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 기자
긍정적으로 보는 이는 1400미터 단거리까지는 2위마를 큰 차이로 연속해서 제압해 왔었고, 특히 1800미터 경주에서도 일부러 따라가는 선입전개를 펼쳐 처음엔 3위를 했지만 그 다음 경주에서 곧바로 5마신 이상 2위를 따돌리는 여유승을 거뒀기 때문에 더 강해졌다는 논리를 폈다. 선행으로 뛰어온 마필이라 최소 2~3선 전개는 가능할 것이고, 그럴 경우 선입력이 보강된 만큼 가장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부정론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필자도 여기에 속했다. 일요신문 배틀마의 사전 예상도 필자의 영향을 많이 받아 5두예상에서마저 빠졌다. 우선 광교비상은 선행이 불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출전마 중에선 스타트 능력이 10번째쯤 되고 게이트도 너무 외곽(12번)이다. 어쩌면 맨후미에서 추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불량주로에서 광교비상이 과연 추입으로 앞에 가는 말들을 모조리 제낄 수 있을까. 불량주로 1400미터 경주는 추입으로 따라잡기엔 너무 짧은 거리다. 국내산마 중 최강마인 지금이순간도 플리트보이한테 1400미터 대상경주에서 시간과 거리가 아쉬워 진 바 있다. 바로 그런 경우다. 마지막으로 광교비상에 기승한 박태종 선수가 전성기가 지나 예전같은 불꽃 추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광교비상(점선 원)이 지난 14일 열린 문화일보배 대상경주에서 막판 추입에 성공,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공=KRA
경주 추리에선 부정론이 적중했고 초반 한때 그렇게 흘러가는가 싶었지만 그 순간 광교비상이 잠재력을 발휘해 모든 악조건을 이겨냈던 것이다.
△데뷔 이후에 강자와의 첫 대결에서 이겼다는 점 △스타트에서 맨 후미로 처졌지만 바로 따라잡았다는 점 △외곽에서 거리손실을 보며 무리하게 앞선을 따라잡고도 끝까지 선전했다는 점에서 광교비상의 전망은 밝다. 명마의 기본인 1군 진입은 물론이고, 1군에 진입해서도 상당한 활약을 할 마필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1군에 진입한 이후 지금이순간의 적수가 될 수 있을 것인가다. 단순히 필자의 사견일 뿐이지만 광교비상은 지금이순간의 숙명적인 라이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산 최강마인 지금이순간은 인그란디어의 자마다. 인그란디어는 부진한 자마들이 많지만 가끔 걸출한 말을 배출한다. 특히 2000미터 이상의 장거리에 강하다. 반면 광교비상은 메니피의 자마다. 메니피는 대형마들도 자주 탄생하지만 거의 모든 말들이 꾸준하게 잘 뛰어주는 경향이 있다. 1800미터까지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2000미터 이상에선 확실한 우세를 보여주지 못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교비상의 전성기가 될 내년쯤엔 지금이순간과 좋은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0미터 이상의 장거리 경주에선 지금이순간이 우세할 것이지만 1400~1800미터의 경주에선 적어도 대등한 경주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특히 경주마는 경주전개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근성이 중요한데, 광교비상은 이번 대상경주에서 이 부분이 검증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김시용 프리랜서
메니피 기질 물려받아 ‘씩씩’
광교비상은 부마 메니피와 모마 터치어펀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마인 메니피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국내 최강의 씨수말. 현역시절 평균 우승거리는 1500미터. 2위까지 범위를 넓히면 최장거리 입상은 2000미터다.
모마인 터치어펀은 경주경험이 없다. 외조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밖에 없다. 외조부인 터치골드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약을 했는데, 15전 동안 6승을 거뒀다. [G1]급 경주에서도 여러 번 우승을 했고, 평균 우승거리는 1650미터다.
광교비상의 혈통을 분석해보면 부계마와 모계마(모마의 부계마)가 같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부마인 메니피의 3대조와, 외조부인 터치골드의 3대조가 공히 노던댄서인 것이다. 근친지수가 0.7이다. 참고로 지금이순간의 근친지수가 0.0으로 부마와 모마가 완전히 다른 계열이다.
메니피의 기질을 잘 물려받은 말들은 대체로 예시장에서부터 경주로 출장 때까지 활기차고 씩씩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컨디션이 좋을 땐 투지를 잘 드러내기 때문에 기수가 타고 출장할 때 강인한 인상을 줄 때가 많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러한 모습이 더 강할수록 좋은 성적을 냈다. 광교비상도 경주 당일 그랬다.
‘이보다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상태는 좋았다. 어맨더와 우승터치 같은 말들은 같은 메니피의 자마지만 모마 쪽의 형질도 많이 물려받아 조금 다르다. 컨디션이 좋을 때와 나쁠 때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미세한 활기의 변화를 통해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마니피크, 그랜드특급, 푸른에너지, 스피디퍼스트 등 걸출한 성적을 낸 메니피의 자마들은 이러한 특징을 나타냈다.
경부대로 같은 말은 투지가 강할 때 실전에서 괴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최근엔 그러한 모습이 조금 사그라들면서 경주력도 다소 떨어졌다. 열사병 이후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라 한동안은 고전이 예상되지만 가을쯤에는 컨디션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장에서 마필상태를 파악할 때 이러한 점을 참고하면 적중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