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의원은 지금 특위 소속 의원 중 한 명이 자신과 진선미 의원에게 여성비하 발언을 했다고 알고 있다며 기회가 되면 당사자에게 사과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말 그대로다. 민주정부 10년, 국정원이 그간 해온 잘못된 일들에 대해 배상하고 사과를 하는 등 권력 기관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려는 과정을 행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특히 원세훈 전 원장을 국정원에 앉히면서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국정원에 의한 국기문란, 헌정파괴 행위가 벌어졌다. 그것이 발각된 게 지난 12월 11일에 있었던 일 아닌가. 7개월 동안 왜 그런 일이 벌어졌고 음모가 있었는지 파헤쳐 오는 과정에서 남다르게 활동해 왔다. 그래도 국정조사가 파행으로 가서는 안 되기 때문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범죄행위를 한 정보기관을 입법부로서 제지하기는커녕 감싸는 새누리당의 행태가 분노하게 만든다. 21세기 하늘 아래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대단히 위험하게 느껴진다.”
―사실 외부에서는 이번에 본인과 진선미 의원의 사퇴를 두고 부담을 느낀 당내 지도부가 강요한 것은 아닌지, 소문이 무성했다. 실제 두 의원의 사퇴를 두고 당내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글쎄. 나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듣긴 했다. 하지만 내 결단이다. 원래 정치권이라는 게 없는 얘기도 만들어내고 조그만 얘기도 부풀리는 게 속성이다. 이건 정문헌,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특위에서 사퇴한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어찌됐건 언론에서는 김현, 진선미가 언제 사퇴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새누리당 주장이 얼마나 생뚱맞고 엉터리인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만 했다. 전체 특위 일정을 놓고 보면 많이 공전된 것도 아니다. 사퇴 시점을 두고 당 지도부의 압박이니 하는 것은 내가 볼 때 지나친 기우다. 또 일부 언론이 쓰고자 하는 방향을 설정해 놓고 그렇게 해석하는 것 같다. 물론 당 내부에서 협상이 빨리 진전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긴 했지만, 분명 결단은 내가 한 거다.”
―새누리당에서는 여전히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에 대한 선 조사를 주장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11일 사건 이후 국정원은 일관적으로 ‘여직원의 주거공간이다’ ‘댓글은 취미다’를 앵무새처럼 반복했고 이와 똑같이 얘기하는 게 새누리당이었다. 새누리당은 경찰 수사결과도, 검찰 수사결과도 근본적으로 못 믿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감금했다’는 식의 억지 논리를 펴고 있는 거다. 난 솔직히 정도를 이탈한 언론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할 언론이 역할을 저버리고 새누리당 억지 논리를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이것이 마치 사실인 양 차곡차곡 쌓였다. 12·12 군사반란도, 5·18 민중항쟁도 세월이 지나 처벌이 가능했고 역사로 등재가 가능했다. 그렇듯 이번 사건도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새누리당의 억지 주장도 무너질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이 예상보다 대중적인 파급력은 적은 것 같다. 특히 지난 정권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정치적 사안이라 그렇다. 쇠고기는 먹을거리의 문제였고. 아마도 많은 국민이 국정원은 나랑 직접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문제다. 일단 사안의 성격 차이 때문에 그렇고 두 번째는 국정원이 갖고 있는 이중성 때문에 그렇다. 국정원은 개혁의 대상인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주저하고 있는 대목이 있다. 또 마지막으로 이제는 국민도 이러한 문제들을 되도록 제도권에서 해결해 주길 바라는 것 같다.”
―어제(18일), 특위 위원 사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청석에 참석했다. 유독 어딘가를 눈 부릅뜨고 주시하는 것 같던데.
“앞에 권성동, 김재원, 김진태,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또르르 앉아있었다. 권성동, 김태흠 두 사람은 국정조사 계획서 처리 기간이었던 지난 2일 중국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김진태 의원은 수사결과 발표한 검사에게 종북 검사라고 낙인찍은 사람이다. 자기가 몸담았던 조직에서 발표한 발표문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댓글의 흔적이 있는데. 그래서 정말 그 네 사람 노려봤다. 일부러 딱 앉아서. 뚫어지게 보면 그 분들도 말이 헛갈리겠지.”
