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김대업씨가 검찰에 ‘원본’ 녹음테이프라고 제출한 것과 동일한 테이프를 입수, 음성분석을 전공한 대학교수 A씨와 함께 성문분석을 해 본 결과, ‘테이프 곳곳에 편집된 흔적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
이 같은 결론은 서울지검 특수1부가 지난달 23일 김대업씨가 제출했던 ‘사본’ 테이프 성문분석결과 ‘녹음테이프가 조작되거나 편집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발표 내용과 차이가 있는 것이어서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한편 이창세 대검 과학수사과장은 지난 9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지검에 보낸 감정서에 녹음테이프상의 단절이 있었음을 기록해 보냈다”고 확인했다. <일요신문>은 약 6분 분량의 ‘원본’ 녹음테이프에 대한 정밀 성문분석결과, 테이프 곳곳에서 편집된 흔적은 확인했으나, 테이프에 담긴 목소리가 김도술씨의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 청색이 소리가 있는 부분 이다. 7.9~8.0초 사이에 단절된 부분이 보인다. | ||
<일요신문>은 성문분석에 김대업씨측에서 제공한 DAT테이프를 사용했다. A교수에 따르면, 김대업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음테이프에서 편집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은 모두 10여 곳 이상이다.
이를 다시 크게 분류해보면 ▲김대업씨가 김도술씨와 함께 있는 정황을 나타내는 부분 ▲김도술, 변아무개 실장 등 주요 인물이 언급된 부분 ▲김도술씨의 진술 부분 등이다. 녹음테이프가 편집된 흔적은 성문을 분석한 그래프상에서 두 가지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소리의 불연속점, 소위 끊긴 부분을 확인하거나, 두 번째로는 배경잡음(모터소리)이 다른 경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A교수는 “전체적으로 소리의 불연속점이 7~8곳에서 발견되고, 테이프를 강제적으로 끊은 부분도 2~3곳에서 발견된다”며 “이 부분은 편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터소리가 전체적으로 들어가 있는데, 중간중간 모터속도가 바뀌는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 역시 편집됐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대업씨 녹음테이프에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 편집 흔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단 첫 번째 단절은 김대업씨의 첫 대화 ‘김도술씨! 식사 좀 더하시지. 왜 안했어요?’하는 부분에 나타나 있다. 성문분석을 스펙트럼으로 표시한 그래프상에 ‘김도술씨! 식사’라는 언급을 전후해 순간적으로 단절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김도술씨!’라 부르는 부분에는 ‘딸깍딸깍’하는 통상적인 배경 잡음과는 다른 잡음이 삽입돼 있음을 그래프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김대업씨의 두 번째 대화 ‘그럼 커피라도…’ 앞부분. 녹음이 순간적으로 중단되는 ‘부욱’하는 소리가 삽입돼 있는 것.
▲ 25.9~26.0, 26.9~27.0초 사이에 단절된 부분이 있다. | ||
‘서류’와 ‘다 봤지요’ 사이에는 25.9초부터 26.0초까지 약 0.1초간 단절현상이 나타나 있고, ‘다 봤지요’ 뒷부분에는 녹음이 갑자기 중단될 때 나타나는 ‘부욱’하는 소리가 삽입돼 있고, 26.9초부터 27.0초까지 0.1초간 단절현상이 나타나 있다.
가장 눈에 띄게 편집된 흔적은 김대업씨의 네 번째 질문, 김씨가 김도술씨에게 본격적으로 이회창 후보의 아들 이정연씨에 대한 병무비리 의혹에 대해 묻는 부분에서다.
다른 곳에서는 대략 0.1초간 단절현상이 있는데 비해, 이 부분은 1분14.3초부터 1분14.6초까지 약 0.3초간 뚜렷하게 녹음이 단절돼 있다. 또한 배경 잡음에도 적지 않은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A교수는 “전체 녹음에 대한 성문분석을 그래프로 나타낼 경우 이 부분만큼은 ‘달에서 만리장성이 보이듯’ 실선으로 단절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김대업씨의 다섯 번째 대화, “그럼 우리 김도술씨는…” 부분에서도 편집된 흔적이 발견된다. A교수는 “배경잡음이 다른 부분에서는 딸깍딸깍하며 규칙적인데, 이 부분은 ‘북직북직’하며 다르게 나타나 ?있다”며 “외부에서 이 부분을 따왔을 가능성이 80%는 된다”고 말했다.
여기까지가 김대업씨 녹음테이프의 전반부에 해당된다. A교수는 “전반부의 경우 ‘부욱’하는 소리가 들어가거나, 단절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수동으로 편집했기 때문”이라며 “수동편집의 경우, 성문분석 그래프상에서 비교적 쉽게 판별이 가능하지만, 후반부에서는 편집 흔적을 확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눈에 띄게 편집된 흔적은 김대업씨의 마지막 대화 뒷부분에서 발견된다. 녹음테이프에 담겨 있는 김대업씨의 마지막 대화 “그리고 육군본부에 있는 중장…”이란 언급 이후에는 잡음은 그대로 들어가 있지만, 녹음테이프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
A교수는 “스피드를 배속으로 녹음한 흔적이 있다”며 “이 부분은 확실히 편집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딸깍딸깍하던 잡음이 스슥 스슥하는 잡음으로 바뀌었는데, 이것은 배속으로 녹음된 소리”라며 “한동안 이 같은 잡음이 계속되다가 잠시 단절현상이 나타나 있고, 또 다시 잡음이 이어지다 끝났다”며 “녹음테이프가 편집된 것은 분명하다”고 결론지었다.
구자홍 기자 jhk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