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시즌 1차전 경기가 열리던 지난 4월 12일 체이스필드 경기장. 1이닝이 끝난 후 TV 중계 화면에는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챌 수 있을 만한 작은 변화가 하나 감지됐다.
홈플레이트 바로 뒤편에 위치한 다저스 팬들의 옷차림이 금세 바뀌어 있다.
홈플레이트 바로 뒤편에 앉아있던 다저스 팬들의 옷차림이 그새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다저스의 상징 색깔인 파란색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건만 이닝이 바뀐 후에는 갑자기 모두 홈팀인 애리조나의 붉은색 모자를 쓰고 앉아 있었던 것.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사연인즉슨 이랬다. 스포츠 전문 웹사이트인 ‘데드스핀(Deadspin.com)’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다저스 팬들은 1이닝이 끝난 후 갑자기 자리로 찾아온 애리조나 구단주인 켄 켄드릭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켄드릭은 어안이 벙벙한 이들에게 정중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옷을 바꿔 입으시던가, 아니면 다저스 옷을 계속 입은 채 경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자리를 옮겨 주십시오.”
3500달러(약 390만 원)나 하는 자리를 포기하기란 아쉬웠던 걸까. 다저스 팬들은 결국 다저스 유니폼 대신 자리를 선택하기로 했다. 이에 켄드릭은 감사의 뜻으로 이들에게 애리조나 티셔츠와 모자와 함께 음료수를 선물로 사주었으며, 다저스 팬들은 받은 선물을 입고 경기를 마저 관람했다.
이와 관련, 애리조나 대변인은 “홈플레이트 바로 뒤에 위치한 그 좌석은 눈에 매우 잘 띄는 자리다. 때문에 상대팀 팬들이 앉을 경우에는 가능한 상대팀 색상의 옷을 입지 않을 것을 당부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켄드릭 구단주의 괴팍한 행동이 아니라 구단 측이 정해놓은 규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애리조나 측의 이런 처우에 대해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 ‘야후 스포츠’의 기자인 마크 타운센드는 애리조나의 일방적인 처사를 비난하면서 “그들은 이미 돈을 내고 티켓을 산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는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밤 애리조나는 다저스를 3 대 0으로 이겼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