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경주 중반은 선수들의 말몰이에 따라서 페이스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조금 빠르게 이끌 수도, 느리게 이끌 수도 있지만 선행마는 느리게 이끌수록 힘을 비축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가급적이면 페이스를 늦추려고 한다.
추입마의 경우는 정반대다. 앞에 가는 말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경주 초반과 중반에 힘을 많이 소모하면 종반에 앞선 마필들을 따라잡기가 그만큼 수월해진다.
그렇다면 중반 빠르기는 어떻게 알아내야 할까. 구간별 데이터를 게재하는 예상지도 많지 않고, 또 그런 것이 있어도 일반 팬들에게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예상지들이 마사회에서 발표한 ‘원시 데이터’만 게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가 평균치와 비교해 얼마나 빠르고 느리냐에 대해선 판단할 자료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반 예상지를 보고도 중반의 빠르기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우승마의 주파기록을 참고로 하는 것이다. 초반과 종반이 빠른 편인데, 그 경주의 우승마 주파기록이 평범하거나 느리다면 이는 중반의 흐름이 느렸다는 반증이 되고 반대라면 빨랐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이런 분석은 경주거리가 늘어나 주파기록을 예측하기 힘든 경우 상당히 유용하다. 종반 기록이 좋으면 거리가 늘어날수록 유리하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그것보다는 초반과 중반까지 같이 분석하면 더 정밀해질 수 있다. 중반흐름이 빠른 편성에서 뛰고도 종반까지 좋은 걸음을 보였다면 거리가 늘어나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경주중반을 잘 파악하면 복병마도 잡아낼 수 있다.
첫 번째는 ‘오버페이스’를 한 마필을 집어내는 것이다. 정상적인 속도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로 달려서 경주 중반에 이미 힘을 다 써버린 말은 정상적인 레이스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섣부른 결론을 내려선 안된다. 필자의 경우 초반부터 중반까지 오버페이스를 한 말은 종반에 어디까지 버티었는지 꼭 참고한다. 아무리 많이 졌어도 결승선 코앞에서 걸음이 무뎌졌다면 다음 경주에 꼭 참고로 한다. 특히 이런 말이 거리까지 줄여서 출전한다면 베팅찬스다. 4코너 통과기록과 마지막 200m 기록 두 가지만 분석하면 된다.
두 번째는 ‘놀면서 뛴 말’을 골라내는 것이다. 힘들이지 않고 선행을 나선 뒤 경주 중반에도 마치 주행연습을 하듯 편하게 달리는 말은 여지없이 입상에 성공한다. 하지만 다음 번에도 그대로 뛰어준다는 보장은 없다. 좀더 과감하게는 꺾어야 할 대상으로 연구해도 나쁘지 않다. 이번 주나 다음 주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국3군의 ‘새청자’의 경우를 통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새청자는 최근 1800m 경주에서 2연승을 한 말로 다음에 출전하면 상당한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에 거리 경험이 없는 상태로 1800m에 출전해 선행으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고, 강자들을 만나 외면 받았던 지난 4월 경주에서도 선행으로 여유 있게 우승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하지만 경주 흐름을 살펴보면 2연승엔 상당한 거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차례 모두 초반과 종반에 좋은 타임을 보였지만 전체 주파기록은 모두 2분02.3초로 저조하다. 바로 중반이 느렸기 때문이다.
경주 중반에 선수가 최대한으로 마필을 제어하면서 속도를 늦췄음에도 아무도 견제를 하지 않았고, 나중엔 많은 마필들이 달려오는 속도 때문에 선두그룹에 뭉쳐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이 마필을 넘어가는 말은 없었다. 다른 인기마들이 이 말을 지나치게 얕보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으로 보였다. 과장해서 표현하면 이 경주는 1800m가 아니라 결승선 500m만 경쟁을 했던 셈이다. 500미터 경주라면 당연히 선행마가 추입마를 이기지 않을까? 새청자의 2연승을 액면만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시용 프리랜서
복승식 순위에 상관없이 1, 2등 두 마리를 맞히는 게임.
삼복승식 순위에 상관없이 1, 2, 3등을 동시에 맞히는 게임.
선행 실패하면 ‘무기력’
지난 12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린 제5경주. 롱웨이베이비(앞에서 네 번째)가 선행싸움에서 뒤로 밀리고 있다. 사진제공=KRA
롱웨이베이비의 패인은 무엇일까. 다짜고짜 일부러 빠졌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필자의 눈에는 주행습성이 패인이 아니었나 싶다. 이 말은 그동안 우승을 차지했지만 선행에 실패했을 경우엔 무기력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그동안 거둔 4번의 우승은 모두 단독선행으로 일군 것이었다.
그런데 이 경주에선 앱터러스시티, 대승광풍 등 자신보다 선두력이 월등한 마필이 여러 두 포진해 있었던 데다 출발게이트마저 13번이라 선행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다. 노련한 전문가들은 이런 점 때문에 월등한 경주력을 가진 롱웨이베이비의 고전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