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준 회장(위쪽 사진)이 손해보험 주식을 구본엽 전 부사장(왼쪽) 등 조카들의 에이디피 주식과 교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연합뉴스
LIG그룹은 지난 1999년 정부의 ‘5대그룹 생명보험사 진출 금지’ 정책에 따라, LG그룹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바로 아랫동생인 고 구철회 회장 일가가 LG화재(현 LIG손보)로 분가하면서 시작됐다. 이 같은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 LIG그룹에서의 LIG손보 위상은 절대적이다. 연 매출 8조 원 이상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회사가 LIG손보기도 하다. 반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LIG에이디피는 지난해 229억 원의 매출과 20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는 차치하고라도 수치로만 봤을 땐 LIG손보와 비교할 수 없는 미미한 수준이다.
구 회장은 지난 5월 30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LIG손보 주식 163만 5450주 중 절반가량인 79만 3990주를 조카들인 구본엽·본욱·본미·현정·본희·윤정 씨가 보유한 LIG에이디피의 주식 전량과 교환했다. 이번 주식 교환에 따라 구 회장의 LIG손보 지분율은 기존 2.73%에서 1.4%로 대폭 축소된 반면,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차남 구본엽 전 부사장의 지분율은 3.60%로 늘어났다. 대신 구 회장은 LIG에이디피 지분율을 기존 0.65%에서 19.39%로 크게 늘리며 이 회사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됐다. 동시에 앞서 언급한 구 회장의 6명 조카들은 이 회사 지분을 모두 털어냈다.
1999년 분가 시점부터 LIG손보에서 근무하며 10년 넘게 대표이사 자리를 맡아 온 구 회장의 이처럼 갑작스러운 주식 교환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각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3세로의 세대교체설은 물론, 형인 구자원 그룹 회장과의 갈등설까지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14일 있을 정기주주총회에서 구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도 내려올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LIG그룹과 LIG손보 관계자는 “유교적 가풍을 특성으로 하는 범LG가에서는 형의 말에 복종하는 분위기가 강해서, 형제간 갈등이 있을 수 없는 구조”라며 갈등설에 대해선 일단 선을 분명히 그었다. 업계에서도 형제간 갈등설보다는 ‘본’자 항렬인 오너 3세로의 세대교체에 따른 지분 정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고 구철회 회장의 장남인 구자원 그룹 회장 일가에 힘이 더욱 실리는 분위기라는 평가다.
이번 주식 교환을 통해 구 회장의 차남 구본엽 전 부사장은 형인 구본상(7.14%) LIG넥스원 부회장에 이어 이 회사의 2대 주주(3.60%) 자리를 확고히 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식 교환이 있기 전부터 구 회장과 함께 오랫동안 공동대표를 맡아 온 전문경영인 김우진 전 부회장이 복귀하고 구 회장이 고문으로 갈 것이란 얘기가 있었다”며 “김 전 부회장 복귀가 무산되면서 결국 LIG그룹이 ‘본’자 돌림인 오너 3세로의 세대교체 시기를 더 앞당기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LIG손해보험 관계자는 “LIG에이디피가 요즘 적자를 내는 회사이긴 하지만 향후 전망을 보고 그룹에서 이 회사를 키워나가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동안 이 회사는 구본엽 씨 외 12인이 지분만 들고 있었지 회사 경영에 별 관여를 안 했다. 구 회장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오너 경영이 강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측했다. 주총에서 구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을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답변을 삼갔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