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 버냉키 의장(위)과 워런 버핏 회장 | ||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인물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Ben Bernankeㆍ57)이 단연 첫손에 꼽힌다. 예상을 뒤엎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받으며 2010년 1월부터 4년간의 의장임기를 다시 시작한다.
버냉키 의장은 과거 FRB 이사 시절, 경기가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면 공중에서 돈을 퍼부으면 된다는 주장을 해서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실제 지난 2007년 가을, 월가가 붕괴 조짐을 보이자 돈을 공중에서 퍼붓듯 투입해 어쨌든 공멸은 막아냈다. 문제는 홍수가 난 것처럼 시중에 마구 풀린 돈다발들을 언제, 어떻게 효율적으로 회수하느냐다.
이른바 ‘출구전략’인데, 버냉키가 금리 인상을 발표하는 날 아침에는 한국의 주식 투자자들도 뒷목을 움켜잡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또 FRB의 움직임을 시발점으로 주요 경제권이 출구전략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임>이 선정한 ‘2009 올해의 인물’에 뽑힌 버냉키가 과연 2010년에는 어떤 식으로 시장을 울리고 웃길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 즉각적 여파를 미치기로 따지면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Warren Buffettㆍ70)도 만만치 않다. 특히 세계 증시가 2009년 초여름을 기점으로 대세 상승장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보면, 새해 버핏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관론자인 조지 소로스가 주로 위기 때 더 주목을 받는다면, 경제 회복기에는 버핏 같은 낙관론자들의 말이 더욱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버핏이 특히 주목 받는 이유는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제너럴 일렉트릭이나 골드먼삭스 등 굴지의 미국 기업들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감행했다는 점이다. 즉, 2010년에 미국 경제가 고실업률과 소비시장 축소로 또다시 위기를 맞고 이 여파가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경우, 이를 막아줄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워런 버핏이다.
▲ 왼쪽부터 게오르그 파판드레우 총리,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회장, 후샤오리안 부총재 | ||
만일 파판드레우 총리가 과감한 재정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그리스는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2007년 가을 경제위기가 뉴욕에서 시작됐다면, 2010년 경제위기는 그리스에서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를 이끌고 있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회장(Sergio Marchionneㆍ58)도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인물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관련해 주의를 기울일 만한 인물이다. 마르치오네 회장은 지난 6월 미국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11월엔 ‘크라이슬러 5개년 경영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현행 10%대에서 14%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는 또 그동안 중대형 스타일만 고집해오던 크라이슬러에 내년 하반기부터는 소형 엔진을 장착하겠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미국 시장에서 2009년 한 해 동안 괄목한 성장을 거둬온 현대차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위안화 가치를 중국 정부가 얼마큼이나 인위적으로 통제할지도 새해 세계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다. 중국이 환율을 어떤 식으로 유지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수출 물량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 때문에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는다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상당수 국가들 역시 순차적인 후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아시아와 미국 등 국제 무역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국 환율 문제를 총괄 컨트롤하는 막후 사령탑이 바로 후샤오리안(胡曉煉ㆍ여ㆍ52)이다. 후샤오리안은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 겸 국가화폐정책국장을 맡고 있다.
그는 위안화 환율 정책을 사실상 총괄 지휘하는 것은 물론, 중국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중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최근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미국 달러화 ‘흔들기’를 시도해왔다.
후샤오리안을 중심으로 한 베이징의 테크노크라트들이 과연 지금처럼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억제해 나갈지, 기축통화 변경 프로젝트를 얼마나 강력히 추진할지에 따라서 국내는 물론 세계 외환시장은 또 한 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