―의도적으로?
“그렇다. 또 새누리당이 여성 정치인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원래 새누리당이 성희롱, 성폭행, 성추행 이런 것 많은 정당 아니었나. 지금 특위 소속 의원 중 한 명이 나와 진선미 의원에게 그런 식의 비하 발언을 했다고 알고 있다.”
국정원 국조특위 위원을 사퇴한 김현·진선미 의원이 지난 18일 국조특위 첫 전체회의를 찾아 의원석 뒤쪽에서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앞쪽은 두 의원을 대신에 특위에 보임된 김민기·박남춘 의원. 연합뉴스
“지금은 아니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그 말을 한 당사자에게 사과를 요구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 말을 한 본인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지 않았나. 앞으로 조심해야 할 것이다.”
―특위에선 물러났지만, 앞으로도 이 사안과 관련한 활동을 계속할 것인가.
“물론이다. 우리 특위 위원이 활동하는 데 있어서 지원할 것이다. 그래서 진선미 의원이 특위지원단장을, 내가 특위지원단 대변인을 맡은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특위 활동을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사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지난해 후보 시절 본인이 한 말이 있는데, 그것을 지금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국민이 볼 때 이상하지 않나. 그리고 얼마 전 국정원에 스스로 개혁하라고 말했다. 사과와 반성은 않고. 스스로 재발방지 대책 내놔야 한다. 그것을 남재준 국정원장이 덥석 셀프 개혁 하겠다고 한 거다. 지금 국정원은 그런 인식과 생각을 갖고서는 개혁될 리 만무다. 아예 개혁할 생각도 없는 거다. 남재준 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 상황만 점점 꼬여가고 있다.”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국정원 개혁 방향은 뭔가.
“일단 남재준 사퇴는 기본이다. 군에서 작전만 다루던 분이다. 정보와 작전은 다르지 않나. 정보는 종합적 균형추를 갖고 접근해야 사고가 안 생긴다. 그런데 이 분은 한 축만 갖고 이것을 적용시키고 있다. 그럼 문제가 생긴다. 무엇보다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아예 국내파트 없애라는 말인가.
“그 부분은 좀 더 검토해야 한다. 현재 시스템에서 그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일단 이상은 높게 잡아야 한다. 어쨌든 국내 정치 개입, 사안 호도는 절대 근절해야 하지 않겠나. 문제는 그것이 여야 일치해야 하는데, 여당이 완강하다.”
―앞으로 특위 활동 관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장 큰 걸림돌은 국정원 대상으로 기관 보고할 때 공개할 것인가, 비공개할 것인가 여부다. 우리는 공개를 요구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비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가 부딪칠 것이고, 두 번째는 역시 증인 채택 과정에서의 충돌이다. 우리는 반드시 국정원 전·현직 관계자, 댓글 개입 요원, 문건을 만들어 국내 정치에 개입하도록 했던 정무직 관계자, 전·현직 경찰청장, 수사에 관여했던 경찰 관계자, 그리고 김무성, 정문헌 등 NLL(서해 북방한계선)을 선거에 악용하기 위해 가담했던 의원들까지 증인 명단에 넣으려고 한다. 그런데 저쪽(새누리당)에서는 그것을 가급적 축소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부딪칠 것이다.”
―사건 자체로 봤을 때 국정조사 포인트는 어떤 부분인가.
“지난해 12월 11일, 현장 상황 발생 했을 때 (증거인멸 과정 포함해서) 국정원 안에서 벌어졌던 과정, 여직원 김 아무개 씨가 누구의 진두지휘 아래 그러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 또 그 달 16일 오후 11시, ‘댓글 흔적이 없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됐던 과정,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새누리당과의 연관성이 중요한 조사 포인트라고 본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