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 강제 북송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라오스에 특사로 다녀온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지난 12일 특사 파견 성과와 정국 현안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라오스 정부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한국 단체의 인신매매를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 이번 사건도 그렇지만, 솔직히 탈북자를 도와주는 단체 사람들은 성자가 아니다. 목적의 반은 대업이고, 나머지 반은 생업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도 실제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탈북자들을 돕는 측면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 역시 이러한 점이 전혀 없진 않더라. 때문에 우리와 라오스 정부의 생각 차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특사 자격으로 간 나는 줄곧 우리의 주장을 그들에게 관철시켰다.”
―라오스 정부의 주장도 논란거리지만, 북한의 이례적인 북송 조치가 더 큰 의문이다. 때문에 탈북 청소년 9인 중 고위급 자녀가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일단 우리 외교부에서는 그 친구들을 만난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해 그들의 신원파악도 안됐다. 우리는 그저 단체 소속 선교사의 얘기를 들은 것밖에 없다. 그들은 오랫동안 탈북 청소년들을 데리고 있던 사람들이다. 아이들의 성분을 모를 리 없다. 그 사람들은 말단 당직자 자녀라도 있었으면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고위급 인사로 부풀려서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고위급 자녀는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례적인 북송을 실시했단 말인가.
“평소 라오스에 주재하는 북한 대사관은 현지에서 전기료조차 못 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라오스 정부가 북한 대사관의 2년치 전기료 6만 달러를 탕감해줬다고 한다. 평소 라오스 정부가 탈북자의 신분을 접수하면 남북 양쪽 대사관에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북한 대사관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신분 접수를 위해서는 300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하고 북송을 위해서는 비행기 삯도 부담해야 한다. 가난한 북한 대사관으로서는 데려가고 싶어도 못 데려갔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소 사정을 유추해보면, 이번 북송 조치는 결국 북한에게 어떤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라면?
“탈북 청소년 중 상당수는 고아가 아니다. 현재 북한에 도착한 탈북 청소년들 중 일부가 이미 부모와 만났다. 이는 북한에 머물고 있는 라오스 외교관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다. 지금쯤 북송된 청소년들은 부모와 함께 특수한 훈련을 받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청소년들이 부모와 방송에 나와 ‘남조선 괴뢰도당이 우리를 꼬드겨 납치했고, 팔아넘기기 직전에 구출됐다’는 식의 얘기를 하겠지. 무엇보다 선전을 위해 활용하려는 수단으로 쓰일 것이다. 이를 위해 이번에 이례적인 북송을 실시한 것 아닐까 싶다.”
2007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김재원 의원. 일요신문 DB
“물론 라오스 정부는 지금까지 겉으로 ‘법대로 처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라오스의 세 번째 원조국이다. 이번 특사 조치로 인해 라오스 정부 스스로 상당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나는 당 특사 자격으로 라오스에 다녀온 것이다. 일당국가인 라오스에서는 당 서열이 중요하다. 당 직책(전략기획본부장)을 갖고 있는 내가 특사로 왔다고 하니, 반응이 남달랐다. 확답은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번 남북협상 결렬에 ‘실리’보다 ‘격’에 집착하는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시선도 존재한다.
“애초 북한이 이번 회담을 별로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만약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고자 했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김정은 위원장의 최대 과제는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나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한 고위급 외교관에게 들은 얘기인데 시진핑 주석이 핵심 지도자들과의 자리에서 ‘중국과 가까운 나라에서 고약한 상황이 계속되면 안 된다’고 했단다. 이 외교관에 따르면 이러한 시진핑 주석의 의중이 이미 북한에 전달됐다고 한다. 북한의 이번 회담 제안은 이를 염두에 두고 접근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사정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백일이 막 지났다. 특히 인사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아쉬움이 있다. 지금처럼 인사권 자체가 집중돼 있으면 안 된다. 상당 부분 분권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반드시 신경 써야 하는 인사와 그렇지 않은 인사는 구분해야 한다. 참모들도 도와야 한다. 산하 기관장 같은 경우 장관이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더 좋은 인재도 뽑을 수 있다. 지금은 너무 인사권이 집중돼 있다.”
―박근혜 정부가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이 경제민주화와 복지다. 평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는데, 이에 대한 비판의 시각도 많다.
“복지는 지속가능해야 한다. 쉽게 말해 돈 없으면 못하는 거다. 조금 지나면, 현 정부의 복지 공약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그럼 선택의 기로에 서는 거다. 증세를 할 것인지, 복지 혜택을 줄일 것인지. 그런데 그 상황에 닥치고 논의하면 늦는다. 복지 정책은 최소한 50년간 재정 상황을 보고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하경제 양성화해서 돈 더 받아내겠다고 했지만, 난 실질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 돈을 걷을 수 있는 것은 ‘범죄적 영역’밖에 없다. 최근 10년간 세수는 늘었다. 이건 경제성장 때문이 아니다. 신용카드 사용이 늘었기 때문에 세원이 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소득이 있는 국민 절반이 사실상 소득세를 안 낸다. 1000만 자영업자 중 세금 제대로 걷는다면 800만~900만 명은 세금 더 걷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부자 감세도 얘기하는데, 우리나라만큼 부자들에게 편중된 세금 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도 없다. 특소세, 상속세 살인적이다. 고소득층에게 세금 더 때리는 것도 쉽지 않다. 아직까진 괜찮지만, 분명 나중에는 현실의 벽에 부닥칠 가능성이 많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