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튜닝월드 2013에 참가한 자동차들. 트렁크를 개조해 오디오를 단 차 등이 눈에 띈다.
서구의 튜닝 산업 규모를 알 수 있는 사례를 들어보자. 지난 5월 13일 독일의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는 유럽 최대의 보덴 튜닝 세계 박람회(The Bodenseee Tuning World 2013)가 열렸다. 프리드리히스하펜은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세 국가가 인접한 국경 지역으로 보덴호(Bodensee, Lake Constance)가 자리 잡고 있다.
2001년 처음 시작해 11년째 열리는 이 박람회에는 212개 팀이 참여해 경연을 벌였다. 등장한 튜닝차가 1000개가 넘었다. 전시회뿐만 아니라 유럽 튜닝 결정전(European Tuning Showdown), 드리프트 쇼(Drifting Show), 로우라이더 쇼(Lowrider show) 등이 펼쳐졌다. 로우라이더 쇼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미국계 멕시칸들 사이에서 개발된 자동차 튜닝 문화에서 비롯됐다. 마치 농구공이 바닥에서 튀어 오르듯, 차가 바닥에서 튀어 오르고 묘기도 하는 자동차 쇼다. 미스 튜닝 선발대회도 열렸다.
박람회는 10만 명에 가까운 방문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튜닝산업의 대표자들, 튜닝 클럽 관계자들, 자동차 열광자들이 함께 모였다. 이들은 마치 한 가족인 것처럼 쉽게 친해지고 쉽게 어울렸다. 11개 국가에서 345명의 기자가 참석해 박람회를 자세히 보도했다. 예술적 경지에 오른 튜닝 기술들, 개량된 제품을 소개했다. 하지만 자동차 튜닝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국내 언론은 참석하지 않았다.
전시장은 반짝이는 크롬 금속, 으르렁거리는 엔진소리로 열기가 가득했다.
상상을 뛰어넘는 튜닝차가 많았다. 차가 울퉁불퉁한 지형을 지날 때 차체가 위로 올라가도록 설계된 자동차, 시끄러운 복고풍 머플러를 장착한 자동차가 눈에 띄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문을 45도로 들어 올리며 여는 자동차는 평범한 쪽에 속했다. 지붕에 위성 안테나를 장착하고, 트렁크를 개조해 오디오를 단 자동차도 나왔다.
외관상의 변화는 더 극적이었다. 운전석 사이드 미러 앞에 장난감 기관단총을 장착한 차도 있었다.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한 ‘호러’ 자동차, 수갑이 달린 차, 아프리카의 야생을 연상하게 하는 ‘야생’ 자동차도 선보였다. 네 바퀴 뒤 쪽 차체에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연상하게 하는 구조물을 달기도 했다.
유럽 튜닝 결정전의 승리는 스위스의 요한 에릭손(Johan Eriksson)과 그의 닷지 차저에 돌아갔다. 이 차는 크라이슬러가 만든 차로 1960년대 가장 인기 있었던 머슬카 중 하나다.
박람회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튜닝카에 열광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들은 차를 개조하는 데 기꺼이 투자한다. 화려한 액세서리에 눈을 돌린다. 과거의 튜닝이 분위기를 살짝 바꾸는 데 치중했다면 차량 마니아들이 ‘모델 체인지’에 가까운 튜닝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박람회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2014년 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4월 1일에서 4일까지 열린다.
최근 발표된 국내 뉴스는 이와는 전혀 딴판이다. 국토부는 최근 자동차 튜닝을 제한하는 ‘자동차 구조·장치 변경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마련했다. 7월 말까지 각계의 의견을 청취한 뒤 규제개혁위원회 심의에 올린다고 한다.
개정안은 몇 가지를 제한하고 있다. ▲자동차 출입문을 수동 혹은 자동으로 바꾸는 행위 ▲차량 후미등에 덮개를 씌우는 것이다. 안전 문제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교통안전공단의 검사·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완전히 금지하는 것도 있다. ▲승객 칸의 좌석을 제거하는 행위 ▲자동차 배기관의 소음방지 장치를 떼는 행위 ▲차량의 무게를 줄이려고 차대나 차체를 잘라내는 행위는 금지된다.
이웃의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는 철저히 금지시켜야 한다. 예컨대 소음방지 장치를 떼는 행위는 많은 시민의 원성을 초래한다. 엔진을 개조한 차로 레이스를 벌여서 주변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사고를 내는 행위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자기 차를 멋지게 꾸며보고 싶은 욕구, 자동차 튜닝 산업의 발전 등도 고려해 균형점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
장성재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