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
청와대는 검찰의 단호한 수사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언급할 경우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통령은 6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는 10년 이상 쌓인 일인데 역대 정부는 해결하지 못하고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정무 관계자는 “국민들이 모두 검찰에게 박수를 쳐주고 있지 않느냐. 청와대 역시 비슷한 기류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검찰의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핵심 친박 인사가 검찰 고위층에게 ‘속도조절’을 주문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친박 의원은 “전 씨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 이름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 씨는 고 박정희 씨 사후 박 대통령 재산 및 생활 등에 대해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는 인물이다. 전 씨를 막다른 궁지까지 몰아붙이면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두환 수사 그 이후를 걱정하는 친박 인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 씨 수사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검찰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더군다나 채 총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 과정에서 현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채동욱 총장은 MB(이명박) 정부에서 임명한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채 총장은 취임 후 원세훈 사건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그런데 이제 전두환 수사로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코드’가 맞지 않는 여권과 불협화음이 날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평소 채 총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청와대 입장에선 그다지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청와대 정무 관계자는 “검찰이 지난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 이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에 손을 안 댄 게 아니라 못 댔다. 지금도 검찰 개혁 얘기가 쏙 들어갔다. 우리로서는 검찰이 이렇게 잘나가는 것이 껄끄러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