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이 1군에 합류한 후 NC 다이노스 성적이 바닥을 탈출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요즘 여기저기서 ‘나성범’ 이름이 오르내린다. 일찌감치 김경문 감독이 나성범 선수를 NC의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점찍은 이유를 알 정도다.
▲어휴, 이런 칭찬을 받기엔 부족한 면이 너무 많다. 선배들도 많은데 자꾸 인터뷰를 하는 게 눈치 보일 정도다. 지금은 그저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프로 선수이다 보니 원하지 않아도 인터뷰를 해야 할 때가 있더라.
―왠지 내가 미안해진다(웃음). 좀 전에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본 기자들이 저마다 나성범 선수의 하체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얼굴만 보면 전혀 짐작이 안 되는데 몸무게가 100kg이 넘는다는 게 사실인가.
▲얼굴이 크지 않아서 그런지 실제 체중을 말하면 놀라는 분들이 많더라.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체격은 아니었다. 한 살 위인 형(나성용, 경찰청 소속)이 야구를 하다 보니 부모님께서 먹는 데 많은 투자를 하셨고, 덕분에 나까지 좋은 영향을 받았다. 형을 보면서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그래서 체력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학 입학 후 상체와 하체 웨이트트레이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체격이 커져서 좋은 점이 무엇인가.
▲아무래도 파워가 더 세졌다. 그 덕분에 야구하기에 한결 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 투수들이 신인이라고 쉽게 보지 못하는 것 같다.
―1군 복귀 2차전에서 한화 김혁민 선수를 상대로 홈런 2방을 터트렸다.
연합뉴스
―투수를 할 것으로 생각하고 프로에 왔다가 타자 전향을 권유받았다. 처음에 다소 혼란스러웠을 것 같은데….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러나 감독님이 더 야구를 오래하셨고, 선수를 보는 안목이 뛰어나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믿고 따르기로 했던 것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방망이가 잘 안 맞을 때는 투수할 때가 그립기도 하다. 그러나 그건 아주 잠깐의 생각일 뿐이고, 지금은 뒤돌아보지 말고 극복해나가려고 한다.
―솔직히 나성범 선수가 이렇게 빨리 야수에 적응할 줄 몰랐다. 방망이도 이 정도로 잘 칠 줄 또한 몰랐다. 비결이 뭔가.
▲대학 2학년 때까지는 타격을 겸비했기 때문에 그 감을 잊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내 타격 솜씨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재미삼아 하는 수준? 딱 그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내 본업이 되었고, 이걸 하며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투수도 어렵지만, 타자는 더 어려운 것 같다.
―어떤 부분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느나.
▲빠른 볼을 상대하는 법과 투수의 볼배합을 읽는 눈이 부족하다.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실수도 종종 한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손바닥 골절상으로 시즌 개막부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했었다. 야구장 밖에서 본 야구, 어떠하던가.
▲답답하기도 했고,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팀 성적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 보니 마음이 결코 편치 않았다. 한 번은 관중석에 앉아서 우리 팀 경기를 보는데, 관중들이 욕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 또한 NC에 대한 애정이라고 애써 위로는 했지만(웃음). 선수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내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도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통증을 참고 재활에 매달렸다. 수술 후 한 달 만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겠나.
―1군에서 꼭 만나고 싶은 투수로 삼성 오승환을 꼽았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마무리 투수 아닌가. 어느 정도의 공을 던지기에 선수들이 모두 그 분의 공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직 타석에서 만나진 못했지만, 앞으로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리틀 추신수’ ‘제2의 이승엽’ ‘괴물 루키’ 등 나성범을 수식하는 타이틀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그만큼 파워와 기술을 겸비한 특급 신인이란 이야기다. 나성범은 이런 평가에 대해 한없이 자신을 낮추며 겸손을 나타내지만, 야구관계자들은 모처럼 나타난 슈퍼스타 탄생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
선구안 좋다? 그건 오해야
연세대 시절 에이스까지 했던 투수 출신이다 보니 나성범의 선구안이 여느 타자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선수 자신은 투수를 했던 경험과 선구안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다고 대답한다.
“도움이 되면 정말 좋겠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투수의 수읽기에 뛰어날 수 있다고 하던데, 그 또한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오해가 다분하다. 이유는 다 상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 이 부분은 투수를 하면서 타석에 서고 있는 메이저리그 류현진 선배님도 마찬가지의 생각이실 것이다. 투수를 한다고 해서 상대의 수읽기에 능하고 선구안이 뛰어나다면 그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다.”
나성범은 또한 “1군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이 강하다보니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내 입장에서는 1위팀이나 하위팀이나 다 같은 무게로 다가온다. 그만큼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