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연합뉴스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인 김 전 대표는 검찰 수사 초기 “최 회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SK 계열사가 동원된 펀드의 구성 및 선입금과 450억 원 펀드자금 유용 모두 혼자 한 일”이라고 진술했으나 이후 수차례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대표는 “모두 혼자서 한 일”이라는 주장을 불과 일주일 만에 “펀드 구성은 최 회장이 관여했으나 송금은 혼자 한 일”이라며 진술을 뒤집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또 일주일이 흐른 뒤 “펀드 구성 등은 혼자한 일이고 송금은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에게 펀드 조성 및 선입금 문제에 대해 책임을 돌린 것이라면 이번엔 타깃을 바꿔 최 부회장의 혐의 관련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러한 김 전 대표의 오락가락 진술은 지난해 10월 26일 열린 1심 공판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진술 변화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측이 해석을 두고 격론을 벌인 것. 게다가 김 전 대표가 이 자리에서조차 “최 회장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말을 바꿔 재판 당사자들을 당혹케 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김 전 대표는 또 다시 진술을 번복했다. “1심 때 최 회장 측 변호인의 요청 때문에 진술을 번복했다”며 “최 회장 형제가 사실상 횡령 범행을 공모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SK 계열사로부터 선지급 받은 돈 450억 원의 송금 주체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2008년 10월 23일 김원홍이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유치하면 500억 원을 빌려줄 수 있겠느냐고 물으면서 최 회장에게 얘기해놨으니 찾아가보라 했다. 사흘 뒤인 27일 최 회장을 찾아갔을 때 이미 ‘펀드 한다며? 이달 말까지 되겠어?’라는 질문과 함께 신속하게 펀드 출자가 결정됐다”고 답했다. 이어 “최 회장이 송금을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으나 송금 주체자이자 결정권자가 최 회장으로 알았다”고 덧붙였다.
SK 측은 이를 부인했다. SK 측 변호인단은 “김원홍 씨와의 개인적인 거래관계가 있는데 이것이 부각될 경우 본인이 불리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나아가 김 전 대표의 진술이 번복되는 배경에 검찰의 플리바게닝과 관계가 있을 것이란 해석도 제기됐다. 검찰이 김 전 대표의 개인적인 횡령 110억 원 부분을 눈감아주는 대신 최 회장 형제가 횡령사건에 적극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진술을 얻어내려 했다는 것 아니냐는 내용이다.
최 회장이 ‘최종병기’로 제출했던 녹음파일이 재판부의 완전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준홍 전 대표의 오락가락 진술 또한 재판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함으로써 이번 재판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