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소비자협동조합 ‘울림’을 창립한 윤여준 이사장은 제2의 정치혁신운동을 준비 중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문재인 의원이 최근 NLL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데.
“전술적으로 보면 왜 여권이 그 시점에 그 문제를 제기했겠나. 야권이 방어하기 어려운 이슈(국정원 사건)를 던지자 전술적인 차원에서 여권이 이슈를 전환시키기 위해서 NLL이라는 아젠다를 던졌다고 본다. 그런데 야권이 대응을 잘못해 이슈가 국정원 사건에서 NLL으로 바뀌어버렸다. 전술적으로 말린 거다. 문 의원의 심정은 이해하나 국가지도자 반열에 있었던 분인 만큼 좀 더 절제를 했어야 한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계획된 발언이었다는 평도 있다.
“문 의원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마음먹었다면 방법이 꼭 그 방법밖에 없었겠는가. 내가 아는 문 의원의 품성을 생각하면 문 의원이 그렇게 책략적인 생각으로 했다고 보지 않는다. 나름대로 인간적인 분노를 드러낸 것 같다. 그래서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쉽다.”
―안철수 의원도 뒤늦게 NLL과 관련한 발언을 했는데.
“타이밍을 한참 놓쳤다.”
―안 의원의 최근 행보를 어떻게 보나.
“아, 답답하다, 답답해.”
―안 의원의 발언 시기나 그 내용을 두고서 의문점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애매모호’가 안 의원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하더라. 정치를 담론으로 하니 그렇다. 일반대중이 알아듣게 고도를 좀 낮춰주면 된다. 그러나 금방 어떻게 달라지겠는가. 2011년도 안 의원이 내게 ‘평소 정치를 하고 살 거라고 생각한 일이 없다’며 굉장히 진정성 있게 말한 적이 있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치에 뛰어들었고 현실정치에서 쓴맛을 봤지 않았는가. 시간을 좀 줘야 한다. 1~2년 사이에 능란한 정치인이 되기 힘들다.”
―NLL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내가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다. NLL 사건이 불거진 후 며칠이 지났나.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무정부상태였다. 초기에는 여야 간의 정쟁 성격으로 빚어지니까 청와대나 정부가 개입하기 곤란했단 건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다.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국정원장을 지휘 감독할 책임이 있다. 그럼 국정원장이 공개한 결정이 잘한 건지 못한 건지 대통령이 직접 판단을 해야 하는데 왜 깜깜무소식인가. 결국엔 국정원장을 지휘 감독해야 하는 자기 책임이지 않는가.”
―박 대통령이 최근 ‘국정조사 때 밝히라’는 입장을 내비치지 않았나.
“국가기록원에 있는 건 국가기밀이고. 국정원에 있는 건 자기마음대로 일반문서로 분류해서 공개했다는 것에 대해 대통령의 얘기가 있어야지. 침묵하다가 기껏 한다는 소리가 ‘국정조사 때 밝혀라?’ 아, 조사하면 물론 밝혀지겠지. 그러나 그전에 대통령 판단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얼마나 국정에 중요한 부분인데. 또 ‘개혁도 국정원 스스로해라?’ 그걸 보면서 웃음이 팍 나오더라, 이건 좀 심했다. 아 정말 왜 그러는지(웃음).”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스타일이 불통이란 지적도 있다.
“원래는 안 그랬다. 2004년 17대 총선(당시 윤 이사장은 한나라당 선대위 상근본부장으로 활동했음)을 치를 때 박 대통령이 아주 간곡하게 두 번 만류를 했다. 남아서 도와달라고. 그때 내가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떠나야 합니다. 이미 마음먹은 지 오래 됐습니다’고 하자 당시 박 대표가 ‘왜 그러세요. 제가 섭섭하게 한 게 있으면 이야기하세요. 고칠 게요’ 하더라. ‘제가 고칠 게요’! 지금 같으면 상상이 되나. 그때는 박 대통령이 그랬다. 그래서 근래의 행보를 보고 많이 놀랐다. 위치가 사람을 바꾼다는 말을 하지만 저 양반 성품이 저러지 않았는데. ‘권력을 잡았다고 사람 본질이 바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지금과 확실히 달랐나.
“2004년엔 권위적인 모습이 없었다. 선거 관련 업무 때문에 당시 박 대표와 매일 수차례 휴대폰 통화를 했는데 ‘힘드시죠, 일정 줄일 게요’라고 전하면 ‘아니요. 괜찮아요. 줄이지 마세요’하고 부드럽게 답해왔다. 지금 생각해봐도 전혀 거리낌 없이 마음 편하게 소통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박 대통령과의 일화는 없었나.
“지난해에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박 후보가 2004년도 일 때문에 몹시 섭섭해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몇 번 들었다. ‘8년 전 일을 지금까지 담아두고 있어?’ 웃으면서 그러고 말았다. 아, 물론 그것 때문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건 아니다(웃음).”
―박 대통령의 장점도 있을 텐데.
“17대 총선 유세 때 당시 박 대표가 손이 아파 양손에 붕대를 살짝 감았다. 그래서 내가 ‘백마디 말보다 양 손에 붕대를 감은 게 더 설득력 있으니까 좀 많이 감으시라’고 조언했다. 그랬더니 대답을 안 하더라. 안하겠단 뜻이었다. 그래도 할 거라 생각했는데 끝끝내 안하더라. 그래서 내가 박 대표 보좌관에게 화를 냈지.
‘선거가 안 풀리는데 붕대 좀 더 감으시라고 해’. 그 난리를 쳐놓고 나니까 나중에 보니 한 바퀴쯤 더 감았더라. 내가 그걸 보고 ‘아 정말 좋은 태도다. 국민을 속이는 건 안하겠다는 거 아닌가’ 하고 감복했던 적이 있었다. 아무리 선거 때라도 그거 안하겠단 말이었다.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것, 지도자로서 훌륭한 태도다.”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데 왜 떠나버렸나.
“그랬던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선거 구도를 친북, 반북 구도로 모는 걸 보고 붕대를 감지 않던 그 자세가 어디 갔나 싶었다.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이념 구도를 첨예화시키는 걸 보니 섭섭하더라. 10년 전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아무리 참모가 ‘이기기 위해선 이걸 해야 한다’하더라도 물리쳤어야지. 애석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문제에 대해서 말이 많다.
“박 대통령은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다. 대통령도 사람인지라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런 대통령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가 참모인데 지금 대통령에겐 참모는 없고 부하만 있는 것 같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