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성 의원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조사에 들어간 국민대는 아직도 최종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요신문DB
문대성 의원이 연일 한국 태권도계에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30일 문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심판의 편파판정에 따른 선수 아버지 자살 사건과 관련해 “태권도계에 심판 로비와 편파판정이 비일비재하다. 나도 그런 일을 많이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한 같은 날 국기원 이사직도 사퇴했다. 젊은 태권도인을 대표해 역동적이고 소통이 되는 국기원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기 위해 이사 추천을 수락했지만,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더 이상 이사로서 할 역할이 없다는 게 사퇴의 이유였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런 문 의원에게 “그렇게 상식이 있어서 논문 표절을 하느냐”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총선 과정에서 문 의원은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는 즉각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야당과 언론은 문 의원의 의원직 박탈을 주장했지만, 그는 결국 의원직은 유지한 채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했다.
국회의원직은 지켰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 또한 안전하지 않았다. IOC에서도 문 의원의 논문 표절 의혹을 주목하고 있었던 것. 그러나 IOC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일단 “국민대 측의 논문 표절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문 의원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에서는 아직까지도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당연히 학위 취소 절차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이미 지난해 11월 국민대 연구윤리위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쳐 “조사가 길게 걸리지 않을 만큼 표절로 의심되는 부분이 많았다. 연구 주제와 연구목적의 일부가 같은 해 명지대에서 나온 김 아무개 씨의 논문과 상당부분 일치했다”고 표절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이 이의신청을 했고, 연구윤리위가 다시 재심사에 들어갔는데 5개월째 결론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국민대 연구윤리위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흐지부지 대중의 관심이 잦아들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런 의혹에 대해 국민대 연구윤리위의 한 관계자는 “규정에 재심의 기한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한 점 오해가 없도록 신중을 기하느라 늦어지고 있는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국민대의 결과 발표가 늦어지자 IOC 집행위원회에서 문 의원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지난해부터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러나 문 의원 측에서는 “IOC 집행위원회가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본격 조사에 나섰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우리나 IOC 모두 대학 측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얼마 전 논문 표절이 밝혀진 팔 슈미트 위원(헝가리)에 대해 IOC 집행위원회가 ‘학위는 개인적인 문제다’라며, 슈미트 위원에게 경고 조치로 견책 징계만을 내리고 위원직은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슈미트 위원의 사례를 통해 문 의원도 IOC 위원직은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코치·학부모, 심판들에 로비 “그건 그때 얘기고…”
이와 관련해 문대성 의원은 지난 5월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태권도계에 편파판정이 비일비재하며, 나도 그런 일을 많이 당했다”며 한국 태권도계에 만연해 있는 편파판정 세태를 강도 높게 질타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그는 “해당 경기를 보니 심판이 악의적이고 고의적으로 패배한 선수에게 경고를 줬다”며 “한 분의 자살로 인해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이지 과거에도 편파판정이 계속해서 있었다. 그래서 선수를 데리고 있는 코치와 학부모는 우리 선수가 괘씸죄라든가 불이익을 안 당하기 위해서 심판들한테 밥을 사거나 술을 사는 등의 로비를 해왔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문 의원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대한태권도협회는 심판에 대한 로비와 편파판정이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대한태권도협회의 한 관계자는 “문 의원이 라디오 방송에서 문제 삼은 편파판정 실태는 과거 문 의원이 태권도를 하던 10년도 넘은 이야기다. 지금은 그런 편파판정이나 심판에 대한 로비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문 의원이 올림픽에서 금메달도 따고, IOC 선수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태권도계에서는 상징적인 인물인데,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그런 얘기를 방송을 통해 퍼트린 데 대해선 상당히 유감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 관장의 죽음까지 불러온 ‘편파판정 논란’에 연루된 심판 A 씨는 제명이 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대한태권도협회는 4일 서울시태권도협회의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경고 판정 사항에 대해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고, 주관적 판단에 따라 경고를 준 것으로 보여 A 씨를 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태권도협회의 한 관계자는 “A 씨가 ‘고의성은 없었지만 실수는 있었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제명 이외에 추가적인 조사나 사법처리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문 의원이 말한 “주심이 악의적, 고의적으로 편파판정을 내리지 않았으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고 말한 부분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