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여 강경 기류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소속 의원들이다. 박영선 신경민 박범계 의원 등을 일컬어 신 강경파 3인방이라고 일컫는다. 이들은 김한길 체제의 신주류들이다. 국정원 국조특위에서 그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과 ‘씨X 논쟁’을 일으키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또한 ‘권영세 녹취록’을 폭로해 신 저격수로도 불린다. 그를 만나 민주당 장외투쟁의 이유에 대해 들어보았다.
‘권영세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박범계 의원은 “나름대로 금도를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아니다. 국정조사 등 원내 활동을 하되 김한길 대표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본부장을 맡아 장외에서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친노-비노 간 계파갈등이 있었던 민주당이 단기간에 합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나(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불과 열흘 전인 7월 24일 “NLL 포기 논란은 사실상 끝났다”며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은 여야 합의로 엄정한 수사에 맡기자”고 주장해 친노세력으로부터 격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만큼 새누리당이 국민을 능멸하고 야당을 멸시하는 작태를 벌이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이에 민주당이 굉장히 분노와 위기감을 느낀 게 사실이다. 그것이 우리를 단결하게 만들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현 지도부인 김한길 대표나 전병헌 원내대표 등은 비교적 온건한 리더십을 갖고 있는데 이들조차 뿔이 난 거다. 왜일까? 김 대표나 전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의회주의자들이다. 여야가 합의해서 국정조사를 열었으면 70~80%는 제대로 굴러갈 것으로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대국민 사기라는 게 여실히 드러나지 않았나. 새누리당 의원들이 갑작스런 휴가를 가는 등 나 몰라라 자세로 일관했다. 심지어는 (새누리당 측은) 터무니없는 ‘막말’ 논쟁(김재원 의원과의 욕설 논쟁)을 벌여 현안을 흐리기도 했다.”
―지도부가 계파 경쟁에서 밀렸다는 주장도 있다.
“현장에 있던 일선 병력인 우리가 상황 상 양은냄비 격으로 끓었다면 지도부는 맷돌이 달궈지는 식의 온도전이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계파의 입김에 떠밀려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니다.”
―정국 경색의 신호탄이 된 ‘권영세 녹취록’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박 의원의 폭로 후 ‘초선의원의 외로운 투쟁’으로 비쳐지기도 했는데.
“이른바 ‘권영세 녹취록’을 법사위에서 공개할 때 솔직히 말해 김한길 대표께 보고 드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당시 박영선 의원하고만 공유한 상태였다. 5월 25일 오전 11시 반쯤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당시로선 이것을 공개할 건지 말 건지에 대한 최종적인 결심을 회의 직전인 오전 9시 반까지 결정하지 못했다. 파장이 가늠이 안 돼 솔직한 말로 겁도 났고 ‘이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그런 끊임없는 고뇌가 있었다.”
―‘친노’의 핵심으로서 그간 김한길 대표와 갈등은 없었나.
“오해다. 일종의 조선일보 프레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해당 언론이 열흘 전에는 나를 ‘신지도부’. ‘친노’ 핵심으로 규정해 민주당의 내분을 조장하더니 최근에는 ‘친노’핵심이 아닌 ‘신 강성파’라고 하더라(박 의원은 2002년 대선 전 노무현 캠프에 전격 합류해 참여정부 초기 민정제2비서관, 법무비서관등으로 활동해 뿌리는 친노인 셈이지만 현재는 김한길계로 분류될 수 있다). 소위 민주당 의원들을 이간질하는 프레임이 있는 것 같다. 난 김한길 대표가 재신임한 법률위원장이다. ‘친문’ ‘친노’이기에 앞서 ‘친 김한길’이기도 하다.”
‘권영세 녹취록’을 폭로해 신 저격수로 불리는 박범계·박영선 의원.
“바깥에서의 프레임 때문에 그렇게 비쳐지는 거지, 김 대표와 좋은 사이다. 다만 참모로서 권영세 건과 관련해 보고 드리지 않은 것에 대해 김 대표가 서운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미안하다.”
―문재인 의원이 NLL 대화록 공개를 요구했다가 ‘덫’에 빠졌다는 분석이 있다.
“그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국정원 선거개입이나 NLL 이슈는 ‘일란성 쌍생아’로 보기 때문이다. 국정원에서 시작돼 국정원으로 끝나는 대선개입이 있었다. 실제로 권영세 음성파일에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으로 표현되고 있지 않은가. 집권을 위한 플랜이 아니라 장기집권을 위한 시나리오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다.”
―장기 집권 시나리오라 함은?
“‘악마의 편집’만 봐도 그렇다. 최초의 기획자가 대화록 전체를 읽어보지도 않고 불순한 정치적 목적으로 편집한 보고서를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했을 것이다. 이후 집권당 간부들, 대표적으로 당시 김무성 종합본부장, 권영세 상황실장 등에게 전달됐다. 한 예로 김무성 의원이 2012년 12월 14일, 18일 양일에 걸쳐 부산집회에서 울부짖으며 (NLL 대화록을) 낭독한 거 아닌가.”
―저격수 역할을 맡은 후 애로사항은 없나.
“박영선 위원장이 요즘 ‘자칫하면 우리 아우슈비츠, 아오지탄광으로 끌려갈지 모른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하는데 마냥 편히 웃고 넘어가기 힘든 게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엊그저께 새누리당 전략본부장 김재원 의원이 계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영세 녹취파일을 들은 입장에선 ‘계엄을 조만간 단행하나?’ 뭐 이런 불안감이 들더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이 마당에 계엄법 개정안을 왜 내는가.”
―권영세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떤가.
“조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전문을) 밝힐 수 있다.”
―왜 전문을 공개 안 하는가.
“나름대로 금도(襟度)를 지키고 절제를 하는 것이다.”
―충격적인 또 다른 내용이 있나.
“(지금까지 공개한) 그 내용이 전부는 아니다.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 더 있다.”
―친노·비노와 앞으로 함께 가나
“민주당은 계파 없이 일치단결해 초강경 태세로 현 시국을 풀어나갈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