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 측이 늦어도 연말까지는 창당을 마무리할 방침을 세우고 세력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안 의원이 7월 26일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인 ‘안철수의 정책카페’에서 ‘보육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는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그러나 내일 측은 “각 지역에서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안다. 우리 측에서 정식으로 요청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보를 맡고 있는 금태섭 변호사 역시 “내일은 단체후원을 안 받는다. 내일에 소속된 개인 회원들의 개별 부탁 차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반박과는 별개로 곳곳에서는 ‘내일’이라는 이름의 지역포럼들이 속속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광주·전남 지역이다. 지난 7월 31일 광주의 한 예식장에서는 ‘광주전남내일포럼’ 발기인 대회가 열렸다. 그동안 각자 활동해 온 ‘철수산악회’ ‘철수처럼’ ‘철수정책개발연구원’ ‘CS코리아’ ‘변화와희망’ 등이 연합해 새롭게 결성한 자리였다. 한 참석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안 의원 측에서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내일의 지부 개념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강원내일포럼’ ‘경기내일포럼’ 등도 본격적으로 회원 모집에 나섰다. 그만큼 ‘안철수 신당’에 대한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7월 31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의 정당지지율 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은 28.3%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30.2%) 지지율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반면 민주당은 그 절반에 못 미치는 12.2%를 기록했다.
하지만 가상의 정당과 실제 정당의 지지율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동시에 안 의원 세력에 대한 지지세 이탈 조짐도 심상치 않다. TK(대구·경북)지역에서 안철수 지지 포럼을 진두지휘했던 한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제 자신의 팬 카페인 ‘박사모’랑 관련이 있다고 말하던가. 안 의원 측도 우리가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 지역 새누리당 공천에서 떨어진 후 안 의원을 도왔던 한 인사도 “안 의원 측은 우리 지역에 판치는 밀실정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꼭 믿을 수 있는 사람하고만 의논하고 함께하겠다는 것이 새정치인가”라고 반문하며 “지금은 일부 지지층만 더욱 극성을 부리고 기존에 안 의원 뜻에 공감했던 이들은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모양새로는 대중 정당으로 크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 안철수 캠프에 몸담았던 이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손학규 캠프를 거쳐 안철수 캠프에서 일한 한 인사는 “안 의원과 직접 대면한 것이 단 두 번이다. 그 때는 대선을 앞두고 바쁘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대선이 끝난 직후에는 단체 이메일이나 그런 것만 받았지 다른 개인적 이야기는 없었다”라고 전했다. 안 의원 측 정책기획에 관여했던 한 국립대 교수도 “대선 이후 안철수 의원이나 측근들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여의도 안에서도 안 의원에 대한 비토의 목소리가 쌓일 대로 쌓인 상황이다. 최근 최장집 교수와 모임을 가졌던 한 민주당 의원은 “구경꾼으로 지켜보다가 ‘너희끼리 싸워서 나라가 엉망’이라고 말하며 반사이익을 얻는 정치가 과연 옳은지 의문”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안 의원은 휴가도 꼭 대통령이랑 같은 시기에 간다. 집권여당 소속도 아니면서 너무 한가하다”며 “야권에서 국정원 개혁을 위해 장외투쟁까지 하는 마당에 목소리 높여 뜻을 보탰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감지한 듯 안 의원도 휴가 후 더욱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안 의원 측에서는 9월 정기국회에 맞춰 1호 법안을 가다듬고 있다. 차명 계좌 처벌을 골자로 한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 법안 발의·제출을 위해서는 다른 의원 10명의 동의와 서명이 있어야 하는데 새누리당은 물론이거니와 민주당에서도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안 의원의 1호 법안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간 자칫 당 지도부나 당원들의 눈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보도 내용만 보면 안 의원이 낸 법안은 이미 여야가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비슷한 법안들이 있는 만큼 실효성에 의문”이라고 밝혔다. 앞서의 민주당 당직자도 “안 의원의 법안에 이름을 올리면 당내에서 안 좋은 소리를 들을 게 훤한데 누가 선뜻 나서겠나. 이런 서러움을 알기에 안 의원도 창당을 서두르려는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그것은 민주당 압박카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지난 7월 28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 후보를 내겠다”고 선언하자 지역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부산에서 3자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권보다는 야권에 대한 압박카드로도 해석되고 있다.
부산은 허남식 시장이 3선 연임으로 더 이상 나올 수 없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새누리당 공천 경쟁이 치열한데 부산을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의원들이라면 너나없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도 엎치락뒤치락하는데 최근 40대 초반인 김세연 의원이 1등을 차지하면서 당 내에선 부러움과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김 의원 측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외에서는 권철현 전 주일대사, 안대희 전 대법관이 조용히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조경태 최고위원과 김영춘 전 의원이 유력한 맞수로 지목된다. 김 전 의원은 최근 ‘부산희망찾기 100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역 곳곳을 누비며 발 빠른 행보에 나섰다. 부산지역 3선 의원으로,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는 조 최고위원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난 그저 최고위원으로서 책무를 다하겠다”며 사실상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