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4일 당시 안철수 대선후보가 광주시민과의 번개모임에 참석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안철수
<일요신문>-조원씨앤아이 공동 호남지역 여론조사 중 정당지지도에서 민주당은 48.9%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17.2%에 그친 새누리당을 압도했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의 지지도는 각각 3.2%와 2.3%를 기록했으며 ‘잘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는 28.3%였다. 호남에서 여전히 민주당의 강세는 이어졌지만, 두 자릿수 지지도를 기록한 새누리당의 선전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항목은 ‘안철수 신당 창당 시 정당지지도’. 이번 조사에서 가상의 ‘안철수 신당’은 33.7% 지지율을 기록하며 33.8%의 민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0.1%포인트 차에 불과한 오차 범위 내 초박빙. 여전히 안철수 신당에 대해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지난 대선 직후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을 따돌렸던 이전 조사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대목. 당초 기대했던 신당 창당이 아직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과 오는 재·보선 호남지역 예상 선거구가 0~2석으로 축소됐다는 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기존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을 지지한 응답자 중 안철수 신당 지지로 옮겨간 응답자는 26.4%였고, ‘새누리당’을 지지한 응답자 중 안철수 신당 지지로 옮겨간 응답자는 17.9%로 나타났다. 안철수 신당에 지지를 보낸 상당수는 역시 현재의 민주당 지지자들로 나타났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광주와 전남의 안철수 신당 지지도가 현격히 차이난다는 점이다. 광주에서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도가 41.3%로 높게 나타났지만, 전남에서는 28.2%에 불과했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도심과 비도심 지역 간 온도차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픽=송유진 기자 eujin0117@ilyo.co.kr
먼저 ‘안철수 신당 창당 시기’. 이 문항의 응답자 중 26%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창당해야 한다’고 답했고 20.4%는 늦어도 ‘올해 재·보선 전에는 창당해야 한다’고 답했다. ‘심사숙고해야 한다’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해야 한다’고 답한 이는 각각 23.1%와 13.3%를 기록했다. 호남 주민들은 대체로 안철수 신당에 대해 궁금해 하며 가능한 빨리 보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셈이다.
이를 단순히 보자면 안철수 세력에 대한 호남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뒤집어 보면 당초 예상됐던 신당 창당 작업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호남 주민들의 인내력과도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창당 시기가 연기되면 될수록 안철수 신당에 대한 호남 주민들의 지지도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 간의 관계’에 대한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응답자의 27.5%가 ‘민주당이 중심이 되어 통합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 뒤를 ‘경쟁관계로 가다가 대선 이전에 연대해야 한다’고 답한 이가 24.1%, ‘안철수 세력이 중심이 되어 통합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7.7%, ‘경쟁관계로 각자 행보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7.6%로 나타났다. 야권 통합의 주체로 안철수 세력보다 민주당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서도 나타난다. 이에 대해 응답자 중 34.1%가 ‘민주당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안철수 세력 측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한 이는 30.2%였다. ‘잘 모르겠다’와 ‘새누리당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23.7%, 11.9%를 기록했다.
앞서 단순한 정당 지지도와 달리 실질적인 투표를 염두에 둔 물음에 대해서는 안철수 세력이 아닌 민주당에 무게를 둔 것이다. 즉 겉으로 내보인 지지도와 실제 투표 성향은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안철수와, 안철수 신당의 깃발로 나서는 ‘안철수의 대리인’은 다르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호남지역에서 안철수에 대한 호감도는 여전히 높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호감도는 기대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제 막 제도권으로 들어 온 안철수의 호감도와 지지도는 향후 행보에 따라 하락할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하락의 조짐을 엿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이어 “호남 주민들의 깊숙한 마음속에서는 ‘굴러들어온 돌’ 안철수 세력에 대한 기대를 넘어 밉지만 ‘박힌 돌’ 민주당에 대한 애증이 여전히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죽했으면, 요즘 호남에서 ‘주민야안(낮에는 민주당, 밤에는 안철수)’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앞서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 간의 관계’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듯 호남 주민들 마음 속 안철수는 ‘박힌 돌’ 민주당을 변화시킬 외부적 요인으로 치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60대 이상 절반“잘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큰 차이를 나타냈다. 20대 응답자 중 38.5%는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4.9%를 기록했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하지만 60대 이상 응답자 중에서는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44.7%로,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18%)를 압도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차세대 리더 부재”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김한길 후보가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임준선 기자
호남 주민들은 정치권 내부에서 첫 손에 꼽히는 계파 문제보다는 문재인 이후 인물과 리더십에 대해 더 어둡게 전망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곧 차세대 리더에 대한 갈증 해소와 더불어 외연의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향후 진로’에 대한 질문에 호남 주민들은 ‘자체적 내부혁신 필요성(35.2%)’과 ‘외부세력과의 통합과 연대(34.7%)’를 제일 먼저 주문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