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메이저리그 진출 전망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특히나 2점 모두 홈런 두 방에 의한 실점이라, 야구계는 윤석민의 구위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국내는 물론이려니와 국외까지 자유롭게 진출하는 완전한 FA(자유계약선수)자격을 획득하는 윤석민은 그간 미 메이저리그행을 추진해왔다. 야구계에선 “지금의 구위라면 미국은 고사하고, 일본 무대를 밟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셨을 거 아니에요? 윤석민 이름값치곤 기대 이하였죠.”
16일 광주 SK전이 끝나고 KIA의 한 코치는 “윤석민의 투구를 어떻게 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뜸 “기대 이하였다”고 답했다. 이 코치가 이처럼 부정적으로 말한 덴 세 가지 배경이 있었다. 첫째 속구 구속이었다.
“(윤)석민이 속구 구속이 잘 나올 땐 시속 151km에서 148km 사이예요. 조금 컨디션이 안 좋을 땐 평균 145km를 기록합니다. 헌데 요즘 투구하는 걸 보면 잘 나와야 시속 146km고, 평균은 시속 140km 초반대예요. 그 정도 속구로는 타자들을 제압하기 힘듭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제구 난조였다.
“석민이는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예요. 원래 볼넷이 적고, 투구수도 많지 않습니다. 2011년 정규 시즌 MVP에 올랐을 때 9이닝당 볼넷이 2.30개, 이닝당 투구수는 15.6개에 불과했어요. 하지만, 올 시즌엔 9이닝당 볼넷이 3.38개로 1개 이상 올랐고, 이닝당 투구수는 19.2개로 한창 좋을 때보다 무려 4개 가량 늘었어요. SK전 때도 5회에만 벌써 100구를 던졌어요.”
마지막 이유는 훈련부족이었다.
“석민이가 3월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뛸 때 어깨 통증을 느꼈어요. 4월 말까지 꼼짝없이 재활에 매달렸죠. 사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도 석민이가 아킬레스건이 좋지 않아 훈련을 많이 쉬었거든요. 아무래도 훈련량이 적어서 시즌 초반 고전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코치는 대화 말미에 “다음 투구 때는 석민이가 제 컨디션을 찾을 것”이라고 덕담을 들려줬다. 하지만, 윤석민은 22일 한화전에서도 4⅓이닝을 던지며 8피안타 3볼넷 2실점하며 또다시 패전투수가 됐다.
윤석민이 보통 투수라면 그의 부진은 ‘일시적 슬럼프’로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윤석민은 FA 대어인데다 일찌감치 국외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한 야구해설가는 “현재의 윤석민 구위라면 미국 진출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야구에도 해박한 이 해설가는 “류현진만 해도 지난해 9승에 그쳤지만, 투구 내용은 매우 좋았다. 평균자책도 2.66으로 낮았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주요 평가 잣대로 삼는 9이닝당 볼넷과 경기당 이닝소화에서도 각각 2.27개와 6⅔이닝을 기록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윤석민은 2011년 이후 주요 투구지표가 하향세”라며 “미국 스카우트들에게 갈수록 나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걱정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로 활동하는 재미교포 K 씨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윤석민은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고, 속구 구속도 93마일(시속 150km)을 넘기는 투수로 알려졌다.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호투하며 웬만한 빅리그 스카우트들은 윤석민을 잘 안다. 문제는 윤석민의 단점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속구 제구는 흔들리고, 가뜩이나 요즘 들어선 속구 구속 역시 떨어지고 있다. 윤석민의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통하려면 속구 구속이 더 나와야 한다. 만약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윤석민에 입단 제안을 할 스카우트는 없을 것이다.”
다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도 “윤석민의 부상 부위가 어깨라 걱정”이라며 “팔꿈치면 모를까 어깨는 결코 회복하기 쉽지 않은 부위”라고 강조했다.
구위 저하와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난 윤석민은 미국 진출에 관해선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아직 시즌 중이고, 지금은 KIA 소속”이라는 게 이유다.
윤석민을 둘러싼 갖가지 부정적인 전망에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낙관하는 이도 많다. 손혁 MBC SPROTS+해설위원이 대표적이다.
손 위원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속성상 한 시즌 부진하다고 그 선수를 평가절하할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최근 3~5년간의 활약 여부에 집중한다. 설령 올 시즌 부진했어도 다음 시즌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가벼운 부상이나 슬럼프엔 크게 집중하지 않는다. 그들도 윤석민의 부상이 일시적이고, 조금씩 투구 내용이 좋아지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윤석민의 미국행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손 위원이 윤석민의 미국 진출을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수 본인의 자세다. “윤석민이 큰돈을 벌려고 미국 진출을 시도한다면 크게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윤석민은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루려고 미국 진출을 추진해왔고, 지금도 몸값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윤석민을 원하는 빅리그 구단만 나타나면 미국 진출은 쉽게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윤석민을 관찰하려고 한국에 온 다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무리한 금액이 아닌 2년 300만~400만 달러에 윤석민이 사인한다면 그의 미국행은 자연스럽게 추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스카우트는 윤석민에게 “일본인 메이저리거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11까지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뛰다가 그해를 끝으로 FA 자격을 얻은 이와쿠마는 2012년 1월 시애틀과 1년 150만 달러(약 16억 원)에 계약했다. 일본야구계는 “다르빗슈와 함께 일본야구를 대표하던 투수가 고작 그돈을 받고 미국으로 가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게 2011년 이와쿠마의 연봉은 3억 엔(당시 한화로 약 45억 원)이었고, 다르빗슈는 6년간 5600만 달러(630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2012시즌이 끝나자 이와쿠마의 모험이 맞았다는 게 증명됐다. 그해 9승5패 평균자책 3.16으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자 시애틀은 2년에 1350만 달러를 제시했다.
몸값보단 더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는 순수한 욕망이 강한 윤석민이라면 충분히 이와쿠마의 뒤를 밟을 수 있다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