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내부. 업계에선 롯데시네마가 메가박스 인수를 통해 업계 판도 변화를 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요신문 DB
지난해 말 관객 수 기준 국내 영화 상영관 시장 점유율은 CJ CGV가 절반에 가까운 43.2%로 1위 자리에 앉아 있다. 뒤를 이어 롯데시네마가 28.2%이고, 이번에 매물로 나온 메가박스는 18.9%를 차지하며 3위에 랭크돼 있다. 4위인 ‘프리머스’가 한 자릿수의 낮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니 메가박스는 이른바 ‘극장 빅3’에 들어간다. 3위지만 18.9%라는 유의미한 점유율을 가진 덕에 메가박스가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1위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구도다. 결국 메가박스가 새로운 업계 1위 결정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
단순 계산만으로 따졌을 때, 1위인 CJ CGV가 메가박스를 차지할 경우 60%가 넘는 점유율로 롯데가 넘볼 수 없는 압도적 1위가 된다. 반면 2위인 롯데시네마가 메가박스를 인수할 경우 47.1%의 점유율로 CJ를 넘어 새로운 왕좌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실상 그룹 전체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는 CJ에 있어서 메가박스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CJ CGV 관계자는 “메가박스 인수전은 물론 해외 사업 등 사업상 중요한 결정이 많은 데도 의사결정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 안내서가 와도 확인도 못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롯데시네마 측도 “공식적으로 할 말은 없다”며 이번 인수에 대한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롯데가 메가박스 인수를 통해 업계 판도 변화를 꾀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9년의 메가박스와 지금의 메가박스는 인수 매력도에서 다른 회사라는 점에서, 3년 전과 같은 유찰 사태는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CJ 입장에서도 탐나는 매물인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CJ를 둘러싼 분위기나 상황을 봤을 때, 롯데로의 피인수 가능성이 더욱 높지 않나 생각 한다”고 말했다.
현재 메가박스 매각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호주계 금융회사 맥쿼리펀드(MKOF)다. 맥쿼리는 지난 2007년 행정공제회, 국민연금, 군인공제회 등을 투자자로 참여시켜 만든 한국멀티플렉스투자(KMIC)를 통해 약 2800억 원에 메가박스를 인수했다. 인수 후 2년 만인 2009년 투자대금 회수를 위해 메가박스 매각을 시도했고 CJ와 롯데, SK 등이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인수 후보들이 맥쿼리의 최초 매입 가격인 2800억 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한 탓에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맥쿼리가 3~5년간 1000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겠다는 당근책도 내놨지만 소용이 없었다.
낮은 입찰가의 배경은 메가박스의 불확실한 성장성이었다. 맥쿼리로서는 투자 실패였던 셈이다. 이 같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맥쿼리는 지난 2011년 중앙일보 계열 제이콘텐트리의 씨너스와 메가박스 합병을 단행하기에 이른다. 3·4위 간 합병을 통해 1·2위와의 격차를 좁힌 새로운 메가박스는 지난해 1918억 원의 매출액과 38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KMIC가 메가박스를 인수할 당시인 지난 2007년 대비 매출액은 800억 원, 영업이익은 300억 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메가박스가 과거의 아픔을 벗어나 새로운 주인을 맞을 준비를 충분히 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메가박스 지분 100% 인수를 가정한 매입 가격을 6000억 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메가박스의 2대 주주인 제이콘텐트리의 선택이 롯데의 업계 1위 등극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메가박스는 KMIC가 50%, 제이콘텐트리가 46.31%, 여환주 대표가 3.11%의 지분을 들고 있다.
지분 구조 및 KMIC와 제이콘텐트리의 관계를 고려해 봤을 때 KMIC의 지분 매각은 제이콘텐트리의 결정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롯데 등 잠재적 인수 후보들의 선택 폭도 제한될 수 있다. 제이콘텐트리는 2011년 합병 당시 KMIC가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같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인 ‘태그얼롱(Tag-along)’은 물론, KMIC의 메가박스 보유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이콘텐트리가 메가박스의 잔여 지분 50%를 전부 사들이기 위해 필요한 3000억 원에 가까운 거금을 풀 것인가는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아이에스플러스(현 제이콘텐트리)가 씨너스를 인수할 때 인수 가격은 100억 원대에 불과했다”며 “제이콘텐트리의 지분 추가 인수보다는 잔류 내지는 KMIC와의 지분 동반 매각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