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결혼하는 기성용-한혜진 커플. 임신설에 대해 양측 모두 부인하고 있다.
통상 결혼설은 6개월, 임신설은 1년 안에 진실이 밝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부인’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나 혼전 임신 사실이 이미지에 타격을 끼치는 것을 우려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보다 더 복잡한 문제로 주판알을 튕겨야 될 때가 많다.
아이돌 가수 최초로 결혼에 골인한 걸그룹 SES 출신 슈. 슈와 농구선수 임효성의 결혼 보도가 처음 나온 건 지난 2009년 11월. 당시 열애 사실만 인정하고 결혼설은 부인한 슈는 이듬해 1월 결혼 발표와 동시에 임신 사실도 고백했다. 결국 슈는 그해 4월 결혼식을 올린 후 2개월 후인 6월 출산했다.
당시 슈는 2002년 SES 해체 이후 8년 만에 싱글 앨범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컴백을 불과 1개월여 앞두고 결혼설이 불거지며 앨범 활동에 차질이 빚어졌다. 게다가 댄스곡이었기 때문에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제대로 활동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국민정서상 임신 초기인 임산부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며 노래 부르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기자와 만난 슈의 소속사 관계자는 “오랜 기간 준비한 앨범 활동을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난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슈는 결혼과 임신 사실을 앨범 활동 시작 후 공개하며 예정대로 활동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얼마 전 결혼을 발표했던 연예인 A 씨 역시 임신 사실을 숨겼다. 평소 A 씨는 교제 사실을 스스럼없이 알릴 정도로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결혼 소식을 알리며 “속도위반은 절대 아니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유는 A의 해외 활동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었다. A는 이미 하반기 해외 프로모션 계획을 모두 세워두었다. 하지만 임신한 상태로 장시간 비행기를 타며 해외를 오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문제는 이미 계약된 프로모션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A의 한 측근은 “임신 때문에 정해진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한다고 하면 거액의 위약금을 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A의 개인적인 이유로 계약 위반 사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신 사실은 당분간 알리지 않는 것으로 입을 맞췄다”고 귀띔했다.
속도위반은 연예계의 ‘신풍속도’라 불릴 정도로 비일비재하다. 지난 3월 품절녀 대열에 합류한 걸그룹 쥬얼리 출신 배우 이지현 역시 ‘속도위반’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이지현은 지난해 가을 만난 연상의 회사원과 불과 6개월 교제 끝에 결혼을 발표해 임신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임신 의혹은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이지현은 10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임신 사실을 ‘일단 부인’ 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논란이 사그라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약’인 셈이다. 결혼 발표 당시에는 결혼식을 치르기 전이기 때문에 혼전 임신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일단 결혼식을 치른 후 혼인신고까지 마친 뒤 임신 사실을 공개하면 비난보다 축하의 목소리가 높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2세가 태어나면 대중의 관심은 ‘속도위반’보다는 출산 자체에 쏠린다. 이미 부부가 된 두 사람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 또한 현격히 줄어든다. 이런 대중의 심리를 잘 알기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과 소속사 관계자들이 혼전 임신 사실을 당당히 고백하기보다는 숨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혼이나 임신 사실을 숨기는 또 다른 이유는 CF와 관련이 있다. 계약 기간 중 각종 사건 사고에 휘말린 광고 모델에게 광고주가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건 광고 모델 때문에 제품의 이미지까지 실추되기 때문이다.
결혼과 임신 소식은 사건 사고와 달리 경사에 해당되기 때문에 광고주가 직접 물질적 배상을 요구하긴 힘들다. 하지만 ‘품절남(녀)’ 이미지가 대중들의 소비 욕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광고주들이 계약 기간 중 모델의 신상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하는 걸 원치 않는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모델의 이미지가 해당 물품을 넘어 기업 전체의 이미지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광고 모델 계약이 통상 6개월, 1년 단위로 체결되기 때문에 속도위반을 해도 일단 임신 사실을 부인하고 출산 때까지 입조심하면 계약 기간 내 임신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양치기 소년’ 못믿겠다
요즘은 무조건 부인으로 일관하는 모양새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연예인의 이미지에 해를 끼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내에 진실이 밝혀질 것을 알면서도 뻔한 거짓말 뒤에 숨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혜진-기성용 커플의 경우 한혜진과 전 연인인 가수 나얼의 결별 소식이 맞물리며 여론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 9년간 교제해 온 두 사람이 지난해 12월 결별을 발표한 후 한혜진-기성용 커플의 탄생까지 불과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혜진은 “누구에게도 상처 될 선택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고 나얼 역시 이를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중의 시선은 차가웠다.
이 관계자는 “한혜진은 교제설과 결혼설을 부인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전까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대중이 느낀 상대적 배신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진실을 말해도 대중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스타의 교제와 결혼 등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유연해지고 있는 만큼 스타들도 어설픈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당당히 진실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