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왼쪽)의 주소지인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의 주택. 이 집은 셀트리온 명의로 전세권이 설정돼 있으며, 전 소유자가 관련된 법적분쟁이 진행 중이다. 전영기 기자
이런 가운데 서정진 회장 자택 주소지의 건물·토지가 법적분쟁을 겪고 있는 사실이 <일요신문> 취재 결과 처음 드러났다. 셀트리온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서 회장의 주소는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이곳은 서 회장 본인 명의가 아닌 회사(셀트리온) 명의의 전세였다. 2010년 7월 20일 30억 원에 전세권이 설정된 이 집은 2년 만인 지난해 7월 20일 6억 원이 오른 36억 원으로 변경, 계약됐다. 공동전세목록엔 건물뿐 아니라 토지도 포함돼 있다.
주식 가치 평가로만 1조 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서 회장이 왜 회사 명의의 전셋집을 집주소로 하고 있는 것일까. 셀트리온 관계자는 “법인등기부상 주소와 실제 거주하는 주소는 다르다. 옥련동 집은 회사에 행사가 있거나 손님들이 방문할 때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회장님은 분당에 살고 있으며 주소는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실제 집과 토지 등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귀찮아해 종종 그런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옥련동의 이 건물과 토지 일대는 현재 법정분쟁에 휩싸여 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이 건물과 토지는 인천지방법원의 매매, 증여, 전세권, 저당권, 임차권의 설정, 기타 일체의 처분행위를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이 돼 있다. 여기에 ‘사해행위취소에 의한 전세권설정등기말소등기청구권’도 추가돼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쉽게 말해 이 집에 대한 매매와 증여는 물론, 전세계약마저 정당하지 않은 혐의가 있으니 이의 정당함을 증명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가처분을 신청한 채권자는 M 사. M 사는 휴대폰 터치스크린 제조업체로, 지난 2010년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가 최근 재기에 성공해 재상장을 노리고 있다. 사건 내용을 간추려 보면 이렇다.
셀트리온이 전세로 들어가 있는 이 집에 대해 M 사는 건물과 토지의 전 소유자 김 아무개 씨(48)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다름 아닌 M 사의 전직 대표이사. 김 전 대표는 이 집을 2006년 8월 매입해 2008년 3월 13일 부인인 이 아무개 씨(여·48)에게 증여했고 이 씨는 또 이를 2010년 7월 20일 셀트리온에 전세 주었다. 부동산등기부상 이 씨는 현재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나타나 있다.
M 사는 김 전 대표가 회사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잡고 김 전 대표의 재산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했다. M 사 측은 회사돈을 횡령한 김 전 대표가 이 집을 사들인 것과 이를 부인인 이 씨에게 증여한 것, 또 이 씨가 증여받은 집을 셀트리온과 36억 원에 전세계약을 맺은 것 등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M 사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측은 “가처분 결정만 난 것이기에 사건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며 “나와 있는 대로만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셀트리온과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한결 측은 “지금으로선 해줄 말이 없다”며 함구했다. 아직 1차변론도 이뤄지지 않은 사건이라 현 상황에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셀트리온이 36억 원의 전세금을 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전 소유자와 M 사와의 관계일 뿐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우리로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세계약을 맺은 터라 도리어 억울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