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시리즈에 등장한 로터스 에스프리 잠수정 버전. 9월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관객을 눈길을 가장 많이 끌었던 자동차는 로터스 에스프리다. 1977년 로저 무어(Roger Moore) 주연의 제임스 본드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에 등장했던 본드카다. 일명 ‘ 넬리(Wet Nellie)’라 불리는 이 차는 바다로 뛰어들면서 잠수정으로 변신해 관객을 놀라게 했다. 일반 자동차 버전이 아닌 잠수정으로 개조한 버전이다. 당시 007 제작진은 로터스 에스프리를 수중에서 실제로 작동 가능한 잠수정으로 개조하려고 10만 달러를 들였다고 한다. 지금 돈으로 50만 달러(5억 7000만 원)에 달한다. 영화를 찍은 뒤 이 자동차는 미국 롱아일랜드의 한 창고에 보관되었으며 1989년 비밀경매에 붙여졌을 때까지 그곳에 있었다. 그때 이후로 로터스는 일반인에게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경매시장에 나오지도 않았다.
<뉴욕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이 로터스 에스프리가 올가을쯤 경매에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RM옥션사(RM Auctions)는 영화 촬영 때 실제로 사용했던 로터스 에스프리 잠수정 버전이 옥션 매물로 나온다고 발표했다. 경매는 오는 9월 8일~9일 런던에서 열린다.
로터스 에스프리는 얼마에 팔릴까? 예측하기가 쉽지는 않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론할 수는 있다. 1964년 007 시리즈 <골드핑거> <썬더볼 작전> 등에서 사용되었던 애스턴 마틴 DB 자동차가 경매에 나온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자동차는 지난 2010년 경매에서 260만 파운드(약 46억 원)에 팔렸다. 따라서 로터스 에스프리 잠수차 또한 그 이상의 가격에 팔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배트맨>에 등장한 배트모빌.
1960년대 원조 TV시리즈와 1966년에 개봉한 영화 <배트맨>에 등장했던 이 자동차는 올 1월에 경매에 붙여졌다. 포드 자동차의 1955년 형 링컨 퓨트라 모델을 개조한 차다. 눈독을 들인 애호가들이 너무 많아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6미터에 달하는 길이에, 날개달린 차대, 차의 선을 따라 둘러 처진 주황빛 라인이 매력적인 이 배트모빌은 옥션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동차로 평가를 받으며 462만 달러(52억 7000만 원)에 낙찰됐다.
더 싸게 팔린 차도 있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오락성과 스토리전개를 갖춘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에서는 타임머신으로 개조된 스포츠카가 등장한다. 이 타임머신의 베이스가 된 차는 드로리안(DeLorean) DMC 12라는 스포츠카였다. 이 차는 시중에 2만 달러(2200만 원)에서 3만 달러(3300만 원)에 이르는 낮은 가격에 팔렸다. 이 차를 생산한 드로리안 자동차 회사가 자금부족과 홍보문제로 파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했던 드로리안은 이베이 옥션을 통해 54만 1000달러(6억 1600만 원)에 팔렸다.
훨씬 싸게 팔린 차도 있다. 영화 <트랜스포머> 1부작에 등장하는 시보레 카마로(Chevy Camaro)는 비록 영화에서처럼 말을 하거나, 형태를 변형시키지는 못하지만 2007년에 구매자들의 타깃이 되었다. ‘범블비’라는 별명을 가진 카마로는 샤이아 러보프가 영화 속에서 몰고 나오는 빈티지 자동차였다. 이 자동차는 4만 100달러(4600만 원)에 낙찰됐다.
장성재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