막판 단일화 가능성은 없나.
▲단일화만이 능사가 아니다. 원내대표 선출은 결선투표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단일화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다만, 호남 지역민의 입장에서 우려하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 처신해 나가겠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