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과 추신수. EPA/연합뉴스, 연합뉴스
두 선수의 친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상황. 2009년 WBC에서 첫 만남을 가진 두 선수는, 이후 2010 아시안게임에서 한 방을 쓰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지난 가을, 추신수가 시즌을 마친 후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에도 두 선수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했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된 이후에도 두 선수는 코리안 메이저리거로서의 동반자이자 경쟁자로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사이였다. 류현진은 지난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클리블랜드전을 앞두고 추신수에게 연락을 취해 따로 정보를 얻기도 했으며, 추신수는 이제 막 미국 무대에 입성한 류현진의 적응을 돕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직접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며 여러 조언을 들려주기도 했다. 대신 두 선수는 맞대결에 대한 취재진들의 질문에는 ‘승부는 승부’라는 말로 친분과는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맞대결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양 선수에게 서로가 모두 약점을 드러내는 유형이라는 점 때문이다. 추신수의 경우 최근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좌완 상대 타율이 2할에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175). 류현진 역시 우타자(.230)에 비해 좌타자(.289)를 상대로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류현진은 올 시즌 18차례의 등판에서 1번 타자를 상대로 무려 .339의 피안타율을 기록 중이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추신수는 전반기 막판 타율을 끌어올리긴 했지만 좌투수를 상대로 약점을 보여 왔고, 류현진은 시즌이 계속될수록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안 좋아진 케이스”라며 “두 선수의 서로 대비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투·타 맞대결은 지난 2010년 7월 30일 박찬호와 추신수의 맞대결 이후 꼬박 3년 만이다. 당시 박찬호는 9회 등판해 추신수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선배로서의 체면을 지킨 바 있다. 하지만 2010년 당시와 비교해 국내 팬들의 관심 정도는 그때와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허구연 위원은 “사실 밖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두 선수는 서로를 크게 의식을 하지 않고 경기의 일부로서만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국내에서만큼은 최고의 흥밋거리가 될 것이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1번 타자고, 류현진이 미국에서도 조명을 받는 선수가 되어가는 시점에서의 맞대결이기에 더욱 그렇다. 다저스 구단이 신시내티와의 시리즈에서 코리안데이를 지정해 놨기 때문에, 많은 LA 교민들이 다저스타디움을 찾을 것이다. 또 둘이 굉장히 친하지 않나”라며 웃어 보였다.
송재우 위원 역시 “박찬호와의 맞대결 때와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면서 “당시 박찬호는 전성기를 지나 내리막길을 걷는 시점이었으며, 불펜 투수로 활약하던 때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미리 선발 예고가 될 것이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올 시즌 2차례 이상의 맞대결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훨씬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두 선수의 맞대결에 대한 예상을 해달라는 질문에는 허구연 위원과 송재우 위원 모두 “추신수가 안타를 때려내고, 승리는 류현진이 챙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며 국내 팬들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추신수와 류현진의 맞대결. 실로 오랜만에 메이저리그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두 선수의 정면승부가 임박해오고 있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
‘가을 잔치’ 뒷심 보여줘
올스타 휴식기를 마친 추신수와 류현진. 후반기를 맞이하는 두 선수한테 주어진 숙제는 과연 무엇일까. 먼저 추신수는 올 시즌 같은 지구 팀들을 상대로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에 .324의 상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원정 6경기에는 .261에 그치고 있으며, 나머지 세 팀 모두 자신의 시즌 타율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피츠버그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팀도 상대전적에서 4승 6패에 그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추신수의 득점권 상황에서의 출루율이 무려 .494라는 점이다. 이는 상대가 추신수를 피하고 후속 타자를 선택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추신수 본인이 득점 찬스에서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도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다.
류현진에게도 풀어가야 할 숙제들이 있다. 체력 문제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원정에서의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슬라이더의 위력이 줄어들면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부분은 류현진이 계속해서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다.
류현진은 1회와 7회, 즉 경기의 시작과 끝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회 평균자책점이 3.50으로 이닝 중 두 번째로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시즌 10개의 피홈런 가운데 4개를 1회에 허용하고 있다. 또한 등판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7회 평균자책점은 무려 4.70에 달하고 있다. 올 시즌 18번의 등판에서 16차례 6이닝 이상을 소화한 류현진임을 감안하면 올 시즌 기대 이상의 이닝이터 역할을 해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6이닝을 책임지는 투수와 7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의 가치 차이는 천양지차다.
류현진의 또 다른 과제는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여가야 한다는 점이다. 류현진의 시즌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58.7%로 리그 전체 투수들의 평균인 60.4%에 비해 2%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투수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는 상대 타자와의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당연하게도 류현진은 초구 스트라이크 적중률이 높은 날 훨씬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