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부산 출신으로는 노무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당 지도부에 선출됐다”고 강조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늦었지만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것 축하한다.
▲감사하다.
―무엇보다 2위라는 호성적으로 선출됐다. 사실 예상 밖이었다.
▲난 계파도 조직도 없다. 알다시피 비주류 중 비주류다. 이번에 2위를 한 것도 기적이다. 우리 당원들이 내게 과분한 자리를 준 거다. 부산 정치권에서 봤을 때도 의미가 있다. 지난 199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5위의 성적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그리고 부산 출신으로는 내가 20년 만에 당 지도부 인사로 선출된 것이다.
―어떤 메시지로 해석하는가.
▲조경태를 통해 새로운 민주당, 정당다운 민주당, 수권정당으로 가는 민주당으로 거듭나는데 밀알이 되라는 뜻 아니겠나.
―당 지도부 인사들 저마다 계파 청산과 화합을 외친다. 하지만 여전히 썩 와 닿진 않는다.
▲무엇보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천과 당직 인선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 못했다. 이거 청산하지 않으면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김한길 신임 당대표의 최근 당직 인사에 대해 비판이 많다는 건데.
▲그렇다. 솔직히 일부 당원들이나 국민들이 김한길 대표에게 공약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쓴 소리하고 있다. 원래 김 대표는 당대표 선출 전에 “욕을 많이 먹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당직 인선을 보자면 너무 무난한 인선을 하고 있다. 욕을 많이 먹겠다고 했는데 욕을 안 먹는 대표가 되고 있다.
―이런 얘기들을 김한길 대표에게 직접 주문했나.
▲그렇다. 무엇보다 당원들 사이에서 사무총장 인선(박기춘 사무총장)에 대해 의아스럽다는 얘기가 많다. 썩 시원하지 않다는 게 이번 인사에 대한 당원들의 냉정한 평가다.
―최근 당 지도부에서 일부 당직자들에게 명예퇴직을 권유하고 있다. 이 역시 많은 뒷말을 낳고 있는데.
▲오늘 나도 명예 퇴직한다는 당직자 한 사람에게 연락을 받았다. 사실 지난 10년간 민주당은 당직 인선에 있어서 투명하지 못했다. 공채로 당직자를 채용했으면 이런 문제도 안 나왔을 것이다. 그 부분은 당대표가 결정해서 추진한 문제기 때문에 나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일자리를 만들자고 하는 정당에서 너무 강제성을 띠는 것은 옳지 않다. 어찌됐건 충분한 논의와 동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행사 곳곳에서 빈번하게 사건이 일어났다. 김한길 당대표는 물론 조 위원도 명계남 노무현재단 상임위원에게 봉변을 당했다. 계파 청산을 외치고 있는 민주당이지만, 친노 진영의 감정은 여전한데.
▲글쎄다. 나는 그런 삐뚤어지고 독선적이고 아집이 묻어나는 세력과는 과감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본다. 자칭 친노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그 사람들에게 친노의 참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서는 명확히 평가해야 한다. 소주 한잔 같이 마셨다고, 맞담배 한번 피웠다고,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다고 엮이는 것은 진정한 친노가 아니다. 진정한 친노는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 통합’을 철학으로 삼았던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다. 지금 친노라 하는 사람들이 그런 노무현 정신을 얼마만큼 계승하고 있는지 정말 되묻고 싶다. 노무현을 상품화하거나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은 분명 구분돼야 한다.
―일부 친노 인사들은 민주당을 탈당했는데.
▲지난 2008년 10월, 정세균 대표와 봉화마을로 찾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접견했을 때 일화가 있다. 그 때 노 전 대통령은 우리에게 “왜 전당대회 때 나를 부르지 않았냐”고 호통 쳤다. 난 거기서 민주당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소위 친노라고 하는 일부 사람들 탈당하지 않았냐. 민주당 탈당하면서 친노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걸어온 길을 거스르는 행동이다.
―당장 10월 재보선이 있다. 안철수 의원 측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안 의원은 최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영입하며 신당창당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일단 최장집 교수라는 훌륭한 분을 영입한 것은 축하할 일이다. 기본적으로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설정은 경쟁과 협력이다. 일단 지금 민주당은 안 의원과는 별개로 정정당당하게 독자세력화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자기 혁신과 개혁을 통해 대중에 안정감을 줘야 한다.
―솔직히 말해, 민주당이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의원 측에 밀리면 큰 위기 아닌가.
▲민주당이 지는 것에 대해 너무 두렵거나 부담을 느끼면 안 된다. 선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선거는 크게 네 가지다. 가장 가치 있는 것이 ‘원칙 있는 승리’, 그 다음이 ‘원칙 있는 패배’, 그 밑에가 ‘원칙 없는 승리’, 최악이 ‘원칙 없는 패배’다. 비록 패배하더라도 원칙을 뚜렷하게 가져가면, 국민들도 화답할 것이다. 나 조경태가 그렇게 하지 않았나.
―손학규 민주당 고문의 안철수 진영 합류설이 세간의 큰 관심이다. 어떻게 보는가.
▲손학규 고문은 민주당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다. 여전히 난 손 고문이 민주당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안철수 진영 합류설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본다.
―내년 4월,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그렇게 봐줘서 감사하다. 하지만 내년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분들이 많다. 박재호 부산시당위원장, 김영춘 전 의원, 이해성 청와대 전 홍보수석, 김정길 전 행안부 장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대행 등 모두 훌륭한 분들이다. 난 최고위원으로서 당직을 충실히 이행하며 그 분들을 돕겠다. 나서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과 포부에 대해 말해 달라.
▲난 지난 대선 예비 후보였다. 향후 대선 도전에 대한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이전에 당 최고위원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것이다. 들러리용 최고위원이 아니라 색깔이 분명하고 할 말은 하는 최고위원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2017년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찾아오도록 앞장서겠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