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대선과정에서 만난 안철수 의원(왼쪽)과 박원순 시장. 사진제공=서울시
이같이 안철수 의원의 정치행보에 좀처럼 양력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그의 미지근한 행동력이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그의 측근 가운데 일부는 미적거리는 신당 창당 과정을 두고 “(안 의원이) 창당에 대한 의욕이 없어 보인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
아직 실체가 없는 ‘안철수 신당’은 최근 정당 지지도 여론 조사에서 민주당을 약 6%포인트 차로 제치며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무소속 강동원 의원이 18일 전주 토론회에서 안 의원에게 협력할 의사를 밝히자 “강 의원과 같은 의회 내 무당파 들이 대거 ‘안철수 캠프’로 합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안철수 신당 창당’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분위기가 의외로 썰렁하다. 안철수 의원측의 한 관계자는 “신당 창당 기대가 커졌을 때는 대선 때의 자원봉사자들이 재합류하는 등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이들 중 대부분이 자리를 떴다”며 “심지어 몇몇은 박원순 서울시장 측으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한 “올해 초반만 해도 박원순 시장 측 관계자들 일부가 안철수 의원 쪽으로 오겠다는 비밀 문의를 많이 해왔는데 지금은 연락도 없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 측을 이탈한 관계자들은 그 원인을 하나 같이 ‘안 의원의 서포트(지원) 부재’를 꼽고 있다. ‘안철수’라는 이름만 보고 ‘세’가 움직이는 판국에 정작 안 의원은 그것을 세력화하기는커녕 뒷짐만 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안철수 의원 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우리 측에서는 창당을 위해 모여든 인력들이 조직화될 수 있게끔 제대로 된 서포트를 못해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안 의원이 자금을 써서 사람을 끌어 오고 유치를 해야 하는데 그걸 전혀 안하고 있다. 창당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안 의원 측의 우울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박원순 시장 측은 현재 ‘꽃놀이패’를 즐기고 있는 기분이다. 박원순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 쪽에 참여한 몇몇 전문가들이 최근 우리 쪽으로 발을 돌렸단 얘기는 들었다”며 “박 시장이 현직인 데다 야권 거물급 인사로 단기간 내 성장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쓸 수 있는 포지션이 많다. 때문에 앞으로 안 의원을 버리고 박 시장을 택하는 사람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