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인턴기자
홍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과 함께 한국 축구의 상징적인 인물로 대변되는 지도자이다. 황 감독이 일찌감치 클럽에서 코치와 감독의 수순을 밟고 있다면 홍 감독은 오로지 대표팀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영위해 나갔다.
선수 시절부터 선배는 물론 코치, 감독한테도 자신의 주장을 정확히 전달하기로 유명했던 홍 감독은 대표팀 경험을 통해 외국인 지도자들을 가까이서 접하며 축구의 전술은 물론, 선수단 관리면에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2006독일월드컵 당시, 아드보카트 감독 밑에서 코치를 맡았던 부분이 홍 감독한테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산 경험으로 작용했다.
선수시절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흠집’ 없이 잘 살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홍 감독한테도 시련은 있었다. 바로 올림픽대표팀을 맡을 당시였다. 지도자 경험이 없는 선수 출신에게 대표팀 감독 자리를 맡기는 부분에 대해 일부 축구인들의 반발이 다소 거셌던 것이다. 당시 홍 감독은 “감독 경험은 전무하지만, 스스로 두렵다거나 자격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감독으로 군림하기보다는 선수들과 동행하면서 선수들에게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인상적인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나이 어린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걸그룹이나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공부하듯이’ 들으며 선수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섰던 홍 감독. 당시 홍 감독은 자신의 두 아들한테는 엄격한 반면에 선수들한테는 한없이 자상한 자신의 이중성(?)에 대해 털어 놓으며 감독으로 사는 무게감을 진하게 전달한 바 있었다.
2009년 U-20 청소년월드컵 8강 진출과 아시안게임 동메달이라는 값진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홍 감독은 프로팀 감독 자리가 공석일 때마다 영입 후보 0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홍 감독은 “좋은 팀으로부터 감독직 제안을 받긴 했지만,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면서 “U-20대표팀 선수들과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같이 가기 위해서는 내가 갖고 있는 신념을 지키고 싶다”며 올림픽대표팀에 대한 원대한 꿈과 희망을 피력한 바 있다.
아마 홍명보호가 진군하는 동안 이영표나 박지성 대표팀 복귀설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홍 감독은 <일요신문>과의 이전 인터뷰에서 “그 선수들(이영표, 박지성) 때문에 우리가 많이 행복했었고 축구를 사랑하게 됐다. 이젠 그들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박수치면서 그들의 어깨에 놓인 짐을 내려줄 때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