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일요신문>이 전두환 전 대통령 본인 명의의 땅을 최초로 찾아 보도했다.
2004년 12월, 잠잠했던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은 땅’을 찾기 위해 일어섰다. 소유자가 ‘전두환’인 전국의 모든 땅에 대한 일제 조사에 들어간 것. 전 전 대통령의 은닉 부동산을 찾기 위한 검찰의 이러한 움직임은 <일요신문> 654호 ‘전두환 본인 명의 땅 찾았다’ 특종 보도가 계기가 됐다. 당시 <일요신문>은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가 운영하는 (주)시공사 건물과 인접한 서초동 1628-67 일대 토지가 전 전 대통령 본인 명의로 되어 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가로 따지면 7억 6000만 원대에 달하는 알짜배기 땅이었다.
당시 보도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29만 원밖에 없다”던 전 전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인 것으로 밝혀진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당시 보도를 맡았던 본지 천우진 기자는 현지답사와 서초동 일대의 등기부등본 1000여 통을 떼는 끈질긴 추적으로 전 전 대통령의 숨겨진 땅을 찾아냈다. 보도 이후 검찰은 즉시 해당 땅에 대한 압류 절차에 들어갔고, 언론들은 <일요신문>의 특종을 인용해 전 전 대통령의 숨겨진 땅을 집중 보도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일요신문>을 ‘모 주간지’로 표현하는 등 보도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요신문>의 전두환 비자금 추적의 시초는 2004년보다 훨씬 전인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요신문> 190호 ‘전 씨 과천 땅 투기 잡았다’ 보도는 소문만 무성할 뿐 좀처럼 실상이 밝혀지지 않았던 전 전 대통령과 그 일가의 부동산 보유 실상을 최초로 밝혀냈다.
보도의 핵심은 전 전 대통령의 형 기환 씨, 처남인 이창석 씨가 경기도 과천시 일대에 부동산을 1976년도부터 조직적으로 매입했다는 것. 과천시에 서울대공원이 지어진다는 개발정보를 미리 입수한 결과였다. 역시나 1978년 서울대공원이 지어지자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일대에 2000여 평의 땅을 보유하고 있던 전 씨 일가는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기환 씨와 창석 씨는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현지인의 이름을 빌리는 전형적인 투기 수법을 사용했다는 정황이 밝혀지기도 했다.
2001년에도 <일요신문>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의심쩍은 부동산 내역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일요신문> 467호 ‘전두환 13세 손자 10억대 부동산 소유’ 단독 보도는 전 전 대통령 장남인 재국 씨의 외아들 우석 군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요지의 금싸라기 땅과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평당 1000만 원대에 이르는 땅을 취득할 당시(1997년) 우석 군의 나이는 9살. 무엇보다 나이도 어린 우석 군에게 어떻게 이 땅이 증여됐는지가 의혹의 핵심이었다. 취재 결과 우석 군에게 땅을 유증해준 인물은 우석 군의 외증조 할아버지뻘 되는 고 김종록 씨(1997년 사망)로 밝혀졌는데, 김 씨는 유증 당시 재산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부동산의 출처에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의심스런 정황을 밝힌 <일요신문>의 보도에 재국 씨 부인 정도경 씨는 “우리 가족 사생활을 신문에서 굳이 다룰 필요가 있나. 세금까지 내고 다 끝난 일이다”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요신문> 651호(왼쪽)와 1004호 표지에 소개된 전두환 비자금 관련 기사.
2003년 <일요신문> 573호 ‘전 씨 일가 숨은 재산 추적공개’에서는 전 전 대통령 직계 가족에 관한 재산 상황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비춰봤다. 재국 씨가 소유하고 있는 서초동 일대와 종로구 평창동 일대 부동산, 재국 씨 부인 정도경 씨의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대 부동산과 한남동 소재 부동산 처분 사실을 포착해냈다. 지난 보도에 다룬 바 있는 전두환 씨의 장손녀인 수현 양이 서교동 부동산을 결국 처분한 사실을 밝혀내는 한편, 장손자 우석 군이 여전히 10억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이밖에도 전두환 씨의 장녀 효선 씨가 보유하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일대 50평형 아파트, 차남 재용 씨의 서초동 및 용산구 소재 부동산, 3남 재만 씨의 부인 이윤혜 씨의 종로구 가회동 소재 부동산 현황을 파악했다. 보도에서 밝혀진 내용과 부동산 시세를 종합하면 전 씨 일가의 재산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가족들이 겨우 생활하는 정도라 추징금 낼 돈이 없다”던 전두환 씨의 발언을 무색하게 했다.
이후에도 <일요신문>의 전두환 비자금 추적은 계속됐다. 2003년 <일요신문> 573호 ‘전 씨 3남 월 임대수입 7000만 원’ 보도에서는 재만 씨가 서울 한남동 요지에 고가의 빌딩을 소유한 사실을 단독 포착해 이 건물의 월 임대수입만 7000만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2004년 <일요신문> 651호 ‘전두환 일가 이상한 부동산 거래’에서는 2004년 5월경 전두환 일가가 경기도 연천군 일대의 3500여 평의 토지를 매입한 사실을 단독으로 확인하는 한편, 2011년 1004호 ‘전두환 장남 재국 씨 70억대 부동산 매입 단독공개’ 보도를 통해 재국 씨 소유의 허브빌리지 인근에 또 다른 부동산 매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후속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일요신문>은 1074호 ‘전두환 장녀 이상한 부동산 거래’를 단독 포착하는 등 최근까지도 전두환 비자금 의혹을 향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전두환 씨의 추징금이 완납될 때까지 <일요신문>의 근성 추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