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김경준 일가의 자산전액을 옵셔널캐피탈에 양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미 연방법원 캘리포니아 중부법원은 17일(현지시간) 김경준과 에리카 김 등의 자산이 옵셔널캐피탈로부터 횡령한 돈임을 확인하고 김 씨 남매의 자산전액을 옵셔널캐피탈에 양도하라고 명령했다.
미 법원의 명령에 따라 다스에 140억 원을 송금했던 김경준의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의 내역 및 BBK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김 씨 일가가 옵셔널캐피탈에 양도해야 할 자산중에는 다스에게 140억 원을 송금했던 스위스 크레딧스위스은행의 알렉산드리아 인베스트먼트 명의의 예금 전액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 계좌의 전체 예금액이 얼마이고, 누가 얼마를 인출했는지 등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이 계좌의 실체가 밝혀질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드리 콜린스 연방법원 판사는 명령문에서 “김경준이 옵셔널캐피탈로부터 371억 원을 횡령했고, 김 씨 일가의 자산은 옵셔널캐피탈에서 횡령한 돈으로 축적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김 씨 가족이 이들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철회하고 김 씨 가족이 옵셔널벤처스의 사실관계 주장에 대해 더이상의 법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므로 옵셔널이 모든 자산의 소유권을 가진다”고 밝혔다.
연방법원의 명령으로 옵셔널캐피탈이 넘겨받게 된 자산은 김경준 및 에리카김의 비버리힐스 저택 등 집 2채와 캘리포니아소재 UCB은행 2개 계좌의 잔액 111만달러, 포르세, 카렐라, 페라리 랜드로바, 타코마픽업트럭 등 차량 5대, 집 2채의 가구와 샹들리에, 그리고 크레딧 스위스 뱅크에 예금된 알렉산드리아 인베스트명의의 예금 전액등 모두 13가지 항목이다.
특히 김경준이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에 얼마를 예치했고, 잔액이 얼마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드리 판사는 이번 판결에서 2005년 8월 8일에 동결됐던 크레딧 스위스뱅크의 알렉산드리아 인베스트먼트 계좌의 예금 전액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 계좌에서 다스로 빠져나간 140억원을 회수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 계좌에서 다스로 140억원이 송금된 시점은 스위스 검찰이 동결을 일시 해제했던 시기이다. 따라서 옵셔널 측이 다스로 송금된 돈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와 맞물려 옵셔널 측이 미 법원 명령을 근거로 다스에 140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옵셔널 측은 김경준 등을 상대로 371억원 횡령에 대한 민사소송 끝에 지난 2011년 2월 7일 승소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승소판결 1주일전인 2월 2일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 씨 등이 경영하는 다스가 김경준 측으로부터 140억원을 송금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옵셔널 측은 소송에서 이기고도 지난 2년여간 단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소송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스와 김경준 측이 협상을 통해 140억원을 송금받고, 에리카 김이 자진귀국해 검찰조사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설' 등 기존 주장을 번복했다는 점에서 '딜' 의혹 등 갖가지 소문과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또한 김경준은 이 계좌내역을 공개하지 않은채 이 계좌를 포함한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아예 포기하는 쪽을 택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과연 미국 법원의 명령으로 재부상하고 있는 김경준과 다스의 수상한 거래의 실체 및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BBK 판도라의 상자'가 다시 열리게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