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홈페이지 내 ‘뮤’ 서비스 안내화면. 푸조는 2010년부터 자동차 임대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일부 업체가 벤츠 CLS 63AMG를 빌리는 데 90만 원(36시간)을 받는다. BMW 뉴M3는 80만 원(36시간)이다. 렉서스 ES350은 48시간에 55만 원이다. 지난해 말 엔초 페라리와 포르셰 파나메라, 람보르기니 같은 외제 스포츠카를 빌려주고 돈을 번 무등록 렌털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고객에게 받은 돈은 하루 최고 180만 원이었다.
더 값싸고 안전하게 이용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유럽, 미국에서는 푸조, 다임러 등 유명한 자동차 제조회사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자동차 공유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기존의 자동차 렌털 방식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다.
외국의 자동차 렌털 사업의 흐름을 보자. 13년 전에 집카(ZipCar)라는 자동차 공유업체가 등장했다. 시민들은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편리하게 차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차량 소유자와 이용자를 모집해 연결해주었기에 비용이 아주 저렴했다. 통계에 따르면 개인 수입의 약 16%를 절약했다. 집카는 계속 성장했다.
비슷한 자동차 공유(Car sharing) 서비스 업체가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했다. 온라인 카풀을 중계하는 짐라이드(Zimride)를 비롯해, 릴레이라이드(RelayRides), 스프라이드(Spride), 겟어라운드(Getaround) 같은 자동차 공유업체들이 등장했다. 이들의 특징은 업체가 차를 한 대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지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를 함께 쓰도록 연결했다. 비용이 많이 절약됐다. 릴레이라이드 창업자 쉘비 클라크(Shelby Clark)에 따르면 고객은 한 달 렌트로 평균 250달러(약 28만 1000원)를 절약한다. 차 주인과 임차인 양쪽에 적용되는 100만 달러(약 11억 2000만 원)짜리 보험에 들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자동차 공유 모델이 성공하면서 유명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자신들이 생산한 자동차를 무기로 이곳을 넘보고 있다. 2010년 초에 푸조가 뮤(Mu)라는 자동차 임대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각종 푸조 차량은 물론 전기 스쿠터, 전기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2011년 말까지 뮤 서비스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등 유럽의 6개 대도시에서 70개 도시로 확장됐다. 영국 푸조에서는 쿠페 카브리올레(Coupe Cabriolet), RCZ 스포츠쿱(RCZ Sports Coupe), 3008 크로스오버, 5008 콤펙MPV 등을 빌려준다. 이 가운데 RCZ 스포츠쿱을 빌리려면 하루에 80파운드(약 14만 원)만 내면 된다. 이 차의 국내 구입 가격은 5600만 원가량 된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다임러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임러의 카투고(Car2Go) 서비스는 짚카 서비스와 유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예약을 할 필요가 없고, 자동차를 이용한 뒤 원래 자리로 갖다가 놓을 필요가 없다. 예컨대 독일의 도시 울름에서 거리를 걷고 있는 회원은 카투고의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서 그 지역의 자동차를 찾아낼 수 있다. 앞창에 설치된 카드 리더기와 개인 식별번호로 자동차를 이용한다. 자동차를 어느 지역이든 몰고 갈 수 있으며 차를 다 썼으면 그곳의 다른 회원이 쓰도록 그대로 두면 된다. 스마트 자동차에는 100와트의 태양열 지붕이 설치되어 있다. 태양열 지붕이 자동차의 컴퓨터와 배터리에 전기를 공급한다. 카투고 경영 이사인 로버트 하인리히(Robert Heinrich)는 “자동차 공유 시장의 수익이 곧 수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인리히는 카투고 사업을 미국과 유럽의 100개 도시로 확장했다.
다임러는 ‘카투게더(Car2-Gether)’ 서비스를 내놓았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다임러 자동차뿐만 아니라 모든 자동차 소유자와 차를 빌리려는 고객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임차인이 요청서를 내면 차주와 임차인의 프로필이 그들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연결된다. 자동차를 빌려서 타고 난 뒤 서로 상대방을 평가한다.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자동차 렌털 서비스다.
제네럴모터스(GM)도 카셰어링 업체 릴레이라이드에 1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간접적인 형태로 자동차 공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적인 렌터카 회사 에이비스(Avis)는 올해 초 집카(ZipCar)를 사들였다.
전통적인 렌터카 회사,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장한 자동차 공유 업체, 자동차 제조업체가 카 셰어링 산업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도 이런 업체들이 등장하면 더 저렴한 가격에서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장성재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