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업계는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새롭게 도입된 증권거래세에 대해서도 “이중과세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장기주택마련 상품에 대한 소득공제 일몰 발표로 금융업계에서는 “형평성에 위배된다”며 국회에 소명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증권거래세는 한 해 평균 3조 원이 넘는 정부의 거대 세수원이다. 여기에 이번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2010년 증권거래세는 3000억 원, 소득세는 1조 3000억 원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금융시장 투자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이다. 현재 주식을 팔 때 0.3%(유가증권시장은 매도시 0.15%와 농어촌특별세 0.15%, 코스닥시장은 매도시 총 0.3%)가 증권거래세로 원천 징수된다.
투자자들은 증권사 수수료와 동시에 증권거래세가 원천 징수됨에 따라 세금에 대한 저항이 거의 없다. 그래서 증권거래세는 간접세의 성격이 짙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증세에 초점을 맞추고 서민의 세 부담은 줄인다’는 큰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펀드 투자자들은 고소득층보다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고 펀드가 서민의 장기 재테크 수단임을 간과했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결국 펀드 투자자들이 증권 투자자만큼 조세 저항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세수 부족 해결을 위한 희생양이 된 셈이라는 것.
공모펀드에 거래세가 부과되면 차익거래펀드는 설립 기반을 잃게 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현물이나 선물 중 고평가된 것을 팔고 저평가된 것을 사는 차익거래펀드는 거래세 면제로 수익을 올렸던 만큼 세금이 부과되면 운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선물 차익거래는 주식 현물과 선물(코스피200)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 전략이다. 이를 테면 현물 주식이 선물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면, ‘현물매수+선물매도(매수차익거래)’를 한 뒤 적정 수준으로 돌아오면 반대로 ‘현물매도+선물매수(매도차익거래)’를 해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베이시스)만큼 차익을 거두는 걸 말한다. 현·선물 간 차이가 크지 않아도 여러 번의 매매를 통해 적정한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차익거래는 현·선물 간 미미한 차이를 찾아서 잦은 매매로 수익률을 거두는 것으로, 거래세가 없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주식을 샀다가 팔 때 거래세 0.3%를 물면 빈번한 차익거래로 번 돈을 세금으로 헌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거래세 때문에 차익거래펀드가 없어지면 현물시장과 선물, 파생상품 시장 간의 괴리가 커져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미 ETF를 구성할 당시 주식을 매매해 증권거래세가 원천 징수된 셈인데 ETF를 매도할 때 다시 증권거래세를 부과한다면 이중과세 논란이 일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형펀드의 절반에 달하는 적립식 펀드가 계좌수 1500만 개에 평균 잔액 480만 원에 불과한 서민들의 저축수단이란 점을 감안하면 ETF 증권거래세 부과는 없는 사람들에게 과도하게 세금을 거둬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ETF시장이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ETF시장 규모는 주식 시가총액 대비 0.27%로 전 세계 평균 2.18%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ETF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시점에서 세금이라는 날벼락을 맞아 위축될 위기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또 다른 문제는 장기주택마련펀드(장마펀드)의 소득공제 폐지로 발생한 형평성 논란이다. 세제개편안에는 장마펀드에 대한 비과세를 3년 연장하는 대신 2010년부터 기존 가입자까지 소득공제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비과세 혜택이 올해 말로 소멸되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장마펀드의 조기 가입을 종용했다. 하지만 소득공제 혜택이 사라질 경우 기존 가입자도 예상치 못하는 정책 결정에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금융상품의 경우 일몰이 적용되어도 이미 가입한 사람들은 세금지원 혜택을 계속 받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장기 주식형 펀드에 대한 소득공제도 올해 말이 일몰 시한이지만 이때까지 가입한 사람은 앞으로 3년간 소득공제를 받는다.
장마펀드는 장기 히트상품이다. 7년 이상 가입하면 이자(배당)소득세를 면제해주고 300만 원 한도에서 연간 납입금의 40%를 소득공제를 해주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에서 각각 저축·펀드·보험이란 이름을 붙여 팔지만 내용은 같다. 비과세와 소득공제를 동시에 받는 대표적인 절세상품으로 분기당 300만 원까지만 납입할 수 있는 적립형인데도 총 가입액이 17조 원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기존 가입자들은 대부분 비과세보다 소득공제를 보고 가입했다. 특히 장마펀드 관련 상품은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7년 이상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최소 7년에서 길게는 50년 만기의 상품을 판매해왔다. 상품 조건이 바뀌었다고 마음대로 해지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득공제를 받은 사람이 1년 이내에 해약하면 가입금의 8%, 5년 안에 해지할 경우 4%를 추징당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면제받은 이자(배당)소득세도 함께 추징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업계의 극단적인 반응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꼴”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를 부과하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이래저래 증권·펀드시장에 이중 삼중으로 세금이 부과돼 시장 전체가 위축될 우려를 하고 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