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열린 서울경마 8경주에서 힘짱(원 안)이 2위로 선두마를 따라가는 모습. 이날 힘짱은 역전 우승을 했다. 사진제공=KRA
서울경마장 3팀의 최영주 감독이 관리하고 있는 힘짱(마주 김철)은 주행검사에선 1:06.8초로 그야말로 ‘턱걸이 합격’을 해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결승선 마지막 200미터 기록(13.0초)은 꽤 좋아서 잠재력을 좋게 평가한 전문가도 없지는 않았다. 데뷔전은 1000미터에 출전했는데, 역시 이렇다 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후미에서 놀다가 들어갔다. 그렇지만 주행검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 때도 종반 200미터 기록만큼은 더욱 좋아져(12.4초)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다.
힘짱의 경주력이 폭발한 것은 두 번째 경주에서였다. 마방에선 뒷심을 살리기 위해 데뷔전 때와는 달리 거리를 늘려 1200미터에 출전했다. 일반의 예상은 당연히 추입작전이었지만 힘짱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놀라운 스피드로 앞선에 가세해 선두마 바로 뒤에서 바짝 붙어가는 최적의 선입전개를 했고 결승선에선 앞서가던 치프레드까지 따돌리고 1위로 골인, 이변을 터트렸다.
세 번째인 지난 4월 경주에선 또 거리를 늘려 1400미터에 출전했다. 이번엔 힘짱의 진가를 알아본 많은 팬들의 인기가 쏠려 인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경주에선 신예강자 장미언덕에게 선행을 내주고 종반에 역전을 시도했지만 끝내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2위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늘어난 경주거리에 잘 적응했다는 점과 이제 세 번째 경주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능력만큼은 어느 정도 공인받았다.
그렇게 해서 네 번째로 맞은 경주가 지난 19일 8경주였다. 이번에도 거리를 늘렸다. 중장거리 첫 관문으로 평가받는 1700미터였다. 인코스에 힘짱보다 선두력이 좋은 말들이 서너 마리가 있었고, 나름 강자라 할 만한 강호들도 몇 마리 포진해 있었다. 무엇보다 2연승을 올리며 신예강자로 떠오른 히어히컴스가 8번 게이트에서 버티고 있었다. 힘짱으로선 강력한 상대마인 히어히컴스의 견제와 인코스의 발빠른 마필들 사이에서 어떻게 자리잡고 경주를 전개할지가 숙제였다.
그 때문에 경주를 앞둔 사전분석에선 히어히컴스에 인기가 쏠려 힘짱의 인기 순위는 기존의 강자인 ‘강호시대’에 이어 세 번째 정도였다. 물론 현장에선 힘짱(단승식 3.3배)이 근소한 차이로 히어히컴스(단승식 3.4배)를 누르고 인기 1위를 차지했지만 객관적인 평가도에선 밀렸다고 할 만했다.
힘짱과 히어히컴스 모두 1700미터 경주는 처음 뛰는 것이어서 거리에 대한 부담은 서로 비슷했다. 다만 출발지는 힘짱이 상대적으로 더 불리했다. 그렇지만 경주에선 히어히컴스가 늘어난 거리에 적응하지 못해 졸전을 벌였고, 힘짱은 여유있는 우승을 차지했다.
힘짱은 중후미에서 따라갈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초반부터 적극적인 레이스로 선두권에 가세했다. 인코스의 2번마 정상파티가 기를 쓰며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아서 2선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기세를 늦추지 않고 상당히 빠른 페이스로 경주를 진행했다. 3~4코너에선 앞서가던 2번이 거리를 벌리며 달아나자 또 한번 스피드를 올리며 뒷말들과 거리를 벌렸다. 조금은 무모해 보인 경주작전이었지만 힘짱은 마명 그대로 ‘천하장사’ 같은 힘을 보이면서 결승선에서도 뒷말들과 거리를 더 벌리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경마 전문가 신성훈 씨는 “힘짱이 빠른 발을 갖고 있는 데다 매번 늘어난 거리를 잘 소화하고 있고, 이번엔 모래를 맞으며 따라가는 상황이었는 데도 종반까지 잘 뛰어주었다”면서 “중장거리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부마의 혈통을 잘 이어받은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김시용 프리랜서
부마 중장거리서 활약
부마 퓨어프라이즈는 노던댄서 계열로 유명한 씨수말인 스톰캣의 자마다. 현역시절 17전을 치렀는데, 5승 2위5회, 3위 2회를 거뒀다. 이 가운데 1승과 2위1회가 블랙타입 경주 성적이며 [G2]대회에서도 우승을 한 바 있다. 평균 우승거리는 1720미터로 중장거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조부마인 스톰캣도 현역시절 경주경험은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8전 4승 2위3회의 성적에 블랙타입 입상은 1승 2위2회였다. 스톰캣은 씨수말로 데뷔한 이후에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셰프드라스로 등록되진 못했지만 자마들이 좋은 활약을 해 씨수말로 명성을 드높였다.
특히 자마들이 2세 시절부터 뛰어난 경주력을 선보여 마주들이 선호하는 혈통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국내에서 씨수말로 독보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 메니피도 이 말의 손자다. 지난 19일 코리안더비에서 우승한 스피디퍼스트의 부마이기도 하다.
모마인 어로어러블은 미스터프로스펙트 계열로 포티나이너의 손녀다. 현역시절 31전을 치르는 동안 6승 2위4회 3위5회를 차지했다. 블랙타입 경주는 5세 때 3위 1회를 차지한 게 최고성적이다.
외조부인 로어는 프로스펙트-포티나이너로 이어지는 황금라인의 직계다. 현역시절 기대만큼 크게 활약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자기몫을 해주었다. 12전 동안 4승 2위1회 3위4회(블랙타입 2승 3위2회)의 성적을 거뒀다. 평균 우승거리는 1426미터였다.
김시용 프리랜서
메니피 vs 인그란디어 자마들 ‘엎치락뒤치락’
지난해 코리안더비 우승, 준우승마는 지금이순간과 라이징글로리였다. 그런데 올해는 스피디퍼스트와 운해가 차지했다. 혈통에 밝은 사람이라면 지난해와 뒤바뀌었구나 하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지난해 인그란디어의 자마 지금이순간이 메니피의 자마를 누르고 우승했는데, 올해는 메니피의 자마 스피디퍼스트가 인그란디어의 자마 운해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다. 오빠의 아쉬움을 여동생이 푼 셈이다.
올해 입상한 스피디퍼스트와 운해의 향후 전망도 밝다. 메니피의 자마들이 단거리와 중거리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반면 인그란디어의 자마들은 중·장거리에서 좋은 활약을 해 아비마만 보면 운해가 장거리에서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준우승마인 라이징글로리가 코리안더비 이후 늘어난 거리에서 주춤하고 있지만 지금이순간은 최장거리까지 활약한 인그란디어의 자마답게 장거리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피디퍼스트도 모계 쪽을 보면 장거리 쪽에서도 활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 마필이 건강하게 성장해 장거리로 치러질 장관배에서도 멋진 대결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