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둘레가 키의 절반을 넘으면 아디포넥틴의 분비가 적어진다. 오른쪽은 아디포넥틴 증가에 도움을 주는 대두.
최근 일본에서는 게이오대학 의학부 연구팀이 장수의 비결을 밝혀내 화제다. <주간겐다이>는 “게이오대학 의학부가 4년에 걸친 조사 끝에 100세 이상 장수 노인들의 ‘비밀’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주간겐다이>를 중심으로 100세 이상 장수 노인들의 공통점을 알아보고, 100세까지 건강하게 잘 사는 사람과 그 전에 죽는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봤다.
100세가 되면 지병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늘어난다. 게이오대학 의학부 연구팀이 일본의 100세 이상 고령자 병력을 조사한 결과 97%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질병별로는 고혈압 62%, 골절 46%, 심장질환 29%, 뇌혈관장애 16%, 암 10% 순이었다.
그런데 당뇨병에 걸린 장수 노인의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이상하리만치 적은 수치다. 일본은 성인 4명 중 1명이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될 만큼 ‘당뇨병대국’으로 불린다. 70대의 평균 당뇨병 이환율(병에 걸리는 비율)이 20~30%임을 감안하면, 이 6%라는 숫자가 얼마나 적은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110세 이상의 초고령자에게는 당뇨병이 단 한 명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점에 착안했다. 장수 노인들이 100세까지 살 수 있었던 이유가 ‘혹시 만병의 근원인 당뇨병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추측에서다. 그렇다면 이들이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건 왜일까. 역추적한 결과, 연구팀은 장수의 비밀이 바로 ‘아디포넥틴(Adiponectin)’에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아디포넥틴은 혈액 내 단백질로, 인슐린 저항성 및 대사증후군과 관련 있는 호르몬의 일종이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장수 노인들 대부분은 혈액 내 아디포넥틴 농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량의 아디포넥틴이 분비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당뇨병은 물론 중병에도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75세 이상에서 아디포넥틴 수치가 높은 사람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는데, 여기서 아디포넥틴 수치가 평균보다 낮으면 75세까지 살 확률도 떨어진다는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나는 100세까지 살 수 있을까. 그 운명의 키를 쥐고 있는 ‘기적의 호르몬’ 아디포넥틴. 이제 관건은 내 몸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아디포넥틴이 분비되고 있는지다. 단, 평균보다 아디포넥틴이 낮다고 해도 장수의 꿈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 아디포넥틴을 늘리면 된다.
아디포넥틴은 지방세포가 만들어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내장지방이 늘어날수록 아디포넥틴의 분비는 줄어든다. 이때 기준으로 삼는 것이 허리 사이즈다. 만약 허리둘레가 키의 절반을 넘으면 아디포넥틴의 분비가 적어진다고 봐도 좋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살이 찌지 않도록, 특히 내장지방을 연소시키는 운동을 하는 것이다.
또 운동뿐만 아니라 식품을 통해서도 아디포넥틴을 늘릴 수 있다. 대두에 포함돼 있는 콘글리시닌(conglycinin)은 체내 아디포넥틴을 증가시키므로 두부나 낫토를 꾸준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반면 두유는 콘글리시닌이 포함된 비지 부분이 제외되어 있으므로 별 효과가 없다. EPA가 풍부한 전갱이나 고등어, 꽁치 같은 등 푸른 생선도 아디포넥틴 생성에 효과적이다.
인간의 신체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 많다. 100세가 넘은 초고령자들 중에는 몸에 좋지 않은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계속함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특수한 케이스들에 대해, 게이오대학 연구팀은 “100세가 넘은 장수 노인들은 본래 아디포넥틴 수치가 높은 체질이다. 보통 사람이 이들처럼 나쁜 식생활을 계속 한다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아디포넥틴을 대량으로 투입하면 누구나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아디포넥틴을 약으로서 투여할 방법은 없다. 아디포넥틴은 단백질이므로 가령 보충제로 만들어 마신다고 해도 위에서 분해되어 버린다.
현재 전 세계 제약회사들은 아디포넥틴을 늘리는 신약 연구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장수를 약속해주는 ‘꿈의 신약’이 개발되면 그 충격은 비아그라가 나왔을 때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디포넥틴 신약이 이끄는 건강한 100세 장수시대. 곧 다가올 미래를 기대해 본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의존성 적고 긍정적
게이오대학 연구팀은 이러한 장수자들의 성격에서도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수하는 남성은 위에서 말한 사사키 할아버지처럼 세상에 얽매이지 않는 마이페이스 타입이거나 수집 같은 한 가지 일에 집착하는 성향이 많았다. 여성의 경우 가족뒷바라지를 열심히 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장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공통적으로는 의존성이 적고, 자신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장수했다.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성실성’이 장수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성실한 사람은 비록 병에 걸리더라도 의사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고, 약도 규칙적으로 먹는다.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절대 하지 않으므로 사망률도 낮아진다.
100세까지 장수한다 해도 노환으로 병상에 누워있거나 치매에 걸린다면 부질없다. 이에 대해 준텐도대학의 시라자와 다쿠지 교수는 건강한 장수를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운동이 필수라고 말한다. 워킹을 한다면 빠르게 걷기와 보통걷기를 반복하는 인터벌워킹을 추천한다.
여기에 음식물을 오래 씹는 저작운동도 중요하다.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은 영양섭취를 돕기도 하지만 치매와 건망증도 방지한다. 씹는 운동을 통해 대뇌피질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뇌에 혈액 공급을 촉진해 뇌세포의 노화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는 카르니틴이 함유된 양고기와 카레를 들 수 있다. 평소 카레 가루를 양념처럼 사용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도 있고 암세포 억제에도 도움이 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