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논쟁은 또 다른 논쟁을 낳기 마련이다. 당시 남북회담 대화록에 담긴 ‘한 부분’이 NLL 정국의 또 다른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바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건넨 의문의 문건 하나. 여야가 주장하고 있는 이 문제의 문건 성격은 천양지차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교환하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정일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건넨 이 의문의 문건을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받았다. 현재로선 노 대통령이 건넨 이 문건과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 원문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이 정국을 뒤덮고 있는 지금, 당시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건넨 바로 이 의문의 문건이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미 지난 6월 26일,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를 두고 “이 보고서는 NLL, 북핵, 개성공단, 남북경협 등 현안문제에 대해 각 부처에서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가기밀문서”라며 “어떻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반국가단체 수괴에게 국가기밀을 통째로 진상하다니 지구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느냐. 대통령이 앞장서서 이적행위를 한 것이고 국기문란의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더불어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해당 문건이 ‘비밀문서 3급(Confidential)’에 해당하는 비문이라 전하면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야권도 발끈했다. 문재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보고서는 ‘남북경협의 성공·실패요인’, ‘남북경협 핵심사업 추진방안’, ‘남북공동체 구상(안)’ 3권으로 그간의 성공, 실패 사례를 돌아보면서 남북경협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나아가서 통일의 전 단계로 남북경제공동체를 이룰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문서의 성격을 두고 비문이라고 주장하는 여권의 공격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상황.
이에 대해 당시 회담장에 배석했고,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문건을 건네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던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은 “일종의 백업데이터”라며 “문재인 의원이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그것은 분명한 경제협력관계 문서다. 그동안 경협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계획, 특히 당시 회담에서 얘기됐던 해주공업지구, 조선공업단지와 같은 구체적인 사업안이 담겨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또 한 가지는 당시 대북투자에 관심이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떤 분야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여권과 보수진영에서 주장하고 있는 비밀문서설에 대해서 그는 “아무런 증거 없이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특히 기밀문서를 줬다고 노 대통령을 두고 반역 대통령이라 칭한 심재철 의원은 완전히 이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해당 문서의 작성 과정과 참여 인사에 대해서는 “청와대 차원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든 문서”라면서도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다. 잘 알지도 못한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일단 여야는 당시 회담 대화록 원문은 물론 그에 따른 부속문서도 공개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국가기록원과 부속문서의 공개 범위에 대해 조율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이 해당 문서는 공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여부를 두고 한 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는 여야는 만약 이 해당 문서가 공개될 경우, 그리고 만약 해당 문서의 성격과 내용에 민감한 부분이 포함됐다면, 또 다른 차원의 ‘외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