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신부’로 팔린 여성들이 친부모를 찾는 게시판.
남초 현상이 심각한 중국의 현주소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남녀 성비율 균형이 무너진 중국에서는 요즘 ‘신부감 구하기 전쟁’이 한창이다. 남자들보다 여자들 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기현상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아들과 딸의 출생 비율은 아들이 135명일 때 딸은 100명에 그치고 있으며, 그 결과 남자에 비해 여자가 무려 4000만 명이나 부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가 지난 30여 년간 강력하게 추진해왔던 출산억제 정책 탓이다. 이를테면 ‘한 가정 한 자녀 갖기 운동’에서 비롯된 일종의 병폐 현상인 것. 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비단 성비 불균형뿐만은 아니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에 따르면 중국 내 남초 현상 때문에 벌어지는 사회적 문제들은 가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마치 상품처럼 사고 팔리는 여자 아기들이 있는가 하면, 아예 납치를 해서 아내로 삼아버리는 범죄 행위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노총각들처럼 동남아에서 신부감을 구해오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과연 중국에서 여자들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걸까. <슈테른>이 최근호에서 진단한 중국의 남초 현상을 살펴봤다.
푸젠성 푸톈의 신발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예추즈(25)는 얼마 전부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과 함께 친부모 찾기에 나섰다. 공원 벽에 자신의 사진과 함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놓고 그 아래는 “1987년 출생. 친부모를 찾습니다”라는 짤막하지만 간절한 글을 써놓았다.
그녀는 언젠가 지나가는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나는 어디서 왔나요?”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다.
사실 그녀에게 생모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아니, 있을 수가 없다.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대나무 바구니에 담겨 엄마 품에서 떨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아직 탯줄도 떨어지지 않은 갓난 그녀를 팔아넘긴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엄마였다. 이렇게 팔린 추즈는 중개인을 통해 한 가난한 농부의 집에 50유로(약 7만 원)에 입양됐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녀는 딸로서 입양된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운명은 이미 입양된 순간부터 ‘며느리’로 정해져 있었다. 농부 내외가 자신들의 여섯 살 난 아들과 먼 훗날 혼인을 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입양했던 것. 이렇게 추즈처럼 팔려가는 아기를 중국에서는 ‘아기 신부’라고 부른다.
그녀가 모든 것을 알게 된 것은 17세 때였다. 그녀는 그동안 엄마라고 불렀던 사람이 친엄마가 아니고, 또 오빠라고 불렀던 사람이 친오빠가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는 17년 동안 오빠 동생 사이로 지냈던 남자와 한 방을 쓰도록, 그리고 아내가 되도록 강요당했다. 결국 등 떠밀리듯 오빠와 결혼식을 올린 그녀는 한동안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살았다. 아들과 딸을 하나씩 낳고, 좋은 아내이자 좋은 며느리로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런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녀는 결국 집을 나와 혼자 생활하기 시작했으며, 남편과는 혼인증명서만 있을 뿐 남남처럼 살고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오빠를 ‘남편’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오빠한테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그동안 내 자신이, 내 몸이 저주스러웠다. 차라리 남자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한탄했다.
추즈처럼 단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치 상품처럼 사고 팔리는 중국 여성들은 많다. 신붓감을 구하기 어려워진 남자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여자들을 구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슈테른>은 “중국에서는 사랑이 거래 행위로 타락했다”고 말했다.
사실 추즈의 양부모처럼 부모가 미리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중국 총각들은 중국 처녀를 만나는 게 점점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설령 만난다 하더라도 돈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여자들이 가능한 경제적 능력이 있는 남자를 만나길 원하기 때문이다.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 여성들의 경우에는 더 심하다. 노골적으로 남자들에게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여성들은 자신보다 연봉은 두 배가 넘고, 결혼 즉시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집을 갖고 있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길 바라고 있다. 심지어 짝짓기 프로그램에 나온 한 여성은 자신에게 구애를 보낸 한 백수 남성에게 “자전거를 타면서 웃을 바엔 차라리 BMW를 타면서 울겠어요”라고 퇴짜를 놓았다.
이렇게 결혼이 힘들어지자 총각들에게 데이트와 맞선을 알선해주는 결혼정보회사도 성행하고 있다. ‘황금 총각’이라는 업체의 경우에는 백만장자 남성들에게 연회비 12만 유로(약 1억 7000만 원)를 받고 A 급 처녀들을 소개하는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잖은 경우에는 중개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발품을 팔고 다녀야 한다. 가령 상하이의 인민 공원에서는 한 노년의 남성이 손수 만든 광고판을 들고 서서 아들의 신붓감을 찾고 있었다. 광고판에는 “나이 33세. 키 178㎝. 명문대 졸업. 월급 1만 위안(약 176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따이원성과 베트남 아내 커플(왼쪽)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짝짓기 쇼프로그램.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요즘 중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현재 1억 8000만 명의 싱글들이 짝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한 번에 1억 명이 동시에 시청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내뱉는 여성 출연자들의 무개념 말들도 화제가 되곤 한다. 어떤 여성은 “저와 악수하려면 2만 5000유로(약 3500만 원)를 내세요”라고 말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치열한 국내 경쟁에서 뒤처진 노총각들의 경우에는 하는 수 없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무용 강사인 따이 원성(45)은 베트남 신부 난(25)과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블로그에 올려 누리꾼들 사이서 ‘결혼 멘토’라고 불리는 인기 블로거다. 하지만 그 역시 결혼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번번이 연애에 실패했던 그는 2년 전 결국 중국 여자를 만나는 것을 포기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비위를 맞춰줘야 했던 중국 여자들이 영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가령 데이트를 할 때마다 택시를 타고 집 앞에서 픽업을 해주길 바라거나, 혹은 백화점이며 레스토랑을 갈 때마다 늘 자신에게 계산을 미루는 여자들을 만나면서 그는 불만이 목까지 차올랐었다. 그때 한 친구가 그에게 “그러지 말고 베트남에 가봐. 거기선 중국 남자들을 모두 부자처럼 대해줘”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반신반의하면서 베트남으로 향했던 그는 10유로(약 1만 4000원)를 내고 신문에 구혼 광고를 냈다. 그러자 놀랍게도 며칠 후 수백 명의 여성들이 연락을 해왔다. 그 가운데는 지금의 아내인 난도 있었다. 그가 베트남 여성들에게서 가장 감동을 받았던 것은 중국 여성들에게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싹싹한 태도였다. 가령 과일을 깎아주거나 말하지 않았는데도 셔츠를 빨아주는 모습은 꿈에 그리던 아내의 모습이었다.
만난 지 2주 만에 결혼식을 올린 그는 중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경험담을 블로그에 상세히 올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중국 총각들로부터 ‘선생님’ 혹은 ‘대가’라고 칭송받게 됐다. 현재 그는 “제발 여자를 찾게 도와주세요”라고 애원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해외 원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7일 동안 베트남에 머물면서 신붓감을 구할 수 있도록 돕는 중개 서비스인 것. 한 사람당 3600유로(약 500만 원)를 받고 있는 그는 “사실 로맨틱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원하는 것을 얻는다”고 말했다. 중국 남자들은 아내를, 그리고 베트남 여자들은 돈과 남편을 얻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결혼이 꼭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적법한 절차를 밟아서 신부를 구해오지 않고 인신매매 조직을 통해 불법으로 납치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조직에 의해 강제로 팔리는 여성들은 베트남 외에도 라오스, 미얀마, 몽골, 심지어 북한 여성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 시골의 농부들이나 혹은 사창가에 팔리고 있다.
미얀마 출신인 지눔 와파(20) 역시 이런 끔찍한 경험을 했던 여성 가운데 한 명이었다. 17세 때 중국으로 납치되었다가 3년 동안 지옥 같은 경험을 하고 가까스로 탈출했던 그녀는 결국 그곳에서 낳았던 딸까지 버리고서야 다시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중국의 슈퍼마켓에서 일하면 다섯 배는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국경을 넘었던 그녀는 결국 도착하자마자 늙은 시골 농부와 강제로 결혼해야 했으며, 시부모와 시누이에게 학대를 받으면서 중노동을 해야 했다.
이처럼 인신매매단을 통해 중국 국경으로 넘어오는 여성들은 매년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앞으로 그 수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에 여자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남초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게도 중국의 이런 기현상은 현재의 가족계획 정책이 유지되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열린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정부는 현재의 출산제한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보다 더 인구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과연 중국 정부가 남초 현상으로 빚어지는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그 해법이 궁금해진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A급 여자-D급 남자 안팔린다?
골드미스로 살기로 결심한 패션지 편집장 텅링(위)과 아직 한번도 연애를 못 해본 농부 롱진핑(아래).
상하이에서 패션지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팅링(27)의 경우 역시 아무리 주위에서 ‘성뉘(잉여 여성)’이라고 비웃어도 스스로를 ‘A급 여성’이라고 부르면서 당당하게 살고 있다. ‘남겨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남는 것’을 택했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에게도 익숙한 ABCD 이론이 중국에서도 차츰 적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ABCD 이론이란 A급 남성들은 B급 여성을, B급 남성들은 C급 여성을, 그리고 C급 남성은 D급 여성을 만나려 하기 때문에 결국 남는 노총각 노처녀들은 A급 여성과 D급 남성이라는 것이다.
D급 남성에 속하는 남성들은 대개 막노동자들이나 농부들처럼 학력이 낮거나 벌이가 시원찮은 경우가 많다. 농촌에 장가 못간 노총각들이 넘쳐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후난성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롱진핑(38) 역시 지금껏 제대로 된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노력은 꾸준히 하고 있는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읍내 PC방에서 화상 채팅 만남을 통해 여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공은 못한 상태다. 한번은 이웃 마을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며 접근한 뚜쟁이 사기꾼에게 저금한 돈 300유로(약 42만 원)를 몽땅 날리기도 했다.
한편 농촌에 처녀들이 적은 이유는 워낙 태어나는 여자 아이가 적은 것도 이유지만, 그마저도 도시로 떠나 버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도시에는 노처녀들이, 그리고 농촌에는 노총각들이 넘쳐나는 불균형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