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국회도서관에서 진행된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통합신당 의원총회 전경. 일단 국회의원 42명으로 닻을 올린 통합신당은 내년 총선에서 그 두 배가 넘는 91명의 국회의원을 만들어내야 성공한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통합신당이 17대 총선에서 원내 제2당에 머문다면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기도 힘들다. 민주당으로는 원내 1당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이 신당 창당의 명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만약 제3당으로 추락하면 생존 여부를 확신할 수 없을 수도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현재의 의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김상현 고문의 주장대로 두 당만으로 내각제 개헌도 가능해 노무현 정부는 그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따라서 통합신당으로서는 최소한 개헌 저지선인 91석 이상은 확보해야만 한다.
서울(45석), 인천(11석), 경기도(41석)로 이루어진 수도권의 지역구 의원은 모두 97명이다. 전체 지역구 의원 2백27명의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숫자다. 1여(與)3야(野)의 신4당체제가 총선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총선 구도가 노무현 정권 대 반노-비노 대결구도로 짜여지면 통합신당의 승산은 희박하다. 한나라당이 지금과 같이 영남권을 석권하고 민주당이 호남권을 사수한다면 통합신당은 수도권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둬야 겨우 원내 2당의 위치를 노려볼 수 있다.
한나라당이 부산(17), 울산(5), 대구(11), 경남(16), 경북(16)을 석권할 경우 62석을, 민주당이 호남권에서 통합신당에 합류한 의원들을 제외하고 전 지역을 차지한다면 20석을 차지하게 된다. 반면 통합신당은 호남권에서 9석을 확보하고 수도권과 중부권 전투에 나서게 된다. 한나라당을 제치고 원내 1당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지역구도에서 뒤진 53석(62-9)을 수도권(97석)및 중부권(33석=대전 6, 충남 11, 충북 7, 강원 9)에서 역전시켜야 하는데 이는 이들 지역 1백30석 중 92석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통합신당측은 호남권에서 선전하고 영남지역에서도 교두보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호남권 승률을 50%로 끌어올리고 영남권에서 10석 내외를 차지해 현재의 9석에서 16석 정도 늘어난 25석 내외를 확보한 뒤 수도권 및 중부권 전투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신당의 기대가 충족된다 하더라도 역시 수도권 및 중부권 1백30석 중 65%선인 84석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중부권 지역구도상 특정 정당의 압도적 우세가 어려운 만큼 수도권이 사실상 승부처라고 할 수 있다.
통합신당의 핵심 관계자는 “통합신당의 목표는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춘 원내 1당인데 이를 위해서는 영·호남권에서 선전하고 수도권에서 압도적 우세를 점해야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영남권에선 교두보를 확보하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고 광주와 전남에서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충청권은 통합신당과 한나라당 자민련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결국 원내 1당이 되기 위해서는 수도권에서 압승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합신당은 이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원내 1당 확보를 위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총선 전략 전술을 마련해놓고 있다. 통합신당의 핵심 총선 전략은 역시 총선 구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의 정국구도는 평면적으로 보면 1여3야의 4당 체제다. 총선에서 이런 구도를 평면적으로 적용하면 통합신당이 유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단일한 여당이 분열된 야당과 승부를 하는 일 대 다의 구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구도가 유지되면 총선구도는 ‘거야다여’(巨野多與)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그대로 유지되는 반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세력들은 통합신당과 민주당으로 분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1천 표 내외의 박빙의 승부가 난 지역구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앞섰던 16대 총선 결과는 역전될 수도 있다.
▲ 지난 19일 의원총회에서 통합신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근태 의원이 연설하고 있다. | ||
좀 더 구체적으로 유권자의 연령이나 성향을 분석해도 이런 구도가 통합신당에게 얼마나 유리한지 금방 확인된다. 개혁을 지향하는 유권자 연령층은 20~40대 중반까지 퍼져있고 이들이 전체 유권자의 70%를 점하고 있다. 이는 50~60대의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만회하고도 남는 비율이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정밀분석해보면 통합신당에 유리한 또 다른 측면이 발견된다. 노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이 30~40%대로 급전직하했지만 대선 때와 달리 50~60대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니까 일단 지지해야 한다는 장년층 특유의 성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통합신당은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등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 비해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진보적인 색채를 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당으로서 ‘안정론’을 동시에 제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정국이 안정되고 해외자본도 적극 투자에 나서는 등 경제회생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전통적인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신당은 이 같은 총선구도 수립을 위해 우선 정당개혁을 철저하게 단행하되 국민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회 밖의 중앙당사는 그 규모나 권한을 왜소할 정도로 축소하고 국회 본청 내에 중앙당을 꾸릴 방침이다. 사무총장과 대변인은 이미 두지 않기로 했다. 자연히 중앙당 운영경비가 대폭 축소되고 당의 재정 투명성은 대폭 제고될 수밖에 없다. 통합신당은 이를 적극 홍보함으로써 수백억원의 국고보조금 지급에도 불구하고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대표 중심으로 진행되는 정당의 전통적인 회의 방식도 완전히 개선하고 정책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부각시킬 예정이다.
공천 방식의 혁명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예고했듯이 현역 의원과 원외 지구당 위원장의 기득권을 완전 배제하고 철저하게 국민참여 경선으로 치름으로써 ‘제2의 노무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현역의원과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이 기득권 보호를 위해 공천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키거나 불완전한 국민참여 경선을 실시할 경우 통합신당의 정치개혁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는 것이다.
통합신당은 이와 병행해 정치신인 영입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정치권 영입인사들은 대부분 여당이란 울타리와 행정부 진출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는 만큼 통합신당은 영입작업에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을 앞설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두 번째는 향후 정치관계법 개정 과정에서 선관위가 제시하고 시민단체 등이 요구하는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개정을 거의 원안대로 수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통합신당이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개정에 적극 나설 경우 역시 유권자들에게 개혁세력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어줄 수 있다. 나아가 이는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시민사회단체가 보여준 위력을 감안하면 통합신당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 번째는 ‘개혁신당추진연대회의’(신당연대)나 개혁당 등 제 개혁세력을 하나로 결집시켜 정치권 구도 자체를 개혁세력 대 반개혁세력으로 단순화함으로써 민주당과 한나라당, 자민련에게는 반개혁적 이미지를 뒤집어 씌우는 동시에 유권자들에게도 개혁이냐 반개혁이냐를 선택토록 한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 잔류파나 한나라당은 통합신당이 이 같은 포지티브한 전략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의 여권 프리미엄이나 ‘홍위병 전략’ 등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정통모임측은 현대, SK, 대우, 한화 비자금 사건에 이어 현대비자금에 맞먹는 메가톤급 사정수사가 곧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측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이미 방송과 문화계를 접수해 이번 총선에서 대대적인 선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필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