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윈(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현재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는 경주마다. 원 안은 최다 출전을 기록하고 있는 차밍걸. 연합뉴스
최다 출전마는 잘 알려진 것처럼 차밍걸(암말)이다. 무려 96전을 치렀다. 우승이나 준우승은 단 한번도 차지하지 못했으며 3위 8회가 입상의 전부다. 2005년 3월에 태어나 2008년 1월 경주마로 데뷔해 현재까지 65개월간 96전을 치렀으니 평균적으론 3주에 한 번꼴로 출전한 셈이다.
이 부문 최고 기록은 ‘학마을’(암말)이 보유하고 있다. 1981년생인 학마을은 85년부터 92년까지 7년여간 현역으로 뛰면서 134전(9/17/23/22/20)을 치렀고 2등급(현재 2군에 해당)까지 승급했다. 차밍걸은 과연 학마을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이는 마령 8세의 차밍걸이 언제까지 뛸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한 달에 한 번 출전한다면 3년 뒤에, 현재의 추세대로 출전한다면 10세 중반쯤에 대기록(?)이 작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최근 차밍걸의 묵묵한 질주가 보도되면서 팬클럽이 생겨난 것이다. 팬들 중엔 ‘그만 뛰게 하고 자식을 보게 해 후대에 우승의 한풀이를 해보자’고 응원하는 이도 있어 눈길을 끈다. 차밍걸이 경주마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든, 씨암말로 새로운 출발을 하든 팬들의 인기에선 더 이상 꼴찌가 아닌 것이다. 차밍걸이 96전 동안 벌어들인 상금은 약 5700만 원이다.
현역 최고령마 ‘군함’(거세마)도 화제다. 올 8월이면 마령 11세가 되는 군함은 지난 2일 수많은 예상가들을 비웃듯 또 한 번 사고를 쳤다. 군함은 2011년까지만 해도 꾸준히 활약하던 경주마였다. 그러다 지난해 들어서 서서히 경주력이 떨어지면서 착순권을 오르내렸고, 특히 지난해 말에 반짝 활약을 끝으로 올 1월과 3월엔 졸전을 치렀다. 이 두 경주를 지켜본 경마팬들은 마령 10세에 접어든 군함이 급격히 노쇠한 것으로 판단했고, 이 같은 판단이 반영돼 지난 2일 경주에선 인기 8위에 불과했다.
군함은 후대활동을 할 수 없는 거세마이기 때문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역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예전처럼 꾸준한 활약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앞으로도 간간이 입상할 가능성은 높아보인다. 이번의 2위가 어부지리가 아닌 자력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역 최다승 경주마는 누구일까. 이 부문 1위는 서울 경마장의 터프윈(6세, 거세마)이다. 터프윈은 28전을 치르며 21승을 올렸다. 2위마는 19승을 올린 당대불패다. 둘 다 나이는 같지만,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리는 당대불패에 비해 터프윈은 비교적 건강하기 때문에 당분간 현역 최다승마의 자리를 지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부문 역대 최고마는 43승을 올린 신세대(거세마)다. 91년생인 신세대는 무려 12세까지 경주마로 활약하면서 43승을 올리며 9억 8300만 원을 수확했다. 2위는 그랑프리까지 석권한 적이 있는 역대 최강의 국산마 새강자다. 33승을 했고, 15억 3600만 원을 벌어들였다. 터프윈이 앞으로 얼마나 더 뛸지는 모르지만 고부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신세대의 기록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경마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역마 중에서 상금을 가장 많이 번 경주마는 누구일까. 수많은 마주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최다상금수득마는 부경의 당대불패(수말)다. 당대불패는 앞서 언급한 대로 19승을 올려 현역 최다승 2위에 올라있는 마필로 국산마 중에선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29전(19/2/2/1/1)의 성적으로 총 수득상금은 약 28억 3700만 원이다.
역대 경주마를 통틀어서도 수득상금은 당대불패가 단연 1위다. 많은 경마팬들이 역대 최다상금마로 기억하고 있는 새강자(거세마)는 15억 3600만원의 상금을 벌여들여 이 부문에서 한동안 1위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경주상금이 대폭 늘어난 이후에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경주마들에 밀려 현재는 당대불패, 연승대로(16억 3600만 원), 터프윈(15억 9000만 원)에 이어 4위에 랭크돼 있다.
당대불패는 지난 5월 대상경주 때 ‘양전구절만성증식성활막염’(양쪽 앞다리 구절의 활막염이나 관절낭염이 만성적으로 진행된 상태)이란 질병에 걸려 출전이 취소된 바 있다. 지난 6월 1일까지 똑같은 질병으로 진료를 받고 있는 점과 5월 4일 이후로 경주로 훈련이 전혀 없는 점 등으로 봐서는 당분간 경주로 출장은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2위마를 무려 12억 원 차이로 따돌리고 있기 때문에 최고상금마의 위상은 지켜갈 것으로 보인다.
김시용 프리랜서
최다 3위 ‘복민호’ 고깃덩이 신세로…
2위 횟수가 가장 많은 경주마는 ‘노도호’(거세마)였다. 85년부터 94년까지 무려 9년 7개월을 경주마로 활약한 노도호는 129전 동안 2위를 22회나 했다(16/22/16/9/8). 1마신 이내의 승부는 차치하고라도 사실상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고 평가받는 ‘코차’로 분패한 경우도 세 차례나 됐다. 2위 덕분에 1등급까지 오른 말이기도 하다.
2위는 장다리라는 경주마였다. 장다리는 21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113전17승). 호주산 거세마인 장다리는 현지에서 열두 번이나 출전했지만 모두 입상에 실패했던 말이다. 하지만 국내로 수입된 이후엔 10전 만에 1등급까지 올랐을 정도로 나름 뛰어난 활약을 했다.
한편 역대 최다 3위는 ‘복민호’(수말)라는 말이 차지했다. 복민호는 123전 동안 3위를 25회(9/17/25/17/21)나 하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2등급 말로 은퇴한 불운의 경주마이기도 하다. 이 부문에서 두 번째 불운마는 앞서 역대 최다 출전마로 소개한 ‘학마을’이다. 3위를 23회나 했다. 그러나 이 마필도 끝내 1등급으로 올라서지 못하고 2등급 마필로 ‘마생’을 접어야 했다.
경주마로서 오랫동안 활약했지만 그리 뛰어난 성적을 올리지 못했던 탓에 복민호와 학마을의 최후는 비참했다. 씨수말이나 씨암말로 데뷔하지 못하고 육용으로 팔려나가 ‘고깃덩어리’가 되는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