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세포들을 구성하는 것이 바로 유전자다. 특히 신장이나 체중은 유전적 영향이 강한데 다리의 길이는 무려 80%가 유전에 의해서 결정된다. 또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탈모가 있으면 자녀가 탈모일 확률은 50%에 달한다. 여성의 경우는 가슴의 크기, 초경의 시기와 같은 호르몬 측면에서 유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유전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이 지적 능력이다. 지능은 뇌 안에서도 전두엽의 표면적과 두께, 밀도와 관련이 깊으며, 많게는 80%까지도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단 초등학교 학생들의 성적은 환경에 의해 좌우될 수 있으므로 유전의 ‘힘’이 덜 미치게 된다. 보통은 유전이 초등학교의 성적에 50% 정도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게이오대학의 안도 주코(安藤寿康) 교수는 유전자결정론을 펼친다. 유전자결정론자들은 인간의 기질의 대부분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유전될 확률이 높은 기질과 낮은 기질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학업에 꼭 필요한 지속력이나 집중력 또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노력하는 자세도 결국 유전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 뉴욕주립대학 연구진은 ‘불륜에 쉽게 빠지게 만드는 유전자가 있다’고 밝혔다. 젊은 남녀 180명을 대상으로 ‘유전자와 바람기의 상관관계’를 비교한 결과 ‘DRD4’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바람을 피울 확률이 2배 더 높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좀처럼 바람기를 주체할 수 없는 사람은 DRD4 유전자를 가졌을지 모른다.
흔히 신체는 유전되지만 마음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유전자결정론자들은 마음도 뇌 기능의 표현인 이상, 부모의 외모를 닮는 것처럼 유전의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중에서 유전될 확률이 높다고 알려진 기질 혹은 마음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문장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센스는 80%의 유전율을 보인다. 신경질은 40%가 유전되며, 절도나 기물 파손, 가출 등의 행동도 30~50%의 유전율을 나타낸다는 연구가 있다.
술이나 담배, 도박에 빠지는 것은 모두 의존성향으로, 같은 유전자가 관계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유전율은 30~40%다. 성욕에 관한 특정 유전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동성애나 성 동일성 장애가 유전에 의한 것인 지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 중이다. 한편 유머감각은 발상력과 재치가 필요한 것으로 특정 유전자와는 관계없고, 유전 역시 되지 않는다.
잇따라 밝혀지는 유전자의 수수께끼들. 그러나 유전적으로 어떠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들이 모두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유전자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환경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과 유전자의 관계를 완벽하게 알아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듯싶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