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중국 경제가 경착륙의 위기로 치닫고 있어 우리나라 산업 전반이 불안하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출구전략을 기정사실화하여 금융시장도 언제 다시 흔들릴지 모른다. 안으로 문제가 더 심각하다. 가계부채가 1000조 원에 육박하여 서민경제가 빚투성이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해 자산가치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현오석 경제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경제를 살리는 기본적인 청사진이 없이 지엽적인 정책들을 나열하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팀은 지난 5개월 동안 추가경정예상 편성, 부동산 종합대책, 가계부채 해법, 투자활성화, 벤처 생태계 선순환, 대선공약 가계부, 고용률 70% 로드맵 등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들을 다양하게 쏟아냈다.
그러나 막상 기업과 국민들의 피부에 닿는 것이 없다. 오히려 현실인식의 부족과 비전의 결여로 인해 정책수단과 재원만 소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경제를 일사불란하게 살리기 위해 5년 만에 부활한 경제부총리 제도가 유명무실하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경제지표가 내리막이다. 부동산 시장은 종합대책이 나온 이후 더 얼어붙고 주가도 외국 자본의 유출로 인해 맥을 못 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안 된다. 올 상반기 취업자 증가 수는 29만 1000명에 그쳤다. 목표치 30만 명을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20대 취업자 수는 3만 5000명이 줄어 청년 실업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현오석 경제팀이 경제정책을 올바르게 펴지 못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기본 성향 때문으로 보인다. 현오석 부총리를 비롯하여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이 대선 때 공약 개발에 참여한 일이 없는 전문 관료나 학자 출신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지시만 따르는 수동적인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변화와 위험을 피하고 책임을 두려워하는 소극적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수렁에 빠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강력한 소신의 실력파 경제팀이 아니다.
우리 경제는 붕괴의 수렁에서 벗어나느냐, 아니면 다시 일어서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현오석 경제팀은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바꾸고 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정책의 대전환을 꾀해야 한다.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이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