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세력화’가 한창 진행 중이다. 독자 세력화에 나선 안철수 의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7월 초 김 의원은 중국에 잠시 다녀왔다. 사흘간이다, 나흘간이다 말이 많다. 분명한 것은 골프는 하지 않았다는 사실. 구설에 오르지 않겠다는 취지에서였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동행했느냐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전국 시·도당위원장 10여 명과 함께 간 것으로 안다. 7월 4일부터였다”며 “이번 시·도당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지역 장악력을 발휘해야 하며 공천권도 어느 정도 행사하는 권력자들이다. 김 의원이 그들을 데리고 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의 의지(당권이든 대권이든)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전국 조직 장악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말이었다. 정보기관에서는 김 의원이 중국 조선족 화합 행사에 초청받아 전직이나 현직 시·도당위원장들과 중국 심양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금 정치권에선 ‘정보전쟁’이 한창이다.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어떤지, 어떤 연유에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야권의 동향은 어떤지 등등을 알아야 사안마다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김 의원은 정보에서만큼은 ‘갑(甲)’이었다. 최근 그 힘을 엿볼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조폭 문화를 연상케 한다는 말을 들은 김재원 의원 문자메시지 사건의 발단은 ‘발설자 색출’에 있었다. 비공개 회의에서 김무성 의원이 한 말을 어떻게 언론에서 다 알고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당시 김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대선 국면에서 입수해 읽었다는 취지의 말을 한 바 있다. 이 발설자 색출 작업에 ‘김무성 사람’ 중 A 씨가 나선 것이다. 하루 동안 정보를 수집한 A 씨는 김 의원에게 문자로 김재원 의원을 지목해 알렸다.
그런데 최근 그 A 씨가 당시까지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 있던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새누리당에서 가장 정보가 많이 모이는 그곳에 김무성 사람이 앉아있었던 것이 된다. 그 사건 이후 A 씨는 원내대표실을 나왔다. 정치권 소식에 빠른 한 관계자의 말은 이랬다.
“최 원내대표가 A 씨를 왜 원내대표실에 두고 썼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김무성 사람인 줄 알고 옆에 뒀다면 최 원내대표도 김 의원에게 꼼짝 못하는 관계라고 시인한 셈이 된다. 원내대표실은 청와대, 야권의 모든 이야기가 전파되는 정보의 곳간이기 때문이다.”
최근 최경환 원내대표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향해 경제 위기 타개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런데 김무성 의원이 마치 바통을 이어받은 듯 현 정부의 경제 수장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김 의원은 17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일부 외국 금융기관들과 제너럴모터스 같은 기업들이 한국을 탈출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경제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라며 “현 정부의 경제팀으로는 이 같은 난제에 대한 해결 능력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 최 원내대표 간의 교감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무성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사진기자단
일각에선 마땅한 당직이 없는 상황에서 김 의원이 특위 위원들과 스킨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고, 김 의원 본인도 떳떳하게(?) 본인의 영토를 넓힐 기회를 잡은 것으로 해석한다. 5선인데다 차기 당권 주자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김 의원은 위원장 아닌 위원장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세력화를 위해 꼭 필요한 ‘힘의 과시’가 가능해진 것이다.
김 의원을 따르는 부류에는 계파가 따로 없다. 4월 부산 영도 재선거 때 당의 중진 의원들이 후원회를 구성해 김 의원을 도왔고 그 이후에도 자주 만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진과의 화합은 그 중진의 후배들까지 포섭한다는 의미다. 이명박 정부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그는 친이계와의 교감도 좋다.
이처럼 세력화하고 있는 김 의원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요즘 다소 ‘발칙한’ 시나리오가 회자하고 있다. 당내에서 김무성 대항마를 찾기가 어려우니 아예 김 의원의 대항마를 찾지 않아도 되도록 일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권에 가장 가까이 있는 김 의원을 현 정부가 중용하는 시나리오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경우에는 의원직을 놔야 하지만 국무위원은 겸임이 가능하다. 현실화된다면 김 의원은 당권을 잡을 수 없다. 기회를 가장한 견제구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이렇게 분석했다.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시나리오라고 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성격상 그런 꼼수는 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제안이 와도 김 의원이 거절할 가능성도 있다. 김 의원이 거절하면 박 대통령으로선 크게 상처를 입는다. 김 의원의 덩치는 박 대통령과 맞먹을 정도로 커진다. 김 의원이 당권을 잡는다면 청와대와는 다소 삐걱거리겠지만 건강한 여당의 색깔은 되찾을 수 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