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사무총장직에 오른 홍문종 의원이 국정원 문제 등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국정원 대선개입 파문에 대한 민주당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글쎄. 야당에서 난리를 치지 않아도 될 문제인데…. 물론 국정원이 정말 선거법에 저촉되는 위반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더 조사해볼 필요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난 민주당이 잘못된 공세를 하고 있다고 본다. 야권에서는 아마도 대선에서 진 부분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리고 국정원이 가장 핫한 이슈라고 보기 때문에 그렇게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거나 그런 징후를 보였다고 해서 우리 여당이 도움 받은 것 하나도 없다. 여당도 선거기간 동안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불만 많이 토로하지 않았나.”
―이런 시기에 국정원이 새누리당 정보위원회 소속 몇몇 의원들에 대해 문제의 NLL(서해 북방한계선) 대화록 열람을 허용해 파문이 커졌다. 일종의 ‘물타기나 맞불작전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물타기라기보다는 원래 있는 것들을 그저 사람들에게 잘 알릴 필요가 있으니까 행한 것이다. 이런 걸 물타기라고 보면 말도 안 된다. 지금 벌써 야당 쪽에서는 ‘NLL대화록을 우리가 조작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을 봐서는 아마 실체가 있는 것 같다. 이미 야당은 이 문제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실체는 밝혀져야 한다.”
―국정조사 가능성은.
“그건 원내대표끼리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일이다. 지금 계속 국정원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 국정원은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 ‘할 일’이 있지 않나. 미주알고주알 있었던 일들에 대해 다 낱낱이 밝히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 자체가 과연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할 필요가 있다.”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직에 올랐다. 당내 소통은 물론 대통령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문희상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시절 대통령에 “먼저 자기 당과 소통하라”고 했다. 외부에서 대통령은 자기 당과도 소통하지 않는 사람으로 비치는 듯한데.
“그런 것을 두고 사돈 남 말 한다는 얘기다. 민주당이야말로 노무현계다 DJ계다 사사건건 대화가 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경기도 사무처장 하나도 임명하지 못하는 것이 민주당 아닌가. 최소한 새누리당에서는 그런 일은 없다. 우린 여당이다. 야당처럼 소통한답시고 언론과 시민들을 향해 막 시끄럽게 하진 않지만, 우리도 안에서는 나름 활발하게 대화하고 소통한다. 단지 이런 것이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솔직히 국민들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국민들은 결혼하고 한 달 만에 애를 낳으라고 하는데, 아직 우리 정부는 5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 100여 일밖에 안됐는데 성과를 내놓으라고 한다면 좀 어렵지 않나. 참고 기다려줬으면 한다. 또 사실 지금 우리 대통령 지지도가 66~67%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3분의 2가 그래도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뭐 국민들 입장에서는 너무 슬로(Slow)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슬로 앤 스테디(Slow & Steady, 천천히 꾸준하게)다.”
홍문종 의원이 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열심히 뛰어달라’며 빨간 운동화를 건네는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물론 대통령이 너무 철저하게 하다보니까, 너무 로딩(국정 수행 처리 속도)이 긴 것 같긴 하다. 대통령에게 한 가지 건의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이제 본인의 권한을 당이나 정부에 좀 더 나눠줬으면 한다. 하위 레벨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밑에 사람이 하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당장 10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지방선거가 있다. 외부에서는 ‘새누리당에 선거판을 이끌 인물이 부재하다’는 말도 나온다. 사무총장 입장에서 고민이 많겠다.
“외부에서 그런 얘기 많이 나오고 있다. 물론 아쉽기도 하지만 우리는 여당이다. 어떤 인물이 선거판을 이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정부가 얼마나 지지도를 받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물론 나올 수도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판에 나오는 것보다, 평시에 청와대에서 얼마나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퍼포먼스(성과)를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뭐 정치라는 게 맨 처음부터 거물이 되는 것인가. 우리 당에도 좋은 사람 많다. 그 사람들이 적재적소에서 역할을 맡고, 국민에게 잘 어필하면 이겨낼 문제다.”
―인재영입 플랜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우리 주변 사람들 어떻게 잘 꿰어서 맞추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에 플러스알파는 우리당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좋다.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새누리당과 꿈과 희망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오케이다.”
―안철수 세력과 인재영입 측면에서 경쟁이 있지 않겠나.
“물론 중립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안철수 세력과 우리 당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진 않을 것이다.”
―‘6인회’ 등 몇몇 새누리당 인사들의 실명도 거론되고 있다.
“그거야 지난 대선 때부터 나왔던 얘기 아닌가.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다 우리에게는 관심 없고 안철수에게만 관심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 그건 두고 봐야할 일이다.”
―민주당이 밀고 있는 ‘을을 위한 투쟁’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을만 우리 국민이고 갑은 우리 국민 아닌가? 솔직히 어떤 사람들이 을인가도 연구해 봐야 한다. 오로지 을이라는 카테고리에만 종속시킬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되겠나. 대단히 이분법적이다. 선동적이고 궁색한 논리다. 더 나아가 한 표라도 많으면 갑이건 을이건 그 쪽으로 가겠다는 것밖에 안 되는 얘기다. 자칫 잘못하면 을을 위한다고 한 행동이 을을 힘들게 할 수 있다. 걱정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