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최준필 기자
호스트바에서 호스트로 일하다 연예인이 됐다는 이들에 대한 소문 역시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으며 꾸준히 이런 소문이 이어졌다. 특히 2000년대 중반에는 모범생 이미지가 짙은 두 남자 연예인이 호스트바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방송가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 두 모범생 이미지의 남자 연예인 이후에는 호스트바 출신 남자 연예인 관련 루머가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최근에는 이런 루머가 거의 끊겨버린 분위기다.
더 이상 호스트바 출신 남자 연예인은 없는 것일까. 전직 호스트로 현재는 강남에서 룸살롱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호스트바의 대중화로 인해 호스트의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스타급 연예인이 될 만한 호스트의 수가 급감했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호스트바의 종류가 참 많다. 소위 말하는 ‘정빠’가 정식 호스트바인데 최근 들어 정빠의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반면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디빠’가 많아지고 있는데 거기는 수준이 조금 떨어진다. 정빠가 텐프로라면 디빠는 보도방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거기에 삼촌방, 아빠방 등 30~40대 호스트들이 일하는 업소까지 생겼다. 뿐만 아니라 호스트가 아닌 남성 바텐더가 있는 여성 전용 바, 남자 도우미를 불러주는 여성 전용 노래방 등도 생겨났다. 이제 여성들도 다양한 공간에서 접대 남성과 함께 술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됐지만 제대로 된 호스트가 있는 정빠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유흥업계에선 여성 손님을 대상으로 한 유흥업소들이 성공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호스트바가 간판도 없이 입구 쪽은 아예 불을 끄고 은밀히 운영되던 시대는 이제 과거의 유물일 뿐, 유흥가에 ‘여성전용’이라는 간판이 넘쳐나고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계속되는 A 씨의 설명이다.
“사실 호스트 세계에선 호스트들의 연예인 데뷔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잘 돼서 스타가 된 친구들도 더러 있지만 잘 안 돼 다시 이 바닥으로 돌아온 경우가 더 많다. 후자의 경우는 후배들한테도 인정 못 받는 존재가 돼 버린다. 동료들 사이에서 손가락질 받아가며 다시 호스트 일을 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 데뷔 제안을 받아도 망설이기 마련이다. 연예인이 돼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잘못되면 끝이니까.”
연예인으로 데뷔해서 스타가 될 확률이 있는 이들은 대부분 정빠에서 일하는 A급 호스트들이다. 나날이 정빠의 수는 줄어들고 A급 호스트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그런 만큼 최고급 정빠에서 일하는 A급 호스트들의 수입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호스트바의 대중화가 이뤄져 누구나 그런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지만 여전히 은밀하고 조용히 최고급 서비스를 받으며 그런 공간을 즐기고자 하는 여성 손님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A 씨에 따르면 일부 A급 호스트는 월수입이 억대에 이르기도 한단다.
“최고 수준의 정빠에서 일하는 호스트들은 우선 상당히 많은 돈을 받고 일한다. 심지어 다른 업소에서 일하는 친구를 웃돈까지 줘서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오는 손님들 역시 돈이 많아 ‘공사’(돈 많은 여성 손님을 유혹해 단골로 만든 뒤 그들에게 목돈을 뜯어내는 행위)를 치기에도 좋다. 잘 버는 애들은 한 달에 수억 원씩 벌기도 한다. 그렇게 즐기면서 큰돈을 벌 수 있는데 잘못되면 이 일조차 못하게 되거나 손가락질 받으며 해야 하는 연예인 데뷔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거다.”
반면 실제로는 호스트바 출신 연예인의 수가 급증하는 추세라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역시 호스트 출신으로 현재는 강남 유흥가에서 여성 전용 바와 여성 전용 노래방 등을 운영하고 있는 B 씨의 얘기다.
“요즘엔 호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보도방도 많다. 거기 소속된 애들 가운데에는 연예인 지망생도 많고 모델일 하는 애들도 있다. 단역으로 활동하는 현역 배우도 있다고 들었다. 여기서 일하며 생활비 벌어 연예인 되려는 친구들이 많고 실제 데뷔한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아직 이름이 알려졌을 만큼 유명한 연예인이 된 경우는 없지만 그 언저리와 이쪽 바닥을 오가는 친구들은 많다.”
B 씨의 얘기에 A 씨는 호스트는 정빠에서 일하는 호스트로 한정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보도방 같은 데 들어가 한두 달 용돈 벌려고 이쪽 일을 하는 경우까지 호스트라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