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거 4주기를 앞둔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추모객들이 헌화한 국화가 빼곡히 놓여 있다. 오른쪽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관.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하지만 이번 4주기 추도행사에는 시민들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위원회로 참여해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행사가 준비되었다. 노 전 대통령을 잊지 못한 방문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5월 23일)를 앞둔 김해 봉하마을의 모습을 둘러봤다.
지난 15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입구에서부터 인산인해를 이루는 방문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가족들로 구성된 추모객부터, 관광버스를 타고 온 유치원생, 할머니·할아버지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무현재단의 한 관계자는 “평일에도 방문객이 하루 평균 2000명 정도 된다. 주말에는 약 5000명. 노 전 대통령 추모기간인 5월에는 평소보다 많아 주말에 1만 명이 찾기도 한다. 지난해 3년 탈상 때는 5월 한 달 동안 10만 명의 추모객이 봉하마을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봉하마을을 찾은 추모객들이 노란 유채꽃밭을 둘러보고 있다.
봉하마을로 들어가는 마을회관 앞에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오는 9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마을의 공동 장터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김 본부장은 “재단 사람들이나 추모객들이 마을 입구의 포장마차들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했었다. 그러나 포장마차가 사라지면 봉하마을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쉴 곳이 마땅치 않았다. 노 전 대통령 생전에도 그것에 대해 많이 고심했었다. 그런데 마을 어울림 장터가 세워지면 그 안에 주민들 시장을 비롯해 북카페, 식당 등 추모객들을 위한 쉼터가 마련될 것이다. 그러면 포장마차도 자연히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봉하마을 입구와 생가 주변은 방문객들로 북적였지만, 대통령 사저와 묘역 쪽으로 더 들어가니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사저 주변에는 예전과 다르게 철제 펜스와 키 큰 조경 나무들이 세워져 방문객들이 예전처럼 사저 안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묘역 앞에도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노 전 대통령이 묻혀있는 너럭바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민들의 추모글들이 담긴 박석을 지나 너럭바위로 다가가니 한 40대 부부가 묵념을 하고 있었다. 부산에서 왔다는 그들의 손에는 국화 한 송이가 들려있었다. 그들은 “노사모는 아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생각날 때마다 가끔 봉하마을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너럭바위 앞 동판에 새겨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어록을 혼잣말로 되새김했다.
초등학생인 아들과 딸을 데리고 온 30대 부부도 있었다. 전북 완주군에서 왔다는 최 아무개 씨는 “노 전 대통령 생전에 찾아오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며 “아이들과 함께 봉화마을을 찾아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시작했던 친환경 생태농업 단지는 올해 새 농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노무현재단의 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무농약 오리농법으로 약 7만 9000㎡(2만 4000평)의 농지에서 시작한 봉하들판 친환경 농업은 현재 약 165만㎡(50만 평)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봉하들판 친환경 농업은 ‘친환경 농사를 지어도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는, 살기 좋은 농촌의 모델을 만들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이 담겨있는 사업이다. 그래서 친환경 농업을 잘 키우는 것도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봉하마을의 주민은 “방문자들이 가장 많은 노 전 대통령 추모기간 5월 주말에는 주차장도 부족해 동네 인근 논길에까지 사람들이 차를 세워 농기계가 지나가는 데 불편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노 전 대통령을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고맙기도 하다”고 말했다.
5월의 봉하마을은 노란 빛으로 가득했다. 노 전 대통령 묘역 옆, 부엉이바위로 올라가는 봉화산 숲길(대통령의 숲길이라고도 불림) 입구 들판에는 노란색 갓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마을 길 가장자리마다 노란색 바람개비가 세워져 바람에 돌고 있었다. 그 밑에는 ‘우리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등의 노란 펼침막이 펼쳐져 있었다.
경남 진영=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권 여사 홀로 사저 기거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임준선 기자
경북 김해시 진영읍의 봉하마을 대통령 사저에는 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만이 살고 있다. 사저에 기거하면서 권 여사는 봉하재단과 노무현재단의 기념사업을 관리하고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러 오는 인사들을 맞이하는 일 외에는 외출도 삼가고 있다고 전해진다. 사저 앞을 지키고 있는 전경은 “권 여사는 일주일에 2~3번 정도 외출을 하신다”고 전했다.
다른 공식적인 외부행사에도 참석을 꺼리고 있다. 노무현재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27일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찾는 것으로 오랜만에 공식행사에 모습을 비췄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의 소송도 그렇고, 툭하면 아직도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문제가 부각되니까 아직 본인이 편하게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시고 활동을 조심하시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는 한 달 정도 중국 베이징에 있는 아들 노건호 씨의 집에서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명절 때 봉하마을 대통령 사저에 계시면 다른 사람들이 명절도 편히 못 지내고 괜히 인사오고 할까봐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일부러 중국 아들 집에 가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LG전자에 다니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는 LA법인에 있다가 지난 2011년부터 베이징의 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는 남편 곽상언 변호사와 함께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말 결심공판에서 정연 씨의 변호를 맡은 남편 곽 변호사는 “세상을 떠난 노무현 대통령의 딸로서 부당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불법을 감행했다면 처벌받아야 한다. 최고공직자 가족으로서의 비난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지만 피고인은 이미 도덕적 비난을 넘어 더 잔인한 형벌을 이미 받았다”고 말하며 선처를 호소하자 정연 씨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정연 씨는 지난 3월 외화 밀반출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가, 항소를 취하해 형이 확정된 바